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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l 19. 2023

볼륨을 낮춰라 - 데이비드 오언

총점: 4/10 - 기준: 권장(5점), 추천(8점)


- 한 줄 서평

학술 서적과 소설, 그 사이의 애매한 열화판


- 내용 정리

구데기 같은 책이다. 불명확한 지식에서도 일말의 양분을 섭취해 성장하는 구데기 같은 책이다. 청력은 소중하니 볼륨을 낮추자는 메시지는 좋으나, 이를 설명하는 근거는 객관적이라기보단 주관적인 경험들과 사례들로 뒷받침되었다. 게다가, 저널리스트인 저자답게, 논쟁이 될 수 있는 예시들(전쟁이나, PC나, 특정인의 사장 자격 등)을 하나하나 사려 깊게 선택한 점도 놀랍고 참신했다. 또한, '어떻게 감정적인 글을 써야, 독자의 마음을 움직여 편향된 목표로 유도할 수 있구나'를 알게 도와주었다. 정리하면, 비겁하게 팩트로 상대하기보단,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준 고마운 책이다.


그래도 장점을 적어보자면,



휴 장점을 찾느라 힘들었다. 이제 단점을 적어보자면, 수많은 항목 중에서 몇 가지를 추려서 감상 1~3으로 적어보겠다.




감상 1: 이렇게 써도 되나?

책 16%의 에플리 치료법에 관한 유튜브 교육 영상 내용을 살펴보자. 저자의 동료 막스가 유튜브의 에플리 치료법 교육 영상을 보고 이석 문제를 해결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내용 중 일부에 혼자서는 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있고, 의사의 상담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해당 부분을 읽으면, 에플리 치료법을 통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확실히 아는 것은 병은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고 해결책도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석이 원인이 아니지만 비슷한 증상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이 해결법을 시도해도 될까? 오히려 문제가 악화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하다못해 최소한, 이런 해결책을 다룰 때는 반드시 의사의 상담을 받으라거나, 안전을 확인한 후 시도해야 한다는 말이 들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막스가 의사가 괜찮다고 확인했고 잘못하더라도 전혀 다칠 일이 없다고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나, 그 문장만으로 모든 독자에게 의사의 상담이나 안전의 중요성이 전달될지 염려스럽다.


게다가 이런 부분, 다시 말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석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개인의 사례 하나를 다수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처럼 일반화하여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품은 예시들이 책의 곳곳에서 보인다. 주관적인 사례를 보편적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에플리 치료법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석 문제를 해결한 것은 맞지만, 에플리 치료법에 관한 유튜브 영상이 이석 문제를 보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적어도 되는 건지 염려스럽다.



섣부른 일반화와 함께 걱정되는 다른 부분은 청능사와 관련된 편향된 서술이다. 책 62%을 보자. "'하지만 청능사들은 그걸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니요, 저흰 이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에게 시장 점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솔직히 대답했죠.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충분히 돈을 벌고 있으니까요."


저 서술만 읽으면, 게으르고 탐욕적인 청능사들이, 보청기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개선 제품을 만드는 일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통해서 그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보청기보다 훨씬 좋은, 보스의 '히어폰'을 만든 사람들이 영웅적으로 보인다.


너무 편향적이지 않은가? 저 글은 히어폰을 만든 사람들의 관점만 서술하고 청능사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전혀 서술되어 있지 않다. 시장 점유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나는 전혀 모르겠다. 회사 전략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영업 사원의 농담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저렇게 편향된 서술을 하는 순간, 이 책은 저널리스트가 쓴 글임을 절감했다. 이슈를 만들어서 먹고사는 사람이기에 이런 뉘앙스를 쓴다는 점이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염려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서 뉘앙스의 중요성을 알게 된 점에는 감사하다. 구체적으로 적자면, 뉘앙스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호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친구들과 대화할 때 친구의 논리적인 말을 이상하게 몰아가려면 일단, 독재(혹은 독단), 공산주의(혹은 이기주의) 등으로 몰아가기만 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아니, 너만 맞아? 니 말만 맞냐고? 너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등으로 몰아가면, 당사자는 얼척이 없겠지만 제삼자에게는 합리적인 뉘앙스로 반박하는 것처럼 들리게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이 책을 읽었나? 잘 모르겠다.




감상 2: 자기 칭찬 유머

책 30%를 보자. "하지만 나의 게으름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치료 가능성이 없는 이명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만약 몸무게를 30파운드(약 14kg) 줄이면 이명이 치료된다 해도(어디까지나 가정이다), 내가 꼭 더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귀를 다치게 했을 뿐 아니라 살도 빼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이러한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사고방식을 골드에게 설명하자 그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그건 아니죠.""


후... 옮겨 적으면서도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다. 만약, 저자가 진심으로 저렇게 적었으면 '신 포도 증후군'이 떠오르면서 패배주의에 너무 깊게 물든 게 아닌가 걱정된다. 반대로(그리고 아마도) 농담으로 저렇게 적었겠지만, 자기 칭찬 유머라니...... 개인적으로 정말 경멸하는 유머 방식이라 극히 혐오한다. 저널리스트라는 지식인이 대중을 위한 책에 자신이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사고방식을 지녔다고 서술하면서 게으름을 포장하다니..... 후...... 자아도취도 정도껏 해야지 이 정도는 병이다.


이런 자아도취에 취한 서술은 책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알기 쉽게 책을 적을 수 있었음에도 저자는 전혀 그렇게 적지 않았다. 귀 구조를 설명하는 삽화를 좀 더 자세히 넣었어야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저널리스트라서 그런지 자기 편한 대로 글 위주로만 설명한다. 또한, 1만 분의 2인치, 10만 분의 4인치, 3천 분의 1인치라는 수치가 나온다. 아니 장난하나? 이렇게 적으면 감이 오나? 무슨 여의도 면적의 몇 배, 혹은 머리카락 두께의 몇 분의 일도 아니고... 인치로 통일할 거면, 5천 분의 1인치, 2.5만 분의 1인치, 3천 분의 1인치라고 하던지. 아니면, 1만 분의 2인치를 구해보니 5.08um라고 하니, 차라리 um 등 알맞은 단위로 통일을 하던지. 아주 수치가 개판이다.


독자의 이해를 배려하는 마음씨가 저자의 자아도취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서술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책을 통해서 배운 점도 있다. 많이 배운 사람이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정말 재수 없어 보이는구나. 이렇게 글을 쓰면 안 된다는 좋은 예시를 배웠지만, 그런 지식은 굳이 이 책을 펼치지 않고도 배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감상 3: 이 문단에서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대관절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문단들은 이 책을 저질 소설같이 보이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예를 들어, 책 21%의 한 문단을 보자. 문단이 길어서 조금 생략한다.

"그러나 19세기 해군 전투원들이 겪은 청력 손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중략) 하지만 문제는 보편적인 것에 가까워야 했다. (중략) 1809년 루이 드 투사르는 3권으로 된 교과서 <<미 포병의 동반자, 혹은 포의 요소들>>에 다음과 같이 썼다. (중략) 투사르는 프랑스인이다. (중략) 4년 후 실제로 그의 계획대로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가 설립되었다."


이게 무슨 문단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요지가 뭐지? 해군 전투원의 청력 손실인가? 루이 드 투사르의 교과서인가? 미군의 육군사관학교 설립인가? 뭐지? 왜 이렇게 썼지? 과학 서적 같은 서술이 전혀 아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을수록 점점 소설 읽듯이 '아 이런가 보다'하며 읽게 되었다. 그런데, 소설처럼 읽기에 저런 서술은 정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아주 저질이다. 불현듯, 내가 '볼륨을 낮춰라'라는 소설을 읽으려고 책을 샀나? 의문이 든다.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독자를 눈곱만큼도 배려하지 않은 서술을 통해, 심오한 질문들로 독자가 빠져들게 돕는다. 예를 들면, '나는 왜 이 책을 읽는 것인가?', '책이란 무엇인가?', '결국 책 읽기는 어떤 의미인가?'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야구에서 4할 타자는 전설이다. 씽큐 ON 8기의 이번 책 '볼륨을 낮춰라'는, 이제까지의 믿을 수 없이 높은 타율로 '신계'에 있는 것 같이 아득하게 멀게 느껴졌던 도서 목록에서, 좀 더 '인간계'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훈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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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4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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