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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나무 Oct 29. 2020

죽는 상상을 한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어떤 것을 해도 지겹다.


그러다 갑자기 죽는 상상을 한다. 엄마 아빠가 나간 사이에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죽어 있고 그 모습을 한참 뒤에야 발견한다. 혹은 내가 자해해서 동생이 방에서 나와 나를 불렀는데 내가 대답이 없어서 방에 와보니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다. 응급차에 실려가지만 가는 동안 숨이 끊어져 목숨을 잃는 것이다.

 

죽고 싶다는 생각과 죽기 싫어서 몸부림치는 마음이 공존한다. 왜일까. 죽기 싫은데 죽고 싶은 생각이 가끔씩 아니 자주 든다. 그러지 말아야지, 글도 계속 쓰고 싶고, 번역가도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살 만하니까 죽고 싶은 생각이 들고 살기가 싫어진다. 이래서 연예인들이 괜찮아질 만하면 자살하는 게 그 이유인가 보다.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기분과 생각이 온몸을 휘감고 저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남아 나머지는 휘발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쓴 백세희 작가의 마음이 완벽히 이해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죽고 싶다가도 살고 싶고, 살고 싶다가도 죽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때로, 아니 가끔, 또는 자주 드는 건 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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