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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원필 Mar 20. 2020

월간작업실

두번째작업실 분투기 - 월간작업실

두번째작업실 오픈 이후, 고객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간을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방문이 반복되다 보면 공간이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공간 변화가 분명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공간의 분위기는 해치지 않는 익숙함과 변화의 그 어딘가 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카페와 같은 공간 비즈니스에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인테리어 디자인입니다. 오픈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게 되면 초기 방문자 수에 비해 손님의 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주변에 새로운 카페들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트렌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카페 사장님의 속은 타들어가기 마련이죠. 오픈 당시에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의 가게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행과 트렌드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신규 고객의 유입은 점차 줄고, 매출은 점차 줄어들어갑니다.


이럴 때 새롭게 재단장하면 손님이 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물론 전략적으로 인테리어가 잘 된 경우, 투자 대비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습니다. 반면, 투자금을 들여 대대적으로 인테리어를 교체함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비해 모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분위기 쇄신을 위해 야심 차게 인테리어를 바꾸었지만, 기존 고객의 발걸음마저 끊어지는 케이스도 제법 있습니다. 인테리어 변화에 따라 기존 느낌과 분위기가 사라지게 되면서, 그간 가게에 애정을 가지고 아껴주었던 단골들이 발걸음을 돌리게 되는 최악의 수가 되는 겁니다. 저희 역시 애정을 가지고 자주 방문하던 카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 인테리어를 하셨는지 가게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전에 느껴졌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아서 가던 카페였지만 새로 바뀐 분위기에 적응이 힘들었고 결국 저희는 다른 곳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두번째작업실을 시작할 때 이미 예산이 워낙 빠듯했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 큰돈을 투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비용을 활용하여 공간 안에서 익숙함과 새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그 답을 손님들의 행동 패턴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작업실에 오는 손님들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저희 가게에 찾아옵니다. 친목을 위해 방문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며,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가장 많은 손님군은 개인 작업 혹은 일을 하기 위해 두번째작업실을 방문합니다. 자료 검색이나 특정 작업, 문서 작성 등을 주로 하기 때문에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주로 사용합니다. 책이나 서류를 들고 와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한 부류의 손님군은 독서를 목적으로 하는 분들입니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 혹은 읽고 있던 책을 계속 이어 보기 위해 저희 가게로 오십니다.


저희는 여기서 '책'이라는 도구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책은 공간의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좋은 도구입니다. 책의 내용인 콘텐츠 자체도 훌륭합니다만 표지의 디자인도 다양하고 인상적인 책도 많아서 어떻게 큐레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공간에 대한 인상이 변합니다. 책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인테리어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공간에 신선함을 더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9년 한 해동안, 매월 새로운 테마를 선정하고 테마에 걸맞은 책과 콘텐츠를 선정하고 비치하는 '월간작업실'을 실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집에 이미 가지고 있는 책들과 새로 사는 책을 적절히 섞어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잡아보았습니다.


1월 - 보다 멋지게 한 살 더 먹기 : 새해를 맞이해 작년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책들을 선정했습니다. 신년 계획에 도움을 줄만한 내용들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2월 - 추리와 함께하는 미스터리 작업실 :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유독 짧습니다. 짧은 한 달을 흥미롭게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미스터리 테마를 잡아서 운영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과 만화책, 보드게임까지 함께 배치하고, 말일에는 '마피아 나이트'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3월 - 마을만들기 : 개인적인 관심사를 나눠보고자 했습니다. 즐거운 동네를 만들기 위한 방법과 해외의 다양한 예시, 동네를 탐방하고 만든 책 등을 비치했습니다. 첫 예상과는 달리, 가장 반응이 좋았던 테마였습니다.


4월 - 연애 : 벚꽃이 만개하고, 데이트하기 좋은 날씨에 맞춰 선정한 테마입니다. 연애소설과 에세이, 만화책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성 간의 연애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연애에 대한 내용들이 골고루 보여질 수 있도록 선정에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5월 - 반려동물과 살아요 : 가정의 달인 5월에는 반려동물 이야기를 주제로 월간작업실을 운영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와 잡지를 배치하고 반려동물 그리기 클래스도 함께 운영했습니다.


6월 - 건강한 삶을 위하여 :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돌아오는 무렵이 다가오면,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합니다. 그에 맞춰 월간작업실도 운동과 식단, 정신건강까지 건강한 삶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7월 - 테마가 있는 여행 : 기왕 가는 여름휴가를 의미 있게, 혹은 목적 있게 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주제입니다.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8월 - 다시, 마을만들기 : 3월에 인기 있던 마을만들기를 다시 한번 준비했습니다. 3월에 마을만들기에 대한 개요에 대해 설명했다면 8월에는 실질적인 사례뿐 아니라 실제로 금촌 주민들과 함께 만든 '금촌맛지도'와 '금촌 굿즈'도 직접 만들어 배포하였습니다.


9월 - 그 남자의 옷장 : 남자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테마를 진행했습니다. 유행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인문학으로서의 남성 복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구성한 책들을 비치했습니다.


10월 - 빵과 함께 : 유독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노릇노릇하게 막 구워진 맛있는 빵이 생각납니다. 빵과 얽힌 에세이뿐 아니라 빵집 이야기, 레시피까지 빵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해보고자 했습니다. 특별히 카페에서 매월 진행하는 금촌 미식회를 통해 동네 빵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11월 - 오늘의 일, 내일의 일 : 타다 이슈와 더불어 지속 가능한 일자리에 관한 내용을 함께 나눠보고자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데, 미래의 일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보았습니다.


12월 - 연말정산 : 2019년을 되돌아보면서, 지난 1월에서 11월까지 월간작업실을 통해 소개된 책들 중, 가장 인기 있던 책들을 모아서 다시 소개해보았습니다. 


각 월별로 해당 테마를 선정하게 된 이유와 선정한 책을 소개하는 머리말을 배치하였습니다. 그리고 큐레이션 한 책들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추천하는 이유, 그리고 꼭 읽었으면 하는 추천 대상도 함께 적어 각 책에 배치하였습니다. 왜 이 책을 지금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함께 이야기했으면 하는 부분을 고객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물론 모든 월간작업실 테마가 성공적인 반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호응이 좋았던 테마가 있었던 반면, 호응이 거의 없는 달도 있었습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3월과 8월에 있었던 '마을만들기' 주제에 대한 큐레이션이 가장 반응이 좋았습니다. 마을만들기라는 테마 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흥미를 돋웠고, 실제로 동네를 테마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가장 기대하고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10월의 '빵과 함께'라는 테마는 반응이 매우 적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월간 작업실을 진행하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매월 7-10권 분량의 책들을 소개하기 위해 저 역시 책을 열심히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덕에 그간 관심 있던 이슈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었고, 책을 중심으로 손님들과도 다양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손님들과 하는 대화에 깊이감이 생기면서 고객들과의 관계도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도 이번 달에는 어떤 책이 소개되는지 궁금해하고, 저희의 큐레이션을 살펴보며 다방면으로 독서해볼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다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 계속해서 책을 읽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피드백도 함께 받았습니다.


저희는 이런 내용들을 종합하여 2020년에는 월간 작업실을 조금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월간에서 분기별로 일정을 조절하기로 했습니다. 3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소개된 책들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선정한 주제에 대해서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지금보다 한발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 혼자서 책을 선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두번째작업실의 열렬한 팬이자 좋은 파트너가 되어준 진희님께서 큐레이션 작업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분기별 테마를 함께 정하고,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좋은 책과 콘텐츠들을 선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변화하고 진화해가는 두번째작업실의 앞으로를 더욱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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