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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피free dompea ce Oct 24. 2022

먼슬리 뭘 봐(Monthly - 뭘 봐) 2화

매거진 Moon 11월 호 연재 북 토크

매달 보고 느끼고 간직한 그래서 나누고 싶은 책

매거진 Moon 11월 호 2화


안도현 <잡문(雜文)>



이번 달은 안도현 시인의 <잡문(雜文)>을 선정했다.    

  

2015. 이야기가 있는 집 출판사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 본 게 얼마나 되었던가

이 글을 읽는,을 이유는 사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점점 춥기도 하다

계절도 시절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였던 시절과 이유를 잊지 않는 것

그래서 다시 우리가 우리이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것

그리하여 별똥별이 있었음을 잊지 않는 것.            

본문 p.11


좁긴 했지만, 그 마당을 위해 진 빚으로 평생 고생하신 부모님이 계셨지만

따스한 햇빛이 들던 마당과 칠이 벗겨지고 쭈글쭈글한 바닥을 가진 금빛 양은 세숫대야를 가진 적이 있었다.  

되도록 가득 물을 받아 두 손바닥을 바닥에 대면 팔목 위로 물이 찰방 대던 양은 대야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즈음이었을 게다

그 깊이에 빠져 아득해진 무렵이.

금빛 양은 대야에 그보다 맑은 금빛 햇살이 내리쬔다.

한가득 물을 채우면 바닥과 가까운 곳에 올챙이 입만 한 방울이 맺힌다

대야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맥이 풀리면

그 끝없는 깊이에 정신마저 아득하다

한 뼘이나 되었을까? 나는 한도 끝도 없는 깊이로 빠져든다.

시인이 말하는 삶을 지배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금빛 깊이로 남아 있다.    

본문 p.32

저마다의 일생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는 그 말에

시인처럼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를 돌아보려 노력한다          

본문 p.79

딱정벌레처럼 발소리를 줄이고

물소리에게 귀를 내주기를 바라는 시인

본문 p.51

그러나 시인의 진정한 힘은 타자의 눈이 소중함을 잊지 않는 데 있다.          

본문 p.25

감성 밑에 웅숭그린 그런 냉철한 이성이 슬며시 얄미워지다가도 딱새의 새끼를 보며 기도를 한다는데야 그저 고개를 끄덕일 밖에...

본문 p.121

오래된 간판과 단출한 메뉴를 가진

넓지 않은 식당을 찾아가고 싶다

오래고 처음인 그곳에서

따순 국물에 푹 적신

그보다 따순 구절, 한 숟갈 들고 싶은 요즘이다.                 

본문 p.165

11월에는 생의 안쪽을 생각한다는 시인을

11월에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안도현이 여러분에게도 '11월의 누군가'가 될 수 있기를

본문 p.135

어디 깊기만 해서야 되겠나,

가끔 '낄낄'거리기에도 맑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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