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학의 시 - 고다 요시이에 (2009년, 세미콜론)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학의 시'는 네 컷 만화다. 대충 그린 그림에서 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가정폭력과 학대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걸 읽어도 되는 걸까 하고 걱정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자세히 보면 보입니다)
주인공 '유키에'는 인생 자체가 비극이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지만 살림은 넉넉하지 않다. 남편 '이사오'는 집에서 놀고먹으며, 툭하면 싸움질을 하고, 경마와 빠칭코에 돈을 탕진한다. 그의 특기는 밥상 들어 엎기.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상을 엎는다. 더러는 이유도 없이 엎는다. 그런 남편을 그녀는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며 남편에게 매달린다. 그에게 안기는 게 유일한 행복이다. 두 사람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다. 다만 가끔씩 보이는 유키에의 비밀스러운 과거를 통해서 그 이유를 추측해볼 뿐이다.
[여기부터 정말 스포일러입니다]
그녀는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를 낳고서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아빠는 남편 '이사오'보다 더한 인간이었다. 일은 하지 않고 끊임없이 빚을 만들었다. 야쿠자가 빚을 받아 내려고 매일 집으로 출근할 정도였다. 딸의 아르바이트비를 중간에서 가로채기도 했다. 결국 아빠는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은행강도가 된다.
학교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유일한 친구 '구마모토'와 함께 밑바닥 삶의 끝을 보여준다. 못생기고 가난한 두 사람은 늘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선천성 자신감 결핍증'을 가진 '유키에'는 힘든 일, 궂은일,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만 도맡아 하면서도 불평불만을 입밖에 내지 못했다.
'유키에'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로 갔다. 술집에서 일하며 몸을 팔고 약물에 중독되어 생활했다. 남자들에게 수없이 배신당하고 상처와 고통 속에서 살아갔다. 생의 바닥에서 드디어 만나게 된 남자. 그가 바로 남편 '이사오'였다. 야쿠자 조직원인 '이사오'는 그녀를 따라다니며 구애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던 '유키에'에게 순정적인 사랑으로 다가갔다.
뭔가를 얻으면 반드시 뭔가를 잃게 된다. 반대로 뭔가를 버리면 반드시 뭔가를 얻게 된다. 인생에서 대신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유키에'에게 그것은 엄마의 사랑이었다. 받아 보지 못한 사랑이었다. 끊임없이 해메이던 그녀는 마침내 자신 안에서 사랑을 찾게 된다. 자기 안의 순수한 마음을 더욱 큰 사랑으로 만든다. 오롯이 내 것인 나만의 사랑을 발견한다.
답답할 정도로 불행한 주인공. 부당함과 부조리와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혼자 외롭게 참아내는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그리고 지나치게 자학적이다. 그럼에도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웃다가 울다가 재밌게 읽었다. 불편하게 아름다운 '자학의 시'
이 세상에는 행복도 불행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인생에는 그저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단지 인생의 엄숙한 의미를
음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면
용기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