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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을 극복하는 힘(WIDEN THE WINDOW)

엘리자베스 스탠리

by Dominic Cho

총점:?/10


- 한 줄 평

자각과 비판단적 호기심 (With "Let it Be" - https://youtu.be/QDYfEBY9NM4)


- 내용 정리

“최악을 극복하는 힘”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같은 인생 최악의 경험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3부 18장에 걸쳐 현재의 문화적 상황, 다양한 과학적 배경지식, 전통적인 기법들과 마음 챙김 방법들을 접목하여 “최악을 극복하는 힘“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중, 2부에서는 8장에 걸쳐서 “최악을 극복하는 힘”의 과학적인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마찬가지로 3부에서도 8장에 걸쳐서 그 “힘”을 기르는 방법을 배경과 미시적/거시적 주체성, 집단 등의 주제로 묶어서 설명한다.


다만, 두괄식이 아닌 미괄식 서술로 쓰였기 때문에 “힘”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다. 핵심을 먼저 설명하는 두괄식 대신, 사례를 우선 기술한 뒤 마지막에서야 각 장의 핵심을 정리하는 미괄식 서술로 인해 정보를 습득하기에 용이하지 않았다.

또한, 책을 읽으며 방향성을 잃고 글을 두서없이 적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16장에 걸쳐서 너무도 다양한 분야들을 다루면서도 앞서 설명한 미괄식 서술로 인해 지식 습득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야기를 통한 서술 방식에서 이따금씩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게다가 마지막 3부 “인내의 창을 넓혀라”에 있어야 할 “최악을 극복하는 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접촉지점연습과 G&R 연습에서 파생된 방법론들의 집합에 불과했기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책이었다.


그런 줄만 알았다.

‘이게 뭐야, 이게 다야?’라는 실망에 책의 시작으로 돌아가 원제를 보기 전까지는.




- 감상 1: 본말전도

책의 원제는 “WIDEN THE WINDOW”다. 번역된 제목인 “최악을 극복하는 힘”과 맥락은 통하나 초점이 달랐다. 원제에서 뜻하는 ‘인내 혹은 관용의 창’을 넓히면 자연스럽게 “최악을 극복하는 힘”도 길러지지만, 이는 부차적인 효과 중 하나다. 그러나 나는 “힘”이란 본말이 전도된 희망을 책에서 기대했기에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거의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당구로 비유하면, 수구가 1 적구를 맞춘 뒤 2 적구를 향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지만 큐질을 하는 순간에는 수구와 1 적구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최악을 극복하는 힘”이라는 2 적구에 정신이 팔린 나는 “창을 넓히기”라는 수구이자 1 적구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각과 비판단적 호기심을 놓친 채, 책에 대해 제멋대로 실망하고 별로라고 평가해 버렸다.


결국, 이렇게 독서한 뒤 책을 평가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서평에서는 평점을 줄 수 없었다.




- 감상 2: ‘Window of tolerance‘로

관점을 “최악을 극복하는 힘”에서 “관용의 창 넓히기”로 바꾸자 책의 단점들이 장점들로 다가왔다. 정보 전달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던 미괄식 서술은 오히려, 사람들의 실제 사례들로 흥미를 돋운 뒤 핵심을 정리하는 마무리를 통해 라포를 형성하여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쓰인 섬세한 서술이었다. 너무나 다양한 내용을 다루기에 지식 습득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구성은 이미 독자 내면에 잠들어있는 다양한 경험을 일깨우기 위함으로, 지식 습득보다는 자아 성찰에 알맞은 방식이었다. 3부의 방법론은 자각과 비판단적 호기심이란 원리를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 적용하는 방법을 쉽고 간단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 감상 3: 헛된 기대

책의 장점을 단점으로 여기게 된 이유는 “힘”이란 헛된 기대가 두 눈을 가렸기에 책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헛된 기대를 책에만 가져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사람에게, 일에게, 문화에게 헛된 기대를 해왔다. 그 대상이 가지고 있지 못한 가치를 내게 주기를 바라왔다. 욕심도 호기심도 많았기에 어린 시절부터 더 많은 것을 원해왔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실망과 좌절을 경험해 왔던가.


이 책에서 제시한 접촉지점 연습과 G&R 연습은 내게 자각과 비판단적 호기심을 통해 과거의 사람과 일, 문화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선사해 주었다. 헛된 기대를 품고 사람과 일, 문화가 줄 수 없는 것을 바라는 대신 그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자, 관용의 창이 넓어지며 전신의 긴장이 풀림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 과정으로 우선, 비판단적 호기심으로 대상을 바라보자 내 기대에 맞춰줄 수 없는 저마다의 이유가 보이며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여전히 그 기대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원하는 근원적인 감정도 자각할 수 있었다. 다만, 나는 알맞은 기대를 알맞은 대상에게 바랄 지혜와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대상의 이유와 나의 욕구를 모두 수용하자, 원하는 바를 이룰 방법들이 직관적으로 떠올랐다.


이 경험을 통해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순간을 즐기자는 깨달음을 얻었던 “유머의 마법” 토론 무렵의 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느낀다. 이젠 놓쳐버린 과거의 인연들을 후회하기보단 자각과 비판단적 호기심을 통해 그저 있는 그대로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자신으로 성장했다. 마치 비틀스의 노래 “Let it be”의 가사처럼 말이다. (https://youtu.be/QDYfEBY9NM4)


이 순간 내게 닿은, 여태까지 닿았었고, 앞으로도 닿을 모든 배움에 감사하다는 말로 “최선을 극복하는 힘”의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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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8 원문 작성]

[2025/12/07 편집 후 재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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