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주간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과 워크숍'의 두 번째 모임이 어제인 19일 저녁 8시부터 파주시 금촌동에 위치한 두번째작업실에서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생각도구 1. 관찰'의 실천적인 방법을 직접 체득해보기 위한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지난 시간에 건강상의 이유로 못 오셨던 멤버분이 참가하셨으나, 이번 주에는 회사 워크숍 때문에 못 오신 분이 한 분 계셔서 아쉽게도 전원이 함께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다음 주에는 모든 멤버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주에 관찰을 읽고 느꼈던 감상과 의견들에 대한 간단한 리뷰를 진행한 뒤, 본격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워크숍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었습니다.
1. 평소 하지 못했던 관찰의 기회를 가져본다.
2. 최대한 자세히 관찰하고 그 내용을 기록해본다.
3. 내 관찰의 결과를 발표해보고, 피드백의 시간을 갖는다.
4. 피드백을 통해 나의 관찰에서 부족했던 점을 살펴보고
다음에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관찰에 적용한다.
어린 시절에는 학교 숙제 때문에라도 했었으나, 어른이 된 지금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관찰. 그냥 쉽게 인식만 할 뿐,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살펴본 게 저 역시 매우 오랜만이었습니다. 참여한 멤버들 모두에게도 신선한 경험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1. 개별적으로 관찰한 물건에 대한 설명하기 : 미리 내 준 숙제 내용을 발표합니다.
2. 발표자 외 나머지 멤버들은 설명을 듣고 물건을 상상해보며 그려보기
3. 발표를 마친 후, 실제 물건과 그려진 결과물과의 차이를 살펴보기
4. 추가적으로 관찰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
5. 발표자는 다음 발표자를 지목
지난주 책 읽기를 마치고 멤버분들께 숙제를 내 드렸습니다.
'내가 가진 애장품 혹은 물건 중 하나를 선택해서 관찰하고 그 내용을 적어오기'
아래는 제가 관찰한 물건에 대하여 적어본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한 번 이 물건이 어떤 것일지 한 번 그려보세요.
이 물건은 은색의 알루미늄과 약간의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높이는 135mm, 가장 넓은 폭도 135mm로 높이랑 동일했습니다. 좁은 폭은 73mm였습니다. 이 물건은 크게 3개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가장 하단에 들어가는 파트는 전부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냥 만져보면 차가운 느낌입니다. 8 각형의 기둥 형태의 통이며 속은 비어있어, 무언가를 담을 수 있습니다. 바닥면에는 얇은 원으로 된 가는 선들이 동심원을 이루고 있으며, 동심원의 중심을 기준으로는 삼각형 비슷한 형태의 콧수염을 기른 아저씨 캐릭터가 가는 선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캐릭터는 오른손과 오른손 둘째 손가락을 펴고 하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중절모 타입의 모자와 나비넥타이는 신사적으로 느껴집니다. 동심원 중심의 우측에는 N4라고 새겨져 있고 캐릭터의 손가락부터 동심원을 따라 위쪽에는 MADE BY BI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글자 뒷부분은 닳아서 보이지 않습니다.
이 하단 파트는 팔각형의 기둥이 수직으로 올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약 15도 정도 기울어진 팔각뿔의 윗면을 잘라놓은 것 같습니다. 이 파트의 윗부분 10mm 정도는 다른 파트와 결합이 될 수 있도록 빗면의 나사 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옆쪽의 한 면에는 육각형의 볼트가 붙어있습니다. 볼트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못 형태의 밸브가 있습니다. 이 밸브는 통의 안쪽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통의 내부에도 가는 선들이 수평을 이루고 있으며 만져보면 약간 거슬거슬한 느낌이 듭니다. 통 바깥은 별다른 맛과 향은 없지만, 안쪽에서는 아주 약간의 물 비린내가 배어있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알루미늄으로 된 깔때기의 형태인데, 깔때기의 위 15mm 부분은 지름 45mm의 원통형이고, 중간 12mm는 원뿔 형태, 하단 20mm는 지름 10mm의 원통형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깔때기의 원뿔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얇은 원판이 덧대어 있고, 원판에는 작은 구멍들이 뚫려있어 무언가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안쪽면은 쇠 냄새와 커피 냄새가 함께 나며 안쪽면 곳곳에 얇은 커피가루들이 붙어있습니다.
먼저 이야기한 하단 파트와 결합이 가능한데 하단 파트의 통 안쪽으로 꼭 맞게 결합되고, 튀어나오거나 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마지막 파트는 가장 상단에 조립 가능한 부분으로 전체적으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일부 검은 플라스틱이 곳곳에 있습니다. 하단 파트를 뒤집어 놓은 형태의 팔각기둥 형태며, 위쪽에는 힌지로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있습니다. 파츠의 한쪽 모서리 끝부분은 뾰족하게 튀어나오게 만들어, 무언가를 따를 수 있도록 주둥이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힌지 부분과 검은색의 오돌토돌한 질감의 플라스틱 손잡이가 숫자 7자 모양으로 붙어있습니다. 손잡이와 알루미늄 파트가 맞닿는 부분은 녹아내린 듯 형태가 뭉개져있고, 오돌토돌한 게 아니라 매끈하고 불규칙한 형태입니다.
뚜껑 부분도 팔각형의 아주 납작한 뿔 형태입니다. 한가운데에는 검은 플라스틱의 원뿔을 뒤집어 놓은 형태의 손잡이가 있습니다. 뚜껑 반대면에서 십자 나사를 이용하여 박아놓았습니다.
상단 파트의 바닥면을 보면 맨 하단 파트와 결합이 될 수 있도록 빗면으로 나사면이 안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깔때기에 있는 원판처럼 구멍이 많은 얇은 판이 하나 더 덧대어져 있습니다. 원판의 주변으로는 갈색으로 변색된 실리콘이 감싸고 있습니다. 특별히 맛이 나진 않지만 안쪽면에는 은은하게 커피 향이 남아있습니다.
상단 파트의 뚜껑을 열어서 안쪽을 보면 중앙에 등대처럼 생긴 기둥이 있습니다. 기둥의 상단에는 앞뒤로 구멍이 있습니다. 안쪽면 전체적으로 광택은 전혀 없고 노르스름한 커피 자국과 커피가루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쇠 특유의 향과 맛, 그리고 약간은 씁쓸한 맛이 납니다.
앞서 이야기한 세 개의 파트를 하나로 조립하면 아래쪽에 통이 달린 주전자 같은 형태입니다. 맨 위쪽 팔각형의 파트 한쪽 면에는 바닥면에 새겨져 있던 아저씨 캐릭터가 검은색 스텐실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캐릭터 아랫부분에는 길고 굵은 글자로 BIALLETTI라고 인쇄되어 있습니다. 파츠끼리 연결되는 부분의 바깥면에는 필기체로 Moka Express라고 인쇄되어 있으며 바로 아래에 MADE IN ITALY가 대문자의 고딕체로 아주 작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쭉 적어보니까 엄청 길어졌는데요, 혹시 이게 무엇인지 아시겠나요?
네, 이 물건은 비알레띠에서 나온 모카포트 중, 모카 익스프레스라는 모델의 1인용입니다.
워크숍에선 이런 식으로 각자가 관찰한 물건에 대해 발표를 하면서 상대방이 무엇을 관찰했는지 맞춰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저는 최대한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모카포트의 모습을 적어보았습니다. 물론, 이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관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걸 글로 옮기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중간에 '팔각기둥'이 나오는 부분부터 길을 잃어버리는 멤버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관찰기를 적어가는 과정에서 너무 한쪽 부분을 구체화하려고 하면서 전체를 먼저 그리지 못한 채 세부 묘사를 하는 바람에 인식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와는 달리 '갤럭시 버즈 플러스 BTS에디션'의 관찰기는 참가자들이 관찰 결과를 듣고 유추해나가는데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전체적인 크기와 모양의 묘사에서 시작하여, 점차 구체화되어 가는 관찰기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굉장히 정확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아마 더 구체적인 관찰과 묘사가 있었다면 굉장히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보통 그림을 그릴 때에는 큰 형태나 색상에서 시작해서 점차 구체적인 묘사를 시켜가는 과정을 거쳐 그림을 완성합니다. 관찰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큰 형태에서 시작해서 점차 구체화하는 편이 상대방에게 관찰 결과를 인식시키는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이런 식으로 각자 관찰한 내용을 읽고 무엇을 관찰했는지 유추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서로 상대방의 관찰기를 들으면서 물건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어떤 사물이 '인식'되는 순간 모든 관찰의 결과물을 그 사물에 대입해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발표자의 관찰 대상이 '지갑'이었는데, 관찰한 과정을 듣는 중간 '수건 혹은 손수건'이라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모든 관찰 결과가 수건이나 손수건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저처럼 수건이나 손수건을 생각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실제 사물을 보면서 이야기할 때는 인식이 주는 생각의 오류를 많이 느꼈습니다. 관찰하는데 '인식'이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찰에 경험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른 멤버분의 관찰 대상이 '주머니형 화장품 파우치'였습니다. 매일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라는 설명이 있었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파우치를 들고 다니지 않아서 짐작조차 못했던 반면 비슷한 형태의 주머니형 파우치를 가지고 계신 멤버분은 아주 정확하게 형태까지 유추해낼 수 있었습니다.
형태가 강력한 경우에는 관찰 묘사의 몇 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유추해 낼 수 있었습니다. '호빵맨 저금통'의 경우 캐릭터의 형태가 워낙 단순하고 강력하고, 대중적인 인지도도 있어 참가자 모두가 쉽게 유추해낼 수 있었습니다. 단순하지만 개성을 가진 물건은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데 엄청 강력한 도구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미니멀리즘에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관찰 숙제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온 멤버분의 사례는 관찰이 창조적 사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본인이 늘 들고 다니는 가방에 대한 묘사를 '관찰하는 사람의 3인칭 시점'이 아니라 '가방 본인의 1인칭 시점'에서 풀어냈습니다. 가방이 자기소개를 하는 방식으로 관찰기를 적어주었는데 매우 흥미로운 방법이라 참가자 모두가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가방에 감정이입까지 되었습니다.
특히, 가방의 생산지와 생산일자를 "내 고향은 중국이고, 태어난 날짜는 2015년 5월입니다."라고 표현한 방식은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관찰이 문학의 한 형식으로 적용되면 내용이 매우 풍부해진다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관찰' 워크숍을 통해서 저와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관찰기를 만들어보고 공유해보았습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참가자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 한 부분은 자기반성이었습니다.
다른 멤버들의 관찰기를 들으면서 본인의 관찰 방법이 여전히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는 점, 정답을 유추하는데 집중해서 관찰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듣지 못한 점, 관찰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노력의 결실인데 실천하는 게 어렵다는 점 등 마무리는 반성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애정 하는 물건을 모처럼 좀 더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 오랜만에 어렵지만 글을 써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것,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관찰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것 등 좋은 점들도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첫 워크숍은 이렇게 마무리하였습니다.
관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 글을 읽어보고 나만의 관찰기를 써보고 다른 사람들과 스무고개 하듯이 물건을 맞춰보는 게임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마도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생각도구 2. 형상화 읽기 주간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