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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피free dompea ce Jan 05. 2023

단이파리 열, 평범함에 대한 감사

일상의 단상을 짧은 시로 옮깁니다. 같이 또 따로 생각할 꺼리...

평범함에 대한 감사     


쌔-한 냄새로 

사람들 미간을 찌푸리게 한 벌로 

파스가 떨어져 나간 자리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파스가 남긴 끈끈이들은  

하수구에 뭉친 털뭉치처럼

오른쪽 발목 위에 둥우리를 틀었다. 


거품 비가 내려도 

굳건한 둥지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특별해서 

파스를 붙여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매끈한 코팅이 덧발라져 있어 

털들이 둥우리를 틀지 않는다면 

그렇게 내 몸이 특별하다면     


초록색 타올로 털뭉치를 

쓱 미는 순간 

거친 칼날에 

움츠러드는 촉수처럼

발목을 찔끔하며 나는 알았다. 


접질리면 아프고

붙이면 냄새나고 

떼 내면 아픈 

바로 그 평범함이

손바닥만한 파스 하나로

내 발목을 낫게 해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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