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적인 공유오피스

피스플레이스를 기획하며

by 돈원필

1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준비해서 공유오피스를 오픈했습니다. 그것도 파주 금촌에 말이죠. 물론 집 가까운 곳이라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유오피스 문화가 없는 장소에서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보니 뭔가 가슴이 두근거렸다고나 할까요?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마 현실은 엄청 힘든 가시밭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서 부동산을 여러 곳 방문하면서 가장 신기하게 느꼈던 것은 부동산중개업을 하시는 분들조차 공유오피스가 뭔지 모르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금릉역과 운정역 근처에 소호오피스들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공유오피스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아직까지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다시금 이 지역이 아직까진 많이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공유오피스는 현재 많이 분포되어 있는 방을 나누어 사용하는 그런 공간은 아닙니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대형 공유오피스가 나타나기 이전부터 소호오피스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작게 쪼개서 개인사업자들에게 임대하는 형태는 있었습니다.


기존 소호오피스는 훌륭한 개인 사무공간을 제공해 주었지만 바로 옆 사무실에선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죠. 위워크의 혜성과 같은 등장으로 인해 기존의 소호오피스 형태에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공간 안에서 일하면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이를 통해서 협업과 같은 비즈니스의 성과가 나타나야 하죠. 위워크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각 입주사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수월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위워크는 극적인 성장이 가능했죠. (물론, 대표 개인의 일탈과 운영 문제 등 여러 문제로 현재는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제가 공유오피스라는 개념을 제대로 알게 된 건 2013년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일본의 디자이너 친구가 어느 날 자신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며 한 번 놀러 오라고 하더군요.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각자의 일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0석 정도 되는 크지 않은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오픈한 디자이너 친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저에게 이 사업에 대해 적극 권장했었습니다. 실제 그의 사업은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그 친구는 현재 성공적으로 엑시트 후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장소에서 굉장한 영감을 받았었습니다. 원래는 서로를 알 수도 없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하니 정말 재미있고 새로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자신이 모르던 분야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세계가 넓혀지기도 하고,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신규 사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워크숍을 하며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일들도 했죠.


디자인이라는 일이 단순히 물건을 만들거나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도 디자인이 될 수 있겠다며 저의 생각이 확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이런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죠.


저의 이상적인 공유오피스의 모습은 바로 위워크가 그토록 만들고 싶어 하던 '비즈니스 커뮤니티'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친구의 공간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교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시너지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을 나누어서 운영하는 공유오피스의 형태는 저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기 위해서는 폐쇄된 공간이 아닌 오픈된 공간이 필요합니다. 오픈되어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져야 하죠. 업무공간이라고 해서 조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약간의 화이트노이즈는 도리어 집중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죠. 오픈된 공간에 BGM이 있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야 대화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적막한 공간에서는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일종의 부담이니까요.


사람들 간의 적당한 거리감이 중요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습니다. 너무 서먹하거나 거리감이 있다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저는 공유오피스 사람들 간에 적어도 얼굴 보며 인사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감은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지식과 정보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나오는 것뿐 아니라, 좋은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좋은 정보들이 엄청 많습니다. 날 것의 정보를 가공하고 정제해서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유오피스 공간에는 좋은 책들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협업이 잘되려면 나는 누구인지, 상대는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든 쉽게 보고 가볍게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스레드나 링크드인 등을 통해 이뤄지는 커피챗 문화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는 공유오피스라는 공간 안에서도 이런 가벼운 커피챗이 자연스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도움이 되는 장치들이 필요하죠.





이제 막 공유오피스를 열게 된 뉴비가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공유오피스의 운영은 쉽지 않죠. 실제로 서울에 있는 많은 공유오피스들 중 폐점하는 곳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규모가 작더라도 이런 이상적인 공유오피스가 내 주변에 꼭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환경에서 일할 때 어떤 시너지들이 만들어질지 생각만 해도 너무 설레지 않나요?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은 결국은 어떤 분들이 오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분들이 올 수 있는 매력을 갖추는 것은 온전히 저의 몫이겠지만 말이죠.


아직까진 이곳 피스플레이스를 찾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이곳이 북적이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시너지를 마구마구 뿜어내는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파주에서 일할 장소가 필요하신 분들, 저와 함께 피스플레이스에서 같이 에너지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같이 이상적인 공유오피스를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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