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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l 27. 2023

대중은 멍청한가? - 위고 메르시에

총점: 6.5/10


- 한 줄 평

반증을 통한 논리의 힘을 보여주지만, 자신의 논리에 갇히지 않도록 조심하자.


- 내용 정리

철저한 논리에 근거하여 쓰인 책으로, 크게 "열린 경계"를 논증하는 전반부와 실제 사례들을 근거로 제시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다음 두 문단에서 전반부와 후반부에 대해서 요약하여 적으려 하나, 저자의 섬세하면서도 철저한 논증을 다듬기에는 내 논리가 아직 미숙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전반부는 1장에서 7장까지로, 맹신하는 인간이라는 기존의 일반적인 논리를 1장에서 설명한다. 다음으로 이를 부정하는 저자의 논리인 의사소통에서의 "열린 경계"를 2장과 3장에 걸쳐서 다룬다. 이후, 열린 경계의 바탕이 되는 논증과 신뢰의 두 요소(대상과 근거)를 차례로 설명한 뒤, 후반부로 넘어가기 전 7장에서 "감정 경계"를 통해 군중은 생각만큼 감정적이지 않음을 설명한다.


후반부는 8장에서 16장까지로 "열린 경계"를 증명하는 다양한 사례를 설명한다. 우선 8장과 9장에선 다양한 선동의 유형과 그 특징을 "열린 경계"에 기반하여 설명한다. 다음으로 "소문", "믿음", "진술", "가짜 정보", "권위자", "신뢰의 대상" 등의 맹신의 근거로 알려졌던 다양한 사례들을 10장에서 15장에 걸쳐서 "열린 경계"의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16장에선 맹신하지 않는 인간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적으며 책을 마무리한다.


다만,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질식할 정도로 촘촘하게 짜인 논리와 다양한 근거들이다. 전반적인 논리의 흐름은 매력적이나 위 두 문단에서 적은 예시들처럼 너무나 세세한 논증에 파묻혔다. 결국 자신의 논리에 사로잡힌 저자는, 본인 글에 적은 것처럼 몇몇 사례를 자신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음을 시인한다.


"열린 경계", 다시 말해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한 저자가 놓친 게임 메타를 가위 바위 보, 혹은 매쳐와 기버, 테이커의 비유를 통해 감상에서 풀어보겠다. 우선, 감상에 앞서 저자의 촘촘한 논리의 그물이 담긴 목차로 내용 정리를 마무리한다.


1장 맹신하는 인간

2장 의사소통과 경계심

3장 열린 마음과 진화

4장 무엇을 믿어야 할까?

5장 누가 가장 잘 아는가?

6장 누구를 신뢰해야 할까?

7장 무엇을 느껴야 할까?

8장 선동자와 예언자 그리고 설교자

9장 프로파간디스트 그리고 선거 전문가와 광고 전문가

10장 자극적인 소문들

11장 순환 인용부터 초자연적인 믿음까지

12장 마녀의 자백, 불합리하지만 유용한 진술

13장 공허한 가짜 뉴스

14장 얄팍한 권위자

15장 분노한 전문가와 간사한 사기꾼

16장 우리는 맹신하지 않는다




- 감상 1: 게임의 메타

저자는 군중이 맹신하지 않는 인간, 다시 말하면 "열린 경계" 능력을 가진 인간, 혹은 논증과 신뢰를 갖춘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 한 권을 통해서 아주 훌륭하게, "어리석은 군중"이라는 기존의 잘못된 논리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반박한다. 저자의 이 철저한 논증은 아주 합리적이고 타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치가 피자 가게 소문을 철석같이 믿은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가 웰치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열린 경계"를 가정하기 때문이다. "열린 경계"를 갖춘 인간의 사고방식으로는 웰치와 같은 순진한 사고방식을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웰치와 같은 순진한 모습을 때때로 보이기도 한다. 이 현상을 책 "기브 앤 테이크"의 매쳐, 기버, 테이커라는 예시, 혹은 더 간단하게 가위, 바위, 보로 풀어본다.


"열린 경계" 능력을 가진 인간은 매쳐 유형의 인간이다. 누구를 신뢰할지 구별할 줄 알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런 매쳐들로 가득한 세상을 상상해 보자.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기버가 더욱 성공할 수 있다. 이미 매쳐들이 "열린 경계"를 통해 신뢰할 만한 주장들을 걸러냈기에, 굳이 새로운 주장을 검증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검증에 쓰일 노력을 새로운 주장의 수용에 투입한 뒤 매쳐들에게 나누면, 더 빠르게 평판이 높아질 수 있다. 마치 모든 사람이 바위를 낸다면, 보를 내는 편이 유리한 것처럼 말이다.


"웰치" 같은 순진한 사고방식은 이렇게 어설픈 기버의 모습으로 설명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 따라 기버가 점점 많아진다면, 이제 테이커가 등장할 차례다. 순진하게 믿고 행동하는 기버들 덕분에 테이커들은 손쉽게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없지만 얼핏 보기에 그럴듯한 정보들을 기버들 위주로 전한다면, 테이커는 손쉽게 평판을 높일 수 있다. 비유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보를 내기 시작했으니 가위를 낼 차례다.


이런 테이커들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다시 매쳐들이다. 매쳐들은 받기만 하는 테이커의 부당한 이득을 견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세상에는 매쳐와 기버, 테이커가 공존한다. 바위와 보와 가위가 물고 물리는 것처럼, "열린 경계"를 가진 사람들과 "웰치"같은 사람들, 그리고 웰치에게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려 평판을 얻은 사람들이 공존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까? 상황과 맥락에 맞게 바위와 보를 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달리 말하면, 성공한 기버들은 상대방이 매쳐인지, 기버인지, 테이커인지 구별하는 능력을 갖췄다. 되돌아오면, 상대방이 가위를 낼지 바위를 낼지, 보를 낼지 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성공한 기버가 되기가 어려운 이유를 알 것만 같다.




- 감상 2: "똑똑하게 생존하기"와 "패거리 심리학"

테이커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책에서 설명한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책이 바로 이 시대의 명저 "똑똑하게 생존하기"다. 헛소리를 알아차리는 "의비너자확가", 헛소리를 반박하는 "귀유반유그널폭", 그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간사공잘지"와 "정자잘명타". 상대방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꼭 갖추고 싶은 방법들이다.


또한, "똑똑하게 생존하기"에서 배웠던 인상을 남기기 위해 얘기를 한다는 깨달음과 이어지는 "값비싼 신호"라는 예시를 "대중은 멍청한가?"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제까지 나는 명품을 소비하는 심리나, 비싼 모델을 광고에 기용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열린 경계"를 통해 그러한 심리와 이유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명품 소비를 통해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을 "값비싼 신호"로 보내는 것이다. 나는 그런 행동이 어리석은 물욕이나 과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짧았다. 그러한 신호를 통해 사람들과 합리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비싼 모델이 나오는 광고를 통해 해당 제품이나 기업의 경제력을 암시하는 신호를 보내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싼 모델을 쓰는 이유를 좀 더 말초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으로 오해했었다.


마지막으로, 책 후반부의 사례들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는 패거리 심리학의 교훈이 떠올랐다. 이 책은 "패거리 심리학"과 유사한 내용을 다른 시각에서 다루지만, 그 둘의 맥락은 통했다. 보다 우리를 좀 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소통으로 이끄는 7개 교훈을 되새겨본다.

교훈 1 - 연결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라. 좋은 점은 더 살려라. 감추지 말라! 분노는 누그러뜨리고 공감 능력은 높여라. 실수를 용납하라.

교훈 2 - 집단의 힘을 수용하더라도 반론과 혁신으로 그 힘을 완화하라.

교훈 3 - 해독제를 복용하라: 감정을 조절하라.

교훈 4 - 더 포용적인 내집단을 구축하라. 우리는 침팬지보다 보노보에 가깝고, 꿀오소리보다 꿀벌에 가깝다.

교훈 5 - 당신은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이 아니다!

교훈 6 - 사실과 허구를 따지지 말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교훈 7 - 뜻밖의 것이 발명되고 발견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라.




- 관점을 바꿔주는 문장들

속이려는 의도보다 근면함, 즉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보내기 위해 쏟는 노력에 주목하면 관점이 달라진다.

=> 믿지 않을 이유 대신, 믿을 이유를 찾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 서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좋은 친구들이 그렇다.

=> 내가 바라는 것을 친구들도 바라는가?


"믿음은 참여 이후에 뒤따르는 게 전형적인 양상이다."

=> 교회를 다닌 후 깨달았던 점. 옳기에 믿게 된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좋아서 믿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로 종교를 논의할 때 믿음의 옳고 그름은 더 이상 주제가 될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잠재적 이득을 포기하고, 매혹적인 소문을 퍼뜨리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의 흥을 깨더라도 의문을 제기하는 적은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 의비너자확가, 귀유반유그널폭, 간사공잘지, 정자잘명타


오히려 대다수에게 배척된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편이 더 낫다.

=> 의도를 고려하기


달리 말하면, 우리가 그릇되거나 사악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우리가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잘못된 믿음을 갖는 이유가 그릇되고 사악한 결정을 정당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 이 책의 반증적인 논리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


대체로 신뢰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상대가 더 잘 알 것이란 신뢰(5장)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이익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신뢰(6장)이다. (중략) 상대가 우리보다 더 잘 안다고 진실로 믿어야, 그의 더 나은 지식을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무수히 많은 사람이 반직관적인 과학 이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유를 나는 정말 모르겠다.

=>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매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상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보의 수용과 공유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틀렸다는 걸 그들이 정확히 지적하면, 물론 약간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깨닫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그들을 더욱더 존경하게 될 것이다.

=> 헛소리 까발리기(Calling Bullshit)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신뢰하지 않을 때보다 신뢰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합리적인 인간을 설명하는 책을 읽으며 합리성을 넘어서는 이타심의 힘, 그리고 그 이타심을 이용하는 이기심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건강한 사회는 합리적인 매처로 가득한 사회가 아니었다. 이타적인 기버도, 이기적인 테이커로 가득한 사회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의 맹점을 짚어주는 "패거리 심리학"의 뇌리에 박히는 문장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가장 건강한 벌통은 가장 다양한 벌들이 공존하는 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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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1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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