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점: 9.5/10
- 한 줄 평
위대한 이의 삶과 그의 시대가 주는 울림. (Feat. Memories https://youtu.be/SlPhMPnQ58k)
- 내용 정리
위대한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케인스의 삶을 다룬 책이다. 그의 삶의 세세한 순간들이 주는 울림에는 감히 내가 추려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중요한 디테일들이 담겨있다.
그나마 책의 내용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보자면, 1~5장까지는 블룸즈베리로 대표되는 케인스의 초기 삶으로 볼 수 있다. 6~12장은 "일반이론"과 같은 자신의 철학을 발전시키고 이를 현실에 구현한 시기를 다룬다. 마지막 13~17장은 케인스 사후 "케인스주의"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다룬다.
책에 담긴 무게감과 디테일한 통찰력, 비전 등 케인스의 삶을 통해 풀어낸 성장과 변화의 이야기는 정말 뛰어난 이 책의 장점이다. 다만, 긴 길이에 비해서 위트와 농담의 비중이 적었던 점과 주로 케인스 경제학의 시각 위주로 서술된 점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100년여간의 역사를 한 사람의 삶과 그의 철학으로 엮어낸 책은 내 시각을 한층 더 넓혀주었기에 정말로 감사하다.
그의 삶과 철학이 담긴 목차로 역량부족이 여실히 느껴지는 내용 정리를 마친다.
목차
감수자의 글
들어가며
CHAPTER 01 케인스, 금을 구하러 런던으로 오다
CHAPTER 02 피로 물든 돈
CHAPTER 03 실망으로 점철된 파리평화회의
CHAPTER 04 평화의 참담한 결과
CHAPTER 05 형이상학의 세계에서 돈의 세계로
CHAPTER 06 사회주의로의 입문
CHAPTER 07 대공황
CHAPTER 08 불사조 케인스
CHAPTER 09 희소성의 종말
CHAPTER 10 혁명의 도래
CHAPTER 11 전쟁과 반혁명
CHAPTER 12 좋은 삶을 위한 열사
CHAPTER 13 보수 특권층의 반격
CHAPTER 14 풍요로운 사회에 가려진 민낯
CHAPTER 15 끝의 시작
CHAPTER 16 19세기의 부활
CHAPTER 17 제2의 도금시대
글을 마치며
- 감상부
정말 다양한 생각이 든 책이었다. 그를 다 적고 싶으나, 그러면 두서없이 횡설수설한 글이 될 뿐이기에 다시 읽어볼 때에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추려보려 한다. 우선 책의 내용을 하나, 다른 책과 연관되는 내용을 하나, 그리고 별개로 책을 읽는 동안 만났던 사람과의 추억을 하나 담아야겠다.
감상 1: 케인스의 삶과 그의 비전, 그리고 그것이 내게 던지는 질문.
케인스도 대영제국과 블룸즈버리라는 그의 거품 같은 세계관 안에서 자랐던 사람이었다. 식민지라는 영국이 가진 불합리함을 모르고 그 귀족문화를 칭송했던 거품 같은 관념을 가졌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세계대전을 거치며 현실과 기존 세계관과의 괴리를 느끼자, 자신의 믿음과 논리를 버리고 과감하게 현실을 반영하는 자신의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철학을 주장하고 전파하고 설득한 끝에 뉴딜정책 등을 통해 현실을 바꾸어낸 선동가이자 혁신가, 통합가였던 사람이다.
그의 철학은 "좋은 삶", 혹은 "위대함"을 추구하는 이상이다. 단순히 효율성이나 물질적 풍요를 넘어서 예술이나 품격, 선함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다. 그 이상주의가 주는 울림과 그 비현실성에 가슴이 복잡해진다. 나는 케인스처럼 뜨거운 이상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다. 왜냐면 내가 겪은 현실 속 사람들이 그런 이상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흑백논리처럼 단순하거나 돈처럼 숫자로 보이는 가치에 끌리지, 좋은 삶이나 위대함 같은 복잡하고 모호한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불확실한 개념이나 복잡해서 이해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을 꺼리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까? 처음 떠올랐던 생각은 "모두를 움직이는 힘"에서 다뤘던 비전이었다. 하지만, 비전도 그 자체를 수치화하기 어려운 개념이라 기각되었다.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비전과 유사하면서도 수치화될 수 있는 개념이어야했다. 그런 의도를 품고 내 삶의 순간들을 되돌아보았더니 몇몇 사례가 떠올랐다. 우선, 논문의 인용 지수도 연구의 가치를 수치화한 개념이었다. 좀 더 일상적인 예로는 유튜브의 구독자 수나 조회 수도 영향력을 수치화한 개념이었다. 이미 사람들은 자신이 품은 비전을 수치화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돕는 도구를 만들어놓았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개념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권력의 원리에서 배운 철회와 확대 전략을 더한다면 오늘날 자본주의가 가진 힘을 빼서 "좋은 삶"이란 이상에 더할 수 있을까? 우선 돈이 가진 가치와 그에 대한 통제권을 줄여야 할 것이다. 논문이나 유튜브 같은 다른 가치를 인용 지수나 조회수 같은 방법으로 부각해 돈에 대한 관심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관점으로 내 삶을 되돌아보며 익숙한 경험에서 새로운 면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던 중, 금본위제로 인한 경제 문제나 "클린턴이 2000년에 예상했던 중국의 정치개혁도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같은 문장에서 정치가 경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평가에서 정치 발전은 뒤져있으나 경제 발전은 앞섰다는 말을 듣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 속에서 미국의 입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우리나라의 역할이 가장 크겠으나, 미국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당당히 경제력을 기준으로 선진국 반열에 든 지금부터는 정치의 발전이 없다면 더 성장하기 어렵지 않을까란 우려가 들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생각은 정치권력의 개혁으로 이어져 "권력의 원리"에서 배웠던 개념을 점검해 보게 되었다.
권력은 권위와 서사로 유지된다. 우리는 정치 분야에서 무의식적으로 권위에 복종하거나 기존 서사를 받아들이지는 않는가? 다음으로 선동과 혁신 통합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책에서 말했던 기술이 사회를 바꾸고 있는 모습들은 보인다. 마지막으로 권력을 공유하거나 책임을 강화하는 면들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면들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웹툰 "송곳"의 명대사가 있다. "섬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다른 섬의 존재다." 다른 섬의 존재를 알리는 것도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시도 중의 하나이지는 않을까?
감상 2: 다른 책들과의 짧은 연결
케인스를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난 책은 바로 이전에 읽었던 "권력의 원리"였다. 돈(3대 경제 주체: 가계-기업-정부, 삼권 분립인 입법-사법-행정), 케인스의 설득 전략, 클레망소의 권력관 등의 책의 많은 순간들에서 그 책이 떠올랐다. 또한, 케인스가 성장하는 모습에선 "주의-적극적 참여-에러 피드백-통합"이란 개념을 알려준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가, 전쟁 후 대공황을 넘어선 이론에서는 전쟁을 넘어서는 화합을 보여준 "아인슈타인의 전쟁" 속 에딩턴이, 자신이 경멸하는 국가를 위해 일하는 케인스의 모습에서는 "미야자키 월드"에서 다뤘던 "바람이 분다"의 지로가, 예술을 추구하는 이상에서는 "혁신의 뿌리"가, 케인스의 철학이 미국에서 변질되는 모습에선 "니체의 삶" 속에서 니체의 철학이 엘리자베스에 의해 변했던 일화가 생각났다.
감상 3: 크리스와의 대화.
책을 읽는 동안 만난 크리스라는 친구와 다뤘던 대화를 담아놓는다. 그는 많은 고민을 하고 낙관적인 희망을 가진 이였다. 또한, 희망과 현실의 마찰로 인한 그의 고뇌에도 공감한다. 또한, 공감에 기반한 소통 능력이 깊은 교감을 위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를 종합해 보면,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이 독특한 생각이 아닌, 배움을 추구하고 성장하는 삶을 사는 이라면 그러한 과정에서 비슷한 정보를 얻고 유사한 깨달음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산물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관점을 넓히고 기존의 관념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책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케인스를 기리며, 그가 생각나는 Memories를 듣자. (https://youtu.be/SlPhMPnQ58k)
"종국에는, 모두가 죽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1923년 12월)
종국에는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194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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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1 원문 작성]
[2025/12/12 편집 후 재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