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나에게도 여자친구라는 게 있었다.
새벽 편의점
대학 시절, 나에게도 여자친구라는 게 있었다.
엄마조차 놀랐다. 네가 여자친구가 생겼냐고.
그 말이 좀 웃기기도 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했는데
사실 나도 놀라긴 했다.
시작은 새벽이었다. 그리고 편의점이었다.
그날도 새벽까지 일하고 있었다. 손님이 담배를 사다 달라고 했다.
가까운 편의점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왠지 더 먼 곳으로 발이 갔다.
왜 그쪽으로 갔는지 모른다. 그냥 그쪽으로 걸어갔다.
계산대에 여자 알바가 있었다.
너무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했다. 그런데 내 질문에 답해주는 모습이
이상하게 사랑스럽게 보였다.
담배를 사러 갔는데, 그날따라 빵이 눈에 들어왔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하나를 집어 들고 물어봤다.
그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이상하게 부드러웠다.
새벽이라 더 그랬는지, 그 말투가 오래 남았다.
그냥 끌렸다. 눈이 거기 갔다.
아무 말도 못하고 물건만 사서 나왔다.
그런데 계속 생각이 났다. 새벽에 일하면서도, 집에 가면서도.
살 것도 없는데 그 시간쯤 다시 한 번 갔다. 그냥 보고 싶어서.
없었다.
다음 날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보자는 마음으로 간 날, 있었다.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냥 종이에 내 번호를 적어서 전달했다. 그날 적은 게 아니었다.
이틀 전부터 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것이었다. 갈 때마다 꺼내지 못하다가,
그날은 그냥 건넸다.
연락이 올까, 생각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려던 참이었다. 문자가 왔다.
만나자는
버스는 그냥 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폰을 들고
첫 연애였다. 그리고 5년이 시작됐다.
나보다 네 살 어렸다. 궁합은 안 본다고들 한다. 그냥 만났다.
새벽에 일이 끝나면 편의점으로 갔다. 처음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잠을 안 자도 좋았다. 눈이 피곤한데 가고 싶었다. 그 시간이 좋았다.
새벽에 즐기던 데이트가 가끔 생각난다.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먹었던 것, 가로등 아래 걸었던 것, 아무도 없는 골목이 조용했던 것. 당시에는 그냥 피곤한 시간이었는데 지나고 나면 그런 것들이 남는다.
그때의 용기를 지금 다시 한 번 내고 있는 중이다.
주머니에 번호를 이틀씩 들고 다니다가 건넸던 사람이,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읽어주면 좋겠지만 안 읽어준다면 그냥 계속 쓰면 되겠지. 읽어줄 때까지.
“그때는 그냥 종이 한 장이었다.”
그런데 그 한 장이, 5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