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생활 혁명 독서모임
긴 연휴를 무사히 마치고 화요독서클럽 : 힙한 생활 혁명 5주 차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주는 요즘 유행하는 감기와 개인 사정으로 못 오신 분들이 있어 조촐하게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비록 인원수가 적다고 해서 논의의 질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보다 개개인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있게 논의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참석하지 못하신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땠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지난 모임에서는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미국 내 식문화가 미식의 영역으로 변화해 가면서 보다 좋은 재료에 대한 시장의 요구, 로컬 푸드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고 더 좋은 식문화를 만들기 위한 여러 활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푸드 전문 플리마켓도 생기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 사업으로까지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파주에서는 어떤 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을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주에는 식문화의 개념을 어떻게 고도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교육과 실행까지의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 모임의 책 내용은 하단의 3개 챕터입니다.
- 지역 생산 지역 소비 사상과 결합해서 태어난 옥상 공원
-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지역 지원형 유통 시스템
- 앨리스 워터스가 전파한 '먹을 수 있는 정원'
금주의 챕터들은 하나로 묶어서 읽어도 무방하다 싶을 만큼 연결이 쭉 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하나의 챕터를 3개로 짧게 분류했다고 하는 편이 더 낫겠네요. 그만큼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로커보어(Locavore : 자기가 사는 지역 약 160km 이내에서 식자재를 조달하자는 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뉴욕과 같은 대도심지에서는 농사를 지을만한 공간이 없으니 대안으로 옥상 농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지역 내의 식자재를 정기적으로 고객이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CSF(Community Supported Fishery)를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앨리스 워터스가 추진하는 어린이 대상의 교육 및 급식 제공 프로젝트인 '먹을 수 있는 정원' (Edible Schoolyard)까지 이야기합니다.
이 내용들을 쭉 읽어보면서 제일 많이 생각났던 것은 파주시에서 제공해주고 있는 금촌의 주말농장이었습니다. 이 주말농장을 통해 책에서 이야기한 로커보어와 농산물의 직거래 유통망, 교육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 같은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주는 도농 복합 도시로서, 금촌 시내에서 5분만 벗어나도 넓은 논과 밭을 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옥상 농원은 좋은 아이디어지만 굳이 새롭게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빈 땅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때 대학 캠퍼스 유치를 위해 애쓰다가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유휴지로 남게 된 빈 땅을 현재는 주민들에게 주말농장으로 저렴한 가격(1년에 10,000원 미만)에 임대해주고 있습니다. 매년 초 신청이 가능한 주말농장은 약 3평 정도의 결코 작지 않은 공간을 임대합니다.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연초에 서두르지 않으면 금방 매진되어 버립니다.
저희 집도 2년간 주말농장을 해봤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서 주말농장은 더 이상 신청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래도 주말농장을 하는 동안, 각종 채소들을 직접 기르고 재배해서 먹는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갓 수확한 채소들을 이용해 맛있는 한 끼를 먹고 나면 이만한 호사가 따로 없었죠.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생각보다 넓은 공간을 임대해주다 보니 저희가 먹는 양보다 수확하는 양이 훨씬 많아져서 남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둘만 있다 보니 한 번 수확하면 일주일은 거뜬한데, 다음날이면 또 다른 수확물들이 자라 있어서 먹는 속도가 수확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더군요.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또 나눠주고 해도 남아서 결국은 버리게 되는 날도 있었습니다.
주말농장 한편에 주말농장 마켓을 만든다면 어땠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생각보다 많은 수확물로 인해 남게 되는 식재료들을 방치하다가 버리는 게 아니라 이것을 직거래로 구매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어주는 거죠. 내가 직접 심은 농작물을 판매해서 또 다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에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주말농장을 살펴보면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신청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직접 흙을 만져보고, 비료도 주고, 심고 가꾼 농작물을 먹는 행위를 통해 먹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겠다는 교육적 취지에서 많이 신청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마켓이 더해진다면, 생산에서 판매, 소비까지 총체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보고 더 좋은 식재료를 만들기 위한 고민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죠.
만약 중고등학교에서 반별로 주말농장을 운영해서 판매해 본다면 어떨까요? 솔직히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주말농장은 귀찮은 노동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용돈도 벌 수 있고, 재미도 느낄 수 있다면 참여율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식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보다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주말농장 마켓에서 식재료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푸드 플리마켓이 함께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식재료를 가공한 음식을 판매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말농장에서 재배한 감자를 이용하여 감자튀김을 만들어 판매하는 식이죠. 남들보다 더 돋보이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의 음식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학생들의 경우 이를 통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하나 더 새로운 다리를 놓아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 차원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같이 요리하고 먹는 프로젝트는 어떨까요? 은수저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농업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개중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 중 하나가 피자 만들기입니다. 어느 날 학교 청소를 하다가 고장 난 화덕을 발견합니다. 이 화덕을 이용해 학교에서 만든 베이컨을 올린 피자를 만들자는 계획을 합니다. 농업 고등학교다 보니 웬만한 재료들은 전부 학교에서 구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협업하여 피자파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 피자 파티는 매년 학교에서 진행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게 됩니다.
요즘 학생들이 즐기는 음식에 마라탕, 탕후루 등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음식들이긴 하지만, 학생들이 좋아하는 이런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교내 프로젝트로 함께 키워서 해 먹는 축제 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거죠.
같이 먹고 즐기는 기쁨을 한 번 맛본다면, 학생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농작물 키우기에 참여하지 않을까요?
주말농장이라는 좋은 기반이 있으니, 이 기반을 좀 더 확장시켜 봄으로써 식문화의 패러다임을 더 크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농업은 힘들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즐겁고 재미있는 것으로 바꿔줌으로써 나와 내 가족이 먹는 것에 조금 더 신경 쓸 수 있는 기반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기반은 보다 좋은 먹거리가 생산되는 지역의 자산이 될 테고요.
식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는 소비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소비문화의 변화는 도시재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또 어떤 사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이 글을 보시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시간 또 다른 후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