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구 13. 통합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책 읽기 주간

by 돈원필

어제와 오늘은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비가 그치면 그간 화사하게 만개했던 벚꽃도 많이 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봄비가 내리고 나면 더 따뜻하고 화창한 날들이 오겠죠.


어제는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의 마지막 책 읽기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제 워크숍 한 주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에서 마지막 편을 읽기 위해 책을 펼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비록 마지막 책 읽기 시간을 많은 인원과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오리엔테이션부터 책 읽기 마지막 시간까지 함께 해준 멤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변형 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의 통합 편은 그동안 우리가 함께 읽어왔던 내용들의 총집합과 같은 느낌이라 읽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간 우리가 읽으며 익혀온 여러 가지의 생각 도구들을 잘 활용하면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훈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하던 대로 15분간의 짧은 함께 읽기 시간을 가지고 저희는 마지막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마지막 생각 도구인 '통합'은 그동안 우리가 읽어왔던 여러 가지 생각 도구들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난주까지 함께 읽고 워크숍을 진행했던 '변형'과 많은 부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통합은 영어제목으로 'synthesizing'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단어를 보고 예전에 교회에서 찬양팀으로 활동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하나의 악기에서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는 건반형태의 악기를 신시사이저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소리를 통합할 수 있는 기기라는 의미죠. 저는 피아노를 치지 못하지만 피아노에 익숙한 친구가 연주할 때는 그야말로 풍성한 하모니가 느껴지는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소리들을 합쳐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신시사이저처럼, 그동안 우리가 익혀온 여러 생각 도구들은 각각의 역할이 분명하지만 이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밖으로 나올 때 엄청난 하모니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변형이 생각 도구들 간의 자유로운 전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통합은 전환 시간에서 여유를 둔다기보다는 '동시에'라는 시간적 차이를 최소화하여 생각의 폭을 확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변형이 각각의 생각 도구들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통합은 동시에 이 과정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익숙하지 못해 여러 가지 생각 도구들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지만, 이 부분은 꾸준한 훈련과 노력을 통해 시간축을 줄이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저희는 통합 편을 함께 읽은 뒤 자유롭게 통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다음은 멤버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 우선 이번 편의 경우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익히 봐온 내용들이었고, 용어 자체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 그동안 우리가 읽어왔던 여러 생각 도구들에 대한 개념을 총 정리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나도 해내고 싶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훈련을 통해서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유독 이번 통합 편에서는 '동시에'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지난 변형 편을 통해 우리가 각 생각 도구들을 단계단계 밟아가는 과정을 익혔지만 아직 어렵습니다. 동시에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 알파벳을 보면서 색을 느낀다는 감각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느낀다는 게 부러웠습니다.


- 이것도 의식적으로 익히려는 훈련이 필요한 거겠죠?


- 음식과 관련해서 이런 느낌에 대해 이야기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커피맛을 구분은 잘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은 커피에 대해 잘 아는 편이에요. 하루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는데 그날따라 커피에서 '미(E)' 맛이 느껴져서 '난 오늘 커피 '솔(G)'맛을 원해.'라고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정말 그런 맛을 찾아준 적이 있습니다.


- 서로 느낌이 통한다면 아주 재미있는 의사소통 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표현력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타인도 이해하고 공감할만한 어휘력이 표현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풍부한 어휘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 이게 대화의 방식이 아니라 쓰기의 영역에서 사용되었다면 굉장히 풍부한 언어능력이었다고 생각되는데요?


- 맞습니다. 표현력이 좋은 것 같습니다.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는 굉장히 잘 통할 것 같습니다.


- 최근 사람들의 AI화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많아요. 감수성이나 표현력이 이전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웹 등을 통해 보이는 글들만 봐도 은유나 비유 같은 건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 사회생활을 한국에서 해보니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 있어 명확하고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아직 성장이 덜 된 아이 같은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표현에 있어서도 단순히 단어 하나로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방식의 표현을 많이 했었지만 현재는 사회화되면서 거의 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편견이 무서운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MBTI 같은 거요. 원래는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많이 이용했었는데요, 점점 과몰입하게 되면서 편견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 나는 이런 성향이니까 이렇지, 저 사람은 저런 성향이니 저렇지 하며 한계를 짓는 것 같습니다.


- 맞아요. 저도 MBTI에 종속되어 살아온 느낌이네요.


- 다중 감각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말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통합능력이 창조의 기초이자 기본과정이 맞는 것 같네요.


- 예술하는 사람들이 '통합'적인 사고를 잘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디자인할 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쇼팽 콩쿠르 우승했을 때, 쇼팽에 대한 책을 읽고 상상하면서 연습하고 연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관찰을 통해 분석하고 감정이입하고 연상능력도 뛰어난 게 이런 통합적인 사고가 아닐까 싶네요.


- 해외의 경우 직업이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과나 문과, 예술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우리나라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이과인 사람이 서정시를 지을 때 의외라는 평가가 있죠. 통합적인 사고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나라도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지향해야 할 듯합니다.


- 맞습니다. 자칫 편협한 사고에 갇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 한 분야를 공부하다가 다른 분야 혹은 호기심이 생긴 무언가를 하게 되면 무책임하다거나 어린애 같다고 느껴지는 죄책감이 드는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중요한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 최근에 관심이 생겨 기초 중의 기초 요가를 시작해 보게 되었는데, 운동과 감각, 정신 수양의 면에서 통합적인 사고와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그 이야기를 들으니 명상도 떠오릅니다. 넷플릭스 등을 통해 명상 관련 콘텐츠를 보게 되면 명상 잘하는 법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데 실생활에서 경험해 본 것 중, 가장 '통합'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네요.


- 집중이 필요하죠. 의식도 필요하고요.


- 아까 조성진 피아니스트 이야기 할 때도 그렇고 순간적인 몰입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많이 열린 느낌이 들어요. 이전에 비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도 그렇고 관심 분야도 늘어났고, 감수성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 다른 챕터들을 읽으면서 진짜 고개 돌려버리고 싶고 포기하고 싶었던 내용이 많았는데, 여러 회차를 거쳐가며 독서모임 과정을 통해서 생각하는 것, 사고하는 것이 두렵지 않아 졌습니다. 스스로에게 가능성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 이 책을 읽다가 최근에 자연과학 부분에 관심이 생겨서 여러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 글쓰기도 기피했었는데... 워크숍을 통해서 억지로라도 했잖아요? 그렇게 인정하고 하니까 오히려 내가 글쓰기를 하고 싶었는데 스스로 겁을 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봄이 와서 그런지 요샌 정말 감수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 최근 돌아가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그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영화음악을 만들 때 영상과 음악을 계속 연결해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떠오르는 심상을 피아노를 기준으로 생각한다고 하고요, 영화 서사를 상상하면서 작곡을 이어간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이분은 진짜 아티스트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리를 계속 수집하고, 몸으로 느끼고, 귀로 듣고... 예민하다는 것이 큰 축복처럼 느껴졌어요.


- p.401에서 '우리는 어떤 체험이 공감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에 비로소 진정 자신을 잊고 그것(체험)과 일체가 된다.'라는 부분에서 많이 와닿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순간을 느꼈던 것도 떠올랐습니다.


- p.401 하단에 있는 '아는 것은 수동적인 것이며, 이해한다는 것은 앎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라는 부분을 읽고 많이 뜨끔했습니다. 가만히 정보만 습득하면 되는 게 아닌데 말이에요. 그동안 기록하지 않고 책을 읽고 넘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컸습니다. 수동적인 자세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독서모임과 워크숍이 좋았습니다. 능동적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요.


- 책에서 다도처럼 공감각에 대한 좋은 사례도 있지만 요즘 밖으로 눈을 돌리면 공감각적인 공간과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해지고 기술의 발달로 표현 방식이 쉬워지면서 통합적인 감각을 가지고 태어난 세대가 부럽기도 합니다.


- 감각적인 사람들이 많죠. 오늘 내 기분 '빨간색'이다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데 재미있다고 느껴요.


- 우리가 흔히 '촉'이 온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이 촉이라는 게 통합적인 사고의 예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가지 사고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의 감각적인 느낌을 전달해 주는 것이죠.



통합은 우리가 그동안 책을 읽고 워크숍을 통해 체득해 보고자 노력했던 여러 생각 도구들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느낍니다.


지난 25주간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거쳐온 생각 도구들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모임을 진행하며 우리 독서모임 멤버들이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진짜 '통합'의 경지에 이르게 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꾸 독서모임에 대한 소회가 되기도 하더군요.


책 읽기 주간은 비록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지막 생각의 탄생 워크숍 주간은 그간의 워크숍을 '통합'하여 진행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생각의 탄생 책을 지금까지 우리가 읽고 익혀온 여러 생각 도구들을 사용해서 '재해석'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물론 독서모임의 마무리 소회의 시간도 갖고요.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며 멤버들은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재해석해줄지 기대해 주시길 바라면서 저는 다음 주 마지막 워크숍 후기를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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