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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원리 - 줄리 바틸라나, 티치아나 카시아로

by Dominic Cho

총점: 9/10


- 한 줄 평

권력은 가치와 그에 대한 접근 통제권이다.

(책 원문: 힘은 설득이나 강압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개인이나 집단의 능력과 관련돼 있다. 이런 능력은 가치 있는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통제하는 데서 비롯된다.)


- 내용 정리

3이 아닌 4로 나뉘는 독특한 구성, 시각적인 그림으로 핵심을 설명하는 표현법, 그리고 담담하게 나열된 사례들을 읽다 이따금씩 눈시울이 붉어지게 되는, 그런 색다른 경험이 여운에 남는 책이었다. 또한, 권력의 원리라는 책 제목처럼 힘의 메커니즘을 간단한 원리로 정리해 설명해 주었기에, 그동안 어렴풋하게 느껴오던 힘의 이치를 개념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독특한 구성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보자면, 책 8장을 2장씩 크게 4분면으로 나누고 싶다. 우선 1장과 2장은 힘의 원리와 그 특성을 개인적인 측면에서 설명한다. 다음 3장과 4장은 힘의 욕구와 관계를 작은 규모의 조직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어지는 5장과 6장은 권력의 더 큰 단위인 사회 구조적인 측면으로, 권력의 유지와 변화의 원리를 설명한다. 네 번째 단계인 7장과 8장은 앞서 설명한 권력의 원리들이 어떻게 변화되고 통제되는지 그 발현 방식에 대해 말한다.


좋은 책이다. 두 달 전의 나였다면 10점을 주었을 책이다. 그러나, 내 안의 겉 넘음을 인식한 지금의 나는, 왜인지 모를 가벼움이 느껴져 10점을 주기 조심스럽다. 마지막 결론부에 너무나 계몽적으로 서술된 부분이나 마음 챙김의 핵심을 요약해서 설명하면서도 자기 자비란 단어 대신 진정한 자존감이란 단어를 선택했다는 점에 그렇다. 권력이라는 복잡한 현상 아래의 원리라는 맥락을 잡아준 점은 훌륭하나, 그 과정에서 사소하지만 중요할지 모를 디테일을 흘린, 약간 겉 넘은 듯한 모습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럼에도 특히 각 장의 소제목들이 너무나 강렬하게 와닿는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감상부에서는 책이 전해준 지식과 감동, 관점 전환, 기존 지식과의 연결 지점에 대해 좀 더 풀어보겠다.



- 감상 1: "듄" 속에 담긴 권력의 원리

최근 영화 "듄"이 개봉했다. 별 기대 없이 본 첫 관람이 전율에 휩싸여 두 번째 관람으로 이어지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이 책이었다. 권력은 "듄"을 관통하는 주제였기 때문이었고, 여태까지 이를 이해해오지 못하다 이제야 눈이 트인 내게 영화와 책의 메시지는 너무나 강렬했다.


권력은 가치와 그에 대한 접근 통제권이다.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자. "권력은 가치와 그에 대한 접근 통제권이다." 문장 전체동안 두 입술은 "접"에서만 단 한 번 힘 있게 맞부딪힌다. 마치 권력이 부르는 필연적인 다툼을 암시하는 것처럼.


"듄"에서 가치 있는 자원은 "스파이스"다. "스파이스"는 제국 전체를 꿰뚫는, 우리 시대의 화석 연료보다 더욱 중요한 자원이다. 자연스럽게 이 자원에 대한 접근 통제권에서 대가문과 황제의 권력이 비롯된다. "스파이스"에 대한 독점적인 접근 권한은 필연적으로 부패를 부른다. 이 부패와 탐욕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주인공 "폴"의 이야기는 내 영혼을 "듄"이라는 모래사막 한가운데로 몰아넣었다.


"폴"은 권력에 중독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권력에 담긴 욕망과 관계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기존 권위에 복종하는 대신 어떻게 저항할까? 그를 위해서 어떤 선동, 혁신, 통합을 이뤄나갈까? 다시 말해, 어떤 능력으로 권력 계층을 바꾸고 통제할까? 결국 이 질문들은 "듄"이 던지는 발칙하면서도 거대한 질문인 '당신이 만약 전지전능한 (물리법칙 내에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로 이어져 나를 깊은 사색에 잠기게 했다.



- 감상 2: 사례들이 주는 감동과 관점의 전환

책 속 사례들은 감동적인 미사여구로 장식된 문장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일상적인 사례들이 문득 가슴을 쳤다. 이 예시들은 권력이란 복잡하고 어려워서 나랑은 멀리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내 관점을 바꿔주었다. 단지 동료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학교에 가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삶이 바뀔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 삶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권력의 원리로 내 일상을 바라보자, 회사, 가족, 친구, 모임에 담긴 맥락을 완전히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전 부서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고생하지 말고 쉽게 일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아는 업무 프로세스를 담은 '가이드' 문서를 작성했었다. 이 가이드 문서도 하나의 가치 있는 자원이었다. 그리고 그런 문서를 작성해서 공유하는 행위는 내가 생각 없이 시도했던 유인책이었다. 반대로 내게 프로세스를 겉핥기식으로 알려주었던 이들은 욕심쟁이가 아닌 그저 확대를 방지하고 자신이 지닌 가치에 대한 대안을 줄이는 통합을 시도했던 이들이었다. 나는 권력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행동했던 어리숙한 아이였다. 이제는 가치와 접근 통제권이라는 관점으로 삶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감상 3: 다양한 연결점

책은 다양한 분야의 핵심을 이곳저곳에 요약해 놓았다. 몇 가지 적자면 북유럽 국가의 교육 사례에서는 "아이들을 놀게 하라"가, 다국적 기업들에게 투명성을 촉구하는 부분에선 "실험의 힘"이 떠올랐다. 하지만 가장 강력하게 떠오른 두 책은 역시 "신화의 종말"과 "마음 챙김"이었다. 우선 신화의 종말에서 적었던 서평을 연결 지어보자.

"권력의 원리"는 이렇게 말한다. “조직이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우리가 기꺼이 할 의지가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신화의 종말" 서평에서 이렇게 적었다. "한국인 다수는 사회민주주의란 믿음을 원하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다시 말해 '의지'의 부족을 짚은 부분이다. 경험적으로 느껴오던 지식을 저자가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풀어주었기에 막힌 혈이 뚫린 기분이었다.


또한, "권력의 원리"는 "신화의 종말" 서평에서 "마음 챙김"을 다룬 부분과도 연결된다. 책은 "진정한 자존감을 갈망하는 것이 평생의 숙제인 것처럼 그것을 성취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자존감에 호소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적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마음 챙김"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마음 챙김은 자기 자비로 대중을 이끌며, 이는 자연스레 호의와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지게 된다."라고 적었다. 보편적 인간성은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복지에 좀 더 효율적인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로 발현될 수 있다. 따라서, "마음 챙김"을 통해 서사가 대체될 수 있다고 적은 시각과 자존감에 호소하여 영향력을 미치는 시각은 통하는 지점이 있다.


다만, '자기 자비'란 단어 대신 '진정한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점은 사소하지만 큰 디테일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마음 챙김"의 다음 문장 때문이다. "자존감과 자기 자비 둘 다 심리적 웰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자존감은 자기 가치 self-worth를 입증하는 데 어떤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자기 자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의 가치를 인정한다."

사실 "중독의 시대"에서 "변연계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와 굳이 구분했던 저자를 마땅찮게 바라봤던 내가 "자기 자비"와 "자존감"을 나눠야 한다고 적는다니 조금 멋쩍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현상과 맥락이라는 지점에서 차이가 있기에 밝혀둔다. "중독의 시대"의 다음 문장처럼 "변연계 자본주의"는 맥락의 차이라기보다는 현상의 차이다. "'변연계 자본주의'란 글로벌 기업들이 종종 정부나 범죄조직과 공모하여 과도한 소비와 중독을 조장하는, 기술적으로는 선진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퇴보적인 비즈니스 체제를 말한다." 하지만, 자존감과 자기 자비는 가치의 증명이라는 측면에서 그 맥락이 다르기에 이 디테일을 짚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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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1 원문 작성]

[2025/11/16 편집 후 재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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