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를 찾아서

빈집프로젝트를 기획하며

by 돈원필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빈 집 / 빈 건물'입니다.

물론 서울이 아니고 제가 살고 있는 파주와 같은 서울 근교, 혹은 외곽 지역들에 위치한 낡고 버려진 빈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파주로 이사 와서 살게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디자인 일도 꾸준히 하고 커피도 팔아보고 사람들과 소통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활동해서 도시재생 유공 표창이라는 것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재생'이라는 키워드가 제 일상에 들어오면서 생각의 방향이 확실히 많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낡고 오래되어서 못쓰게 된 것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재생'은 수많은 긍정적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두말이 필요 없습니다. 기후변화는 벌써 턱끝까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재생은 굉장히 중요한 화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다시 쓸모를 찾게 된다는 과정 그 자체인 '재생'이라는 키워드가 저를 더 크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유튜브를 조금만 찾아봐도 빈 집을 개조하여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 쓰러져가던 폐가와 같던 집이 가능성을 알아본 누군가의 손길로 인해 새롭게 탈바꿈됩니다. 깔끔하게 수리되고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뀐 집은 누군가의 새로운 거주지가 되기도 하고, 여행객이 머무는 숙소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마을 주민들의 모임 공간이 되기도 하면서 공간의 잃어버렸던 쓸모가 새롭게 채워져 나갑니다.


비포와 애프터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새로운 쓸모를 찾은 빈 집은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그 과정이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워낙 오래되고 낡은 집을 고치는 일이라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다 털어버리고 새로 짓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옛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건물에 새로운 쓸모를 제공함으로써 더 풍성한 스토리가 완성되어 갑니다.


살다 보면 어느샌가 쓰임을 다하는 순간이 옵니다. 집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가도 이제는 나이가 많아져서, 더 저렴한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해서, 신선한 아이디어가 더 이상 나오지 못해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나의 쓸모가 사라진 것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쓸모는 어떤 환경과 상황이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록 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쓸모'를 찾지 못했더라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무언가를 함으로써 새로운 '쓸모'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2025년에는 뭔가 거창한 계획보다는 새로운 쓸모를 찾아내보려고 합니다.

쓸모를 다한 공간을 찾아내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보고 새로운 환경이 필요한 분들과 연결되어 보고자 합니다.


빈 집과 빈 공간에 새로운 콘텐츠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제 주변에는 이 일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꿈꾸고 그리는 공간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이 과정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여러분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빈 집과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예시, 직접 실행하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앞으로 풀어볼 테니 많이 응원해 주시고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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