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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원필 Mar 02. 2020

동네 카페 사장님의 역할은

두번째작업실 분투기 - 정보상 / 커뮤니티 매니저 / 퍼실리테이터 

카페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저희 두번째작업실 근처에도 수많은 카페들이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들을 비롯해, 개성 있는 개인 카페까지... 금촌 카페 씬이라고 불러도 부족함 없을 정도로 많은 카페들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가게들과 차별점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커피맛은 필수겠죠? 저희 두번째작업실은 커피가 맛있다고 나름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전 글인 우리의 커피맛을 찾아서를 통해 어떻게 원두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저희 취향에 맞는 커피가 모두에게 맞는 커피는 아닐 수 있습니다. 만약 커피 맛이 취향의 문제라면 손님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주어야 동네 카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동네 카페 사장님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혹시 옛날 서부 영화를 본 적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 TV나 영화에서 보았던 서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동네의 바텐더를 찾아갑니다. 보통 바텐더들은 과묵합니다. 컵만 그저 조용히 닦고 있을 뿐이죠. 다만, 주인공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슬쩍 알려줍니다. 주인공은 바텐더에게 들은 사람을 찾아가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까지 이끌어내죠. 어릴 때 그 바텐더의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건 '우와 정말 저 사람은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이구나'라는 경외심이었습니다. 


금촌에서 두번째작업실을 운영하면서 느낀 건, 동네 카페 사장님의 역할이 바로 그 바텐더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동네의 수많은 정보들을 섭렵하고 있는 최고의 동네 정보상이자, 카페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커뮤니티 매니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개선해나가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번째작업실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1. 동네의 정보상

두번째작업실은 금촌, 그것도 원룸촌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곳 원룸촌은 주로 LG 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하는 젊은이들이 주로 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이동이 잦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방침에 따라 구미에서 파주로, 혹은 그 반대로 이동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금촌 지역으로 이전해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경상도에서 경기도, 그것도 최북단 파주로 갑자기 오게 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동네에 대한 정보입니다.


금촌에 있는 맛집은 어디인지, 휴일 없이 여는 약국은 어디인지, 병원은 어디 있는지, 관공서는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수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나 홍보 관련한 내용이 아닌 동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진짜배기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동네 카페가 지역의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페는 동네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입니다. 실제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진짜 정보를 수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을까요?


카페 사장님이 손님들과 관계가 조금씩 깊어질수록 인터넷 등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쌓일 확률은 더욱 높아집니다. 인터넷에서 유행을 타고 반짝 인기를 끄는 그런 가게가 아닌 진짜 오래되고 사랑받는 가게에 대한 정보, 과잉진료 없고 친절한 병원에 대한 정보, 노련하고 숙련된 수리기사님에 대한 이야기 등은 쉽게 얻을 수 없습니다. 


동네 카페 사장님은 손님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런 고급 정보들을 잘 쌓아두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이런 정보가 필요한 손님들이 있다면 공유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동네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그분들의 아지트로 거듭날 것입니다. 

 


2. 커뮤니티 매니저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오피스)가 대두되면서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을 이해하고 서로를 연결하는 사람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는 입주한 기업, 혹은 개인의 인적 / 물적 자원과 핵심 능력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를 발견해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업무상 필요한 자원이 생길 경우, 커뮤니티 매니저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토대로 개인 간 혹은 기업 간 연결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공간에 들어와 있는 구성원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해 크고 작은 이벤트를 만들어 교류의 자리를 만듭니다. 때로는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친구의 역할도 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커뮤니티 매니저와는 달리 동네 카페 사장은 비즈니스라는 부분을 걷어내고, 동네 주민들이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이벤트를 통해 주민들 간 소통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며, 동네 사람들의 친구이기도 한 사람이 되는 거죠. 때로는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고, 때로는 만들어진 커뮤니티를 지원도 해주는 겁니다. 모임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이 더해진다면, 동네 카페지만 프랜차이즈 카페가 침범하기 어려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3. 퍼실리테이터

퍼실리테이터는 회의 또는 워크숍처럼 여러 사람들이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함께 일을 할 때,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일의 과정을 설계하고 참여를 유도해 질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습니다. 일 할 때도 마찬가지로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낼 수는 없죠.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목표를 향해서 함께 달려가게 됩니다. 여러 사람들의 배경과 지식, 능력이 합쳐진다면 혼자 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다만 다양성으로 인해 의견의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순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의미한 회의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이때 유능한 퍼실리테이터가 있다면 모든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될수록 퍼실리테이터로서 카페 사장의 역할이 늘어나게 됩니다. 커뮤니티의 직접적인 운영이건, 혹은 별도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이건 다양한 분야에서 조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겨납니다. 카페 내 커뮤니티들 간의 스케줄 조정, 카페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프로그램의 조율, 혹은 직접 운영하는 커뮤니티 내 구성원들 간의 조율까지 생각 외로 많은 부분에서 이런 역할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카페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동네에 있는 작은 개인 카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주지 못하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그중 제법 큰 역할을 부분이 바로 카페 사장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가 종종 열리는 그런 카페가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어떨까요? 그곳에 가면 즐거운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사람들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바로 우리 카페로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찾아오는 매력적인 동네 카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맛있는 커피뿐 아니라, 사장님의 역할에 대해 꼭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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