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거나 막힐 때 읽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저희 스튜디오는 기본적으로 1인 디자인 컨설팅 회사지만, 외부에 함께 일할 수 있는 팀원들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디자인과 관련 기획 업무는 제가 맡아서 하고, 전략, 카피, 스토리텔링 등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 팀원들과 유기적으로 힘을 합쳐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저와 이제는 제법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진희님이 하루는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일이 잘 안 되거나, 벽 같이 막막하거나 막힐 때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때 혹시 읽으시는 책이 있을까요?"
진희님은 경영을 전공하신뒤,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는 저와 함께 하나씩 맞춰가면서 처음으로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저와 일하다 보면서 디자인과 관련한 많은 궁금증을 저에게 물어보십니다.
이번에도 그런 맥락하에서 책을 몇 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치트키처럼 사용하는 몇 가지 책들을 소개해드립니다.
1. 생각의 탄생, 에코의 서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이 책은 제가 별도의 매거진으로도 관련 독서모임 글을 쓴 책이기도 합니다. 책 추천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책입니다. 치트키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군요.
생각도구라는 이름으로 13가지의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는 방법을 이론과 사례를 넘나들면서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앞부분에서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개념으로 시작해서 회차가 지날수록 더 깊게 사고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줍니다.
책이 두꺼워서 많은 분들이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워하시는데, 그럼에도 불고하고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두꺼운 책을 다 읽었을 때의 성취감뿐 아니라 창의력이 어느덧 성장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지적자본론, 민음사
마스다 무네아키, 이정환 옮김
지적자본론은 디자인적 사고를 지닌 기획자를 위한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유명 서점인 츠타야를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가 어떤 식으로 기획하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고객 중심의 기획입니다. 운영자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해 본다는 게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정된 자본과 운영효율을 생각한다면 고객 중심 사고는 허울 좋은 메아리같이 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고객 중심으로 기획했을 때 나오는 놀라운 결과물들을 쉬운 설명과 함께 들려줍니다.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라는 부제가 달린 책인 만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많은 분들의 머릿속을 시원하게 깨워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3. 모노클, 모노클
모노클 편집부
영국에서 발행하는 잡지입니다. 월페이퍼라는 잡지를 만든 타일러 브륄레가 GQ와 이코노미스트를 합친 것 같은 잡지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출판계, 특히 잡지 시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잡지들이 하향세를 타고 폐간되는 힘든 상황 속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잡지입니다.
사회, 경제 이슈를 비롯하여 예술과 디자인,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고 있으며 웬만한 책 보다 활자가 훨씬 많다는 게 특징입니다. 영어에 상당히 어려운 수준의 단어들이 많아 읽는데 늘 애를 먹지만 읽으면서 늘 감탄하는 부분은 레이아웃의 편집입니다. 빽빽하게 들어찬 텍스트의 향연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뿐 아니라, 적재적소에 배치된 사진과 일러스트, 필요에 따라 인포그래픽이 들어갑니다.
일러스트 한 장이 때로는 내용의 전체를 잘 함축하고 있어 이해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전 세계 각국의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정보를 시각화하고 제대로 정리하는 방법을 잘 알려주는 교과서 같은 잡지라고 생각되어 몇 년째 꾸준히 구독하고 있습니다.
4. 앙트레프러너스, 모노클
모노클 편집부
앞서 소개해드린 모노클 편집부에서 발행하는 일종의 계간지입니다. 모노클이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바탕으로 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잡지라고 한다면, 앙트레프러너스 시리즈는 비즈니스 파트만을 별도로 큐레이션 하여 엮은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트렌드와 이슈를 아우르는 잡지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도 경제 경영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인사이트도 함께 제공해 줍니다. 특히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와 인터뷰, 경영 팁 같은 내용들이 모노클 본지처럼 잘 정리되어 있어 읽는 즐거움도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앙트레프러너스 쪽이 보다 친숙한 영단어들이 많아서 본지보다는 읽기가 아주 약간이지만 수월해서 더 좋았습니다.
대형 IT 산업이나 스타트업 군에 정보가 치중되지 않고, 전 세계의 진짜 다양한 비즈니스군을 만나볼 수 있어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필요한 많은 분들께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디자인 일을 하면서 치트키처럼 사용하는 책들을 몇 권 간단하게 추천해 드렸습니다. 이 추천이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창의력이 필요하시거나 인사이트가 필요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혹, 나만의 치트키로 사용되는 책이 있으시다면 댓글로도 소개해주세요. 저도 새로운 책들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책소개처럼 앞으로도 디자이너로 살면서 추천해 드릴 수 있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들도 종종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위의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으로는 짧은 클립으로나마 책의 느낌과 전체적인 톤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재미있는 글들 써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튜브 바로가기 : https://youtu.be/w0OvFgZnD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