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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Aug 13. 2023

사피엔스의 멸망 - 토비 오드

총점: 9/10


- 한 줄 평

벼랑세: 전지구적 서사의 한 방안


- 내용 정리

지식 전달을 위해 최적화된 책이다. 두괄식 문장이나 논리적 명료함은 기본이고 목차만 봐도 구성이 눈에 보이는 훌륭한 책이다. 명확하고, 철저하며, 희망적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망막에 때려 박히는 서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렇게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느껴지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탄탄한 서술을 기반으로, "사피엔스의 멸망"은 '벼랑세'라는 인류의 위험을 다룬다. 1부에서는 '인류의 위험'에 대해 자각하고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정의"한다. 2부에서는 정의한 문제를 자연적/인공적/미래로 나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3부에서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다루는데, 위험의 평가방안과 해결 방안 그리고 그를 통해 이루어질 낙관적인 미래를 그린다.


단, '인류의 위험'이라는 전지구적인 서사를 위해 쓰인 책이므로 실용적인 지식이나 감동적인 자아 성찰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사실 큰 그림에 관한 지식 전달을 위해 쓰인 책에 자아 성찰이 부족하다고 적는 것은 논점을 벗어난 지적이나, 이는 10점을 주지 않은 이유에 대한 깐깐한 변명이다.


뒷맛이 깔끔하디 깔끔한 목차로 내용 정리를 마무리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이해관계

1. 벼랑에 선 인류

지금까지의 여정 l 우리는 앞으로 어디로 갈까 l 벼랑세

2 존재 위험

존재 위험 이해 l 현재 보기 l 미래 보기 l 과거 보기 l 문명의 미덕 l 우주에서의 중요성 l 불확실성 l 존재 위험 방치


2부 위험

3. 자연적 위험

소행성과 혜성 l 슈퍼 화산 폭발 l 항성 폭발 l 자연의 다른 위험 l 총 자연적 위험

4. 인공적 위험

핵무기 l 기후변화 l 환경 파괴

5. 미래의 위험

전염병 l 비정렬 인공지능 l 디스토피아 시나리오 l 다른 위험


3부 앞으로의 길

6. 위험의 그림

위험 정량화 l 위험 합산과 비교 l 위험 인자 l 어떤 위험?

7. 인류 수호

인류를 위한 위대한 전략 l 전례 없는 위험 l 국제 조율 l 기술 진보 l 존재 위험 연구 l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8. 우리의 잠재력

시간 l 크기 l 삶의 질 l 선택


참고 자료

감사의 말

붙임

더 읽을 자료



- 감상 1: '인류의 위험'이라는 '전지구적인 서사'

우선 책을 읽다 든 비판으로 감상을 시작한다. 비판으로 시작하면 저자가 이렇게 글을 쓴 의도가 읽히고, 이를 통해 큰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책에서 제시한 위험들을 읽다 보면, '철학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하지 않나?'는 의문이 든다. 저자는 실측이 불가능한 주제를 다루기에 제시된 수치들은 결국 추정치에 불과하다. 탁상공론에 불과한 각 위험의 예측치나 방안들을 세세하게 파고들면, 빈 구멍이 숭숭 보여 디테일에 숨은 악마들의 킬킬대는 미소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왜 이렇게 디테일이 허술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선택한 뒤, 철학적인 논증에 기반하여 큰 그림이라도 그려보려고 열변을 토하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 잠시 시간을 돌려 씽큐 ON의 지난 도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의 문장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모두가 '우리'고 누구도 '저들'이 아닌 세계 공동체를 건설"하는 전지구적인 서사.


'타밈 인사리'가 던진 이 질문에 나는 "그러나 '같은 편'이라는 개념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하나의 '다른 편'이 있어야 했다."는 문장을 근거로 우주인이라는 타자를 통해 지구인이라는 전지구적인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구현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토비 오드'는 관점을 살짝 바꿔 이 질문에 당장이라도 구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한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답이기에, 잠깐 멈추고 독자라면 어떤 답을 제시할지 본인만의 방안을 생각해 보자. (힌트는 충분히 드렸다.)


저자의 답은 '공간적 타자'에 한정된 관점을 '시간적 타자'로 전환시키기였다. 현시대의 '모두'를 '우리'로 만들어 '누구'도 '저들'이 아닌 세계 공동체를 건설했다. 바로, 과거 세대와 미래 세대를 다른 편으로 정의한 덕분이다. 명쾌하고 깔끔하다! (이 생각을 미처 못한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는 건 덤이다.)



이를 통해 '토비 오드'와 '타밈 인사리'라는 두 저자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현시대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인 '전지구적인 서사'가 성립했다. 하지만, '전지구적인 서사'는 이미 도래하여 세상에 가득했음을 알고 있지 않았던가? 여기에 '현시대의 인류'라는 또 하나의 서사를 추가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또 다른 씽큐 ON 도서 "블루 드림스"의 감상을 살펴보자.


"그제야 깨달았다. 심리치료든, 사이키델릭이든, 드라마든, 책이든 무슨 답이든 이미 곁에 있었다. 이미 난 원대한 세상과 연결된 전지구적인 서사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몇 달간 나는 전지구적인 서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었다. 그저 눈을 뜨고 이미 도래한 그 서사를 받아들이기였다."

저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눈앞에 있는 '전지구적인 서사'를 보지 못하고 찾아 헤매던 나였다. '로렌 슬레이터'의 문장처럼 "정신 질환은 경직된 정신과 전형적인 사고 패턴을 특징으로 보인다."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서울 사람'이라는 지역이나, '한국인'이라는 민족이나, 동양인 혹은 서양인 같은 인종이란 좁은 서사에 갇혀 보편적 인간성에 기반한 '전지구적인 서사'를 깨닫지 못한 경직된 사고를 가진, 그때의 나 같은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현시대 인류의 위험"이라는 서사는 좀 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까? 이를 통해 시급한 오늘날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저자 '토비 오드'는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책을 읽은 하나의 독자로써 해야 할 일은 전지구적인 서사들을 실생활에서 널리 퍼뜨리는 대중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링크드인 강의들도 들었고, 카네기 인간관계론/유머의 마법/패거리 심리학 같은 책들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게는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말고 이제까지처럼 앞으로도 차근차근 소통 능력을 배우는 경험을 쌓아나가자. 언젠가는 이런 다짐만이 아닌 결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감상 2: 위험의 한 예시인 인공지능에 관한 짧은 감상
책에서 말하는 비정렬 인공지능과 같은 장기적인 문제도 좋지만, 자율주행에 따른 운전 관련 직종의 해고 같은 당장 눈앞의 가시적인 문제에 대한 감상을 짧게 남긴다.

맞다. 운전처럼 방안을 '실현'하는 많은 일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고통이 있을 것이고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우리에게는 이제 닥친 문제를 자각하고 정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 투입할 인력이 늘어난다. 그 해결책을 '실현'하는 부담은 인공지능이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자각과 비판단적 호기심을 기반으로 지혜와 용기를 갖춘 인류로 거듭날 시기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한 케네디의 말처럼 말이다.

"우리의 문제들은 인간이 만든 문제이므로 인간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인류 운명의 어떤 문제도 인류의 한계를 초월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설명한 뒤,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학술적인 구조의 글이 주는 깔끔한 뒷맛이 여운에 남는 책이었다. 와인처럼, 글감에 따라, 의도에 따라 다른 맛을 주는 책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험에 감사하다는 말로 "사피엔스의 멸망"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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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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