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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피free dompea ce Nov 22. 2022

이 달이 아무 거니?

매거진 Moon 12월 호 연재 칼럼

이 달이 아무 거니?

- 매거진 Moon 12월 호



12월, <이 달이 아무 거니?>는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12월이니까.

묵은 글들을 뒤적이다 두 해 전에 만든 '동화'가 눈에 띄었다. 이번 달 <이 달이 아무 거니?>는 이 동화가 괜찮을 것 같다. 아무래도 12월이니까.


by. 김재명


눈송이 하나의 무게     


어린 새가 어느 날 여우에게 말했습니다.

“눈송이 하나는 얼마나 무거울까?”

꼬리가 하얀 여우는 방금 까만 코 위에 떨어진 눈송이를 혀로 핥으며 말했습니다.

“금방 녹아버리는데 그게 얼마나 무겁겠어?”     

어린 새는 여우의 머리 위로 뻗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습니다.

“저기 동산 위에 나무 보여?”

꼬리가 하얀 여우는 어린 새의 부리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곳에는 굵은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진 아름드리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저 나무가 왜?”

까만 코보다 더 까만 눈을 깜빡이며 여우가 물었습니다.

갈색 머리에 빨간 꽁지를 가진 어린 새는 여우가 혀로 빨간 털을 쓰다듬는 것을 보며 말했습니다.

“어젯밤에 말이야...”     


지난밤

어린 새는 아름드리나무의 굵고 튼튼한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늘에서는 갓난아기 엄지발톱만 한 눈이 내리고 있었고요.

눈은 어린 새의 날개 밑 보드라운 솜털처럼 가볍고 조용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린 새는 처음 보는 고운 눈에 취해 나뭇가지에 쌓이는 눈송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이도 내릴까요?

어린 새는 어느 순간부터 눈송이를 하나씩 세고 있었습니다.

삼만 팔천 이백 하나를 세고 난 뒤

또 하나의 눈송이가

그러니까

삼만 팔천 이백 두 번째 눈송이가 나뭇가지에 떨어졌을 때

어린 새는 푸드덕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우찌근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가 그만 부러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새는 검은 줄무늬가 있는 갈색 날개를 쉼 없이 움직이며

팔이 꺾인 나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 12월, 한 해를 꾸려온 하루하루들을 생각해본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그냥 그런대로, 어찌어찌 보내도 별 탈 없는 나날들. 그 새털 같은 하루하루에 세상 가장 큰 힘이 내재해 있다. 가장 연약한 것이 가장 강한 것이라는 역설 앞에 내 눈송이 하나는 과연 얼마의 무게를 지녔을까 고민해본다. '보내고 맞이하는' 달이 이어진다. 잘 갈무리하고 잘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하나 바라는 것은 내년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눈송이들이 올해보다는 더 적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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