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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원필 Mar 04. 2020

예측 가능한 공간을 만들자

두번째작업실 분투기 - 운영에 대한 기본 가이드 설정

두번째작업실을 오픈하면서 저희는 손님들에게 '예측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저희에게 예측 가능한 공간이란, 비록 개인 카페지만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일정한 운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약속이라고 해도 거창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서비스 시간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두번째작업실을 오픈하기 전, 저와 사장님은 각각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했습니다. 집에서도 작업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귀여운 방해, 집이 주는 편안함에 못 이겨 자꾸 게으름을 부려 효율성이 떨어져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저희는 동네뿐 아니라 서울, 일산, 파주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일을 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언제 어디를 찾아가더라도 비슷비슷합니다. 그래서 공간이 주는 영감을 얻고 싶을 때는 독특한 감성이 묻어나는 개인 카페를 찾아다녔습니다. 사장님의 취향이 곳곳에 묻어나는 카페에 방문하면, 나도 모르게 감성 충만해지곤 했죠. 개성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저희 취향은 프랜차이즈보다 개인 카페의 방문을 더 선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보통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서 새로운 가게를 방문하는데요. 간혹 분명 영업일이라고 올라와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이 닫혀있어 못 가게 된 카페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개인 카페다 보니 사장님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문을 닫게 되는 경우들이 있을 겁니다. 저희는 그렇게 해서 발걸음을 돌렸던 장소는 다시금 찾지 않게 되더군요. 물론 재방문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재방문을 했는데도 헛걸음을 하게 된다면 아무리 괜찮은 곳으로 소문난 곳이어도 다시 찾아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와 사장님은 오픈 전부터 정기 휴일을 반드시 갖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카페 오픈 첫 해는 의욕도 체력도 넘치는지라 쉬는 날 없이 쭉 영업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희도 초반 휴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변에 많은 분들이 만류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휴일을 갖기로 결정했습니다. 2주간의 가오픈 기간을 운영하면서 주변의 대부분 개인 카페가 쉬는 월요일을 피해, 손님들의 방문이 가장 적었던 화요일을 정기 휴일로 잡았습니다. 


1. 퀄리티를 위한 체력 비축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30대 후반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시작하는 첫 가게인지라 욕심도 많고 할 일도 많았습니다. 매일 아침 11시에 오픈해서 밤 11시에 문 닫을 때까지 약 12시간을 근무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충분한 휴식을 취할만한 시간이 없다면, 서비스 퀄리티 저하가 필연적으로 찾아올 것 같았습니다. 무리해서 일하다 몸에 부담이라도 와서 갑자기 쉬게 된다면 모처럼 찾아온 손님들이 헛걸음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휴일을 결정해서 그 날은 푹 쉬고, 휴일 외의 영업시간은 반드시 지키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그 약속은 한 번도 깨지지 않고 지켜지고 있습니다.


2. 양질의 재료를 확보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휴일이라고 마냥 쉬는 건 아닙니다. 카페에서 영업을 하다 보면 가까운 곳에서 수급 가능한 재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재료들도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재료들은 인터넷 쇼핑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일과 같은 신선 식품은 퀄리티가 들쑥날쑥했습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좋은 물건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날에는 생각보다 많이 안 좋은 재료가 오기도 했죠. 그래서 신선 식품군의 경우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도록 재료 확보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3. 트렌드는 직접 경험해봅니다.

휴일을 이용해 다른 카페, 상점, 거리 등을 방문해 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트렌드가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카페는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군인만큼 이를 리서치하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어떤 메뉴가 새롭게 등장했는지, 파주가 아닌 서울에서는 어떤 카페가 인기 있는지, 카페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은 무엇이 있는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 직접 경험해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우리 카페에 제대로 적용할 수 없으니까요. 정기 휴일을 결정하면서 저희는 다양한 장소들을 방문하고 또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예측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두 번째는, 손님들이 공간 전체에 대한 맥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저희의 경우 2-3시간을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카페라는 공간의 특성상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고 너무 오랜 시간 자리를 잡고 있으면 잠시 앉아서 쉬려고 온 손님들이 쉬지 못할 수도 있죠. 개인 카페의 경우 음료 한 잔만 시키고 오랜 시간 자리를 잡고 있는 손님들이 많아지면, 매출에도 영향을 분명 끼칩니다. 저희는 빠르게 집중해서 작업하고 나오기 위한 목적으로 카페를 찾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 카페들은 가게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고 좌석 수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공간 안에서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하기에는 부담이 가는 때가 많았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 카페를 선호하는 저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을 위해 프랜차이즈를 방문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났습니다. 작업하는데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죠.


두번째작업실은 이름에 '작업실'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개인 작업에 충분히 시간을 쓸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저희의 의도를 알리고자 개인 카페에 방문해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공간을 누리다 갈 수 있도록 공간 디자인부터 신경을 썼습니다. 


'두번째작업실'이라는 공간의 맥락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했습니다. 공간 디자인의 시작에서 이야기했듯, 저희 공간의 테이블 수는 저희가 핸들링 가능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총 2인, 4인, 6인석 등 총 8개의 테이블이 있습니다. 각 테이블은 작업하는데 최적화하기 위해 비교적 넓게 테이블 간격 레이아웃을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노트북 등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 각 테이블 당 1개 이상의 콘센트를 배치하였습니다. 


가게를 오시는 손님들께는 충분히 시간을 즐기다 가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작업을 위해 여러 카페를 전전했던 이야기를 함께 건네면 고객들도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있다 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리필 시스템을 만들어 장시간 고객들이 음료와 디저트를 재구매하는데 부담 없도록 하였습니다. 커피음료뿐 아니라 차나 에이드 같은 기타 음료를 구매하더라도 1,000원만 내면 아메리카노로 리필해드리고 있습니다. 


장시간 작업하기에 한 잔의 음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렴한 리필을 제안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음료가 저렴하므로 추가로 디저트를 구매하는데 부담이 없습니다. 저희에게도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공간의 맥락을 손님들이 직접적으로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문수가 점차 늘어날수록 저희 가게가 제공하고자 하는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손님들이 늘어나게 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두번째작업실을 소개하는 일도 점차 많아질 것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별 것 아닌 운영 가이드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저희가 고객 입장으로 다른 카페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개인 카페의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고객들이 두번째작업실을 예측 가능한 공간으로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매주 화요일과 설과 추석 명절 당일을 제외한 날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셔서 마음껏 개인 작업도 하시고, 여유롭게 커피도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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