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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피free dompea ce Oct 15. 2023

최은영 <일년>을 읽고

  그녀는 다희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최은영 <일년> 중    

  

모처럼 마음의 어깨를 두드리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글을 만났다.


그리고 이제야 알겠다.      

 ‘그’와 ‘그녀’들이, 들에게 던진 돌멩이의 정체를.

     

그녀는 여전히 그녀인 채로 살아 있었다    최은영 <일년>의 마지막 문장    


맞다. 결국 우리는 모두 여전히 어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하나하나의 나인 채로 살아가고...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든 "정성스럽게 껍질을 벗기고, 하나하나씩 떼어낸 귤 알맹이를 내 손바닥 위에 올려주는" 이를 만나고 싶을 것이기에,


그래서

그녀가 그녀인 채로

내가 나인 채로

우리가 그저 우리인 채로만 남는, 남을 것이라고 말하는

<일년>의 마지막 한 줄이

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고 어깨를 두드린다.     


다시 겪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로 인해 참을 만한 일을 기분 좋게 하게 되고,

 다시 그 참을 만한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되는 오래된 경험. 


어떤 글들은

'평생 평론만 해도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최은영은 내게 그런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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