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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원필 Sep 27. 2023

식문화와 도시재생

힙한 생활 혁명 독서모임

추석 연휴를 앞둔 어젯밤, 두번째작업실에서는 화요독서클럽 : 힙한 생활 혁명 4주 차 모임이 있었습니다. 2장으로 넘어가면서 이제 본격적인 사례 살펴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책 이야기뿐 아니라, 도시재생 활동가이신 독서모임 멤버분의 선진지 견학 이야기도 곁들이면서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생생하면서도 더 가까운 사례들을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독서모임의 큰 묘미인 것 같습니다.


2장의 주요 내용은 식문화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움직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미국 내 식문화가 미식의 영역으로 변화해 가면서 보다 좋은 재료에 대한 시장의 요구, 로컬 푸드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고 더 좋은 식문화를 만들기 위한 여러 활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번 주의 책 내용은 하단의 3개의 챕터입니다.

- 미식가가 된 미국인

- 브루클린에 꽃핀 음식의 아르티장 문화

- 자신이 직접 사장이 되어 생활을 지배하다


저자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에 비하면 확실히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늘었다고 합니다. 홀 푸드 마켓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것도 수월해졌고, 덕분에 질 좋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개인 셰프들의 레스토랑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요즘의 우리나라 역시 식문화가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대학생 무렵에도 뛰어난 개인 음식점들이 많기는 했지만 당시의 가장 큰 트렌드는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날이거나 기분을 내고 싶은 날이면 아웃백 스테이크를 비롯해서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빕스나 베니건스 등에 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요즘에는 체인화되어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보다는 개인 셰프들이 운영하는 뛰어난 퀄리티의 음식점을 찾아가는 게 보편화되었죠. 개인이 운영하는 질적으로 뛰어난 가게들이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늘어났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식사를 한 끼 때운다는 생각보다 기왕 먹을 거라면 보다 좋은 음식을 제대로 먹고 싶다는 욕구가 늘어나면서 그 수가 확실히 늘어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경쟁력 있는 가게들은 더욱더 탄탄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1인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가서 바쁘신 사장님들의 모습을 보면 간혹 안쓰럽긴 합니다만, 확실히 경쟁력 있는 개인 가게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루클린에는 브루클린 플리(Brooklyn Flea)라는 이름의 플리마켓이 있다고 합니다. DIY 제품들과 소량 생산 업주들이 주축이 되어 플리마켓이 이뤄진다고 하는데요, 브루클린 플리가 주최하는 독특한 형태의 마켓이 있다고 합니다.


스모가스버그(Smorgasburg)라는 이름의 플리마켓은 음식만을 위한 플리마켓입니다. 인근 지역의 식재료를 판매하는 일반적인 파머스 마켓과는 다르게 육포나 피클 같은 가공식품, 도넛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 면과 샌드위치 같은 식사류까지 말 그대로 식재료를 이용하여 만든 식품들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입니다. 음식 관련 가게들이 100개가 넘는다고 하니 엄청나죠.


제작자들이 각 부스를 지키면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자신이 만든 음식도 판매하고 때로는 레시피를 배우기도 하면서 교류한다고 합니다. 이 글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기반의 파머스 마켓도 그렇지만 좀 더 자유롭게 식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저런 플리마켓 같은 장이 펼쳐진다는 인프라가 매우 부러웠습니다.


스타트업 경영과 관련하여 '린 Lean'이라는 방법론이 있습니다.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서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여 다시 시장에 내놓는 겁니다.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계속 발전시키는 방법이죠. 


이걸 요식업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가진 혹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레시피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사업화를 할 수 있을까 테스트해볼 수 있는 장이 있다면 어떨까요? 개인이 만든 음식을 플리마켓을 통해서 실제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겁니다. 반응이 좋지 못하다면 피드백을 받아 레시피를 수정해 본다거나 디자인을 바꾼다거나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반응이 좋다면 실제 내 가게를 창업해 볼 수도 있겠죠. 최소 비용을 이용하여 시장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식품은 철저하게 규제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잘못된 식품의 섭취는 건강과 생명에 직결될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각 지역별 특별 조례 제정 등을 통해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개인이 식음료 사업을 해보기 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창업에 대한 수요도 더 적극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고, 실패하는 창업보다는 성공할 수 있는 창업이 될 확률이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장은 실제 예비 요식업 창업자들의 정보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창업에 대한 정보 교류가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 것을 전문적으로 관에서 관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 조례를 통해서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들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건 어떨까요? 지역 주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홍보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식 전문 플리마켓을 연다면 식자재부터 가공까지 지역 내에서 이뤄지게 되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일 판매량이 좋은 부스가 있다면 지역 내에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플리마켓이 활성화된다면 우리 지역만의 특별한 음식 콘텐츠도 나오게 될 겁니다.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입니다. 빵 하나만 보고 대전을 찾는 분도 계실 정도로 음식 콘텐츠는 관광객 모객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천의 개항로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 대표적인 성공적 도시재생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인천 개항로 곳곳에 다양한 음식 콘텐츠들을 심어두었습니다. 개항로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개항로 맥주가 있습니다. 이걸 맛보기 위해 찾아가는 MZ세대들의 인증샷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5일장 같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와 연계하여 이런 플리마켓이 함께 기획된다면 어떨까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을까요?



코로나 이전에 금촌에 있는 태극기 거리에서는 파주맘에서 주최하는 벼룩시장이 종종 열렸습니다. 물론 식품은 판매할 수 없었지만,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집에 있는 안 쓰는 물건들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이런 행사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주민들의 아쉬움도 크고요. 그때를 그리워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만약 다시금 벼룩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사람들이 식품을 가지고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독서모임은 추석연휴 기간이라 다음 주는 쉬고, 그다음 주에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식문화와 관련하여 개인 메이커와 장에 대해 이야기한 이번 주에 이어서 다음 시간에는 식품 유통과 교육과 관련한 내용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글 보시면서 혹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모임 후 또 다른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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