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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원필 Jul 31. 2020

공간을 지배하는 음악

두번째작업실 분투기 - BGM 선곡의 중요성

이른바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카페들에 찾아가 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곡들보다는 생소하지만 공간과 잘 어울리는 멋진 음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공간을 위해 작곡을 부탁해서 오리지널 트랙을 만드는 곳도 제법 있습니다. 그만큼 음악은 공간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처음 저희가 두번째작업실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던 때부터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공간 안에서 물리적 인테리어 요소가 8할 정도를 차지한다면 나머지 2할은 음악이 그 몫을 담당하기 때문이죠. 어떤 음악이 흐르느냐에 따라 공간에 대한 인상이 크게 변경됩니다.


나무로 된 커피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하얀 벽이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커다란 창에서 햇살이 들어오고 테이블 옆에는 커다란 화분이 있습니다. 이 공간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을까요? 클래식 음악이 나오고 있다면 매우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의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EDM 사운드의 강한 비트를 지닌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최신 트렌드를 입은 패셔너블한 공간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공간을 채우는 음악은 공간의 인상을 완전히 변경해버립니다. 음악은 인테리어의 진정한 완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스타벅스는 매달 자신들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본사에서 선정해 전 세계 각국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라는 공간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악을 내보냄으로써 스타벅스만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번째작업실은 그동안 4개의 플레이리스트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오픈할 무렵부터 쭉 사용해오고 있는 오리지널 플레이리스트, 겨울과 여름에 걸맞은 계절 플레이리스트,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기간에만 사용하는 플레이리스트입니다.


공간 디자인 콘셉트에 맞춰 작업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음악을 선곡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런 콘셉트에 맞추다 보니 한국곡보다는 팝송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사가 귀에 잘 들리는 경우, 집중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글로 된 가사보다는 영어로 된 가사가 좀 더 나은 것 같았습니다. 아예 가사가 없는 연주곡 역시 저희와 잘 맞는 음악이라고 생각되어 선곡에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한 비트가 빠르고 강한 리듬을 지닌 곡보다는 듣기 편하고 악기 수가 적게 들어간 어쿠스틱 계열의 음악이 많습니다. 최신곡도 있지만 5,60년대의 곡들도 제법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노래가 주는 편안함이 개인적으로는 작업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규칙에 맞춰 앞서 이야기한 4개의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였습니다.


어쿠스틱, 팝, 재즈, 경음악 등 듣기에 편안하고 노래가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공간의 배경음악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곡들이 선정되었습니다. 여기에 계절이나 특별한 시즌에 어울리는 곡들이 추가되고 빠지는 방법으로 플레이리스트를 하나씩 채워나갔습니다.


물론 두번째작업실의 모든 플레이리스트는 사장님의 취향이 적극 반영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듣기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곡은 콘셉트에 비교적 부합하더라도 과감하게 빼고, 저희 마음에 드는 곡들로 채웠습니다. 최근에는 전체적인 공간 이미지를 조금 변경해보고자 라운지 플레이리스트를 추가하였습니다.


두번째작업실의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입니다. 평소 즐겨 듣지 못했던 음악인데 마음에 들 경우, 저희에게 물어보아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공간에 흐르는 음악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이죠.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게 되면 대화가 더 수월해지고 지속적인 소통에 도움이 됩니다.


음악은 공간을 완성시키는 마침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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