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일이 있었다. 두드러기 때문에 피부과에서 시간 있으면 다시 오라고 했고 오늘 아침에 약도 다 먹었겠다 병원에 갔다. 기다린 시간은 20분 조금 안 되었는데 진료는 2분 만에 끝났다. 진료비를 계산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값을 계산하고 약을 받아 나왔다. 그러다 근처에 있는 어릴 때 자주 가던 재래시장에 들렀다. 엄마가 가보자고 해서였다.
달라진 풍경에 이리저리 둘러보다 떡집에서 나온 떡이 무지 맛있게 보여서 세 팩이나 샀다. 그러다 닭 파는 곳을 지나는데 엄마가 갑자기 “닭 좀 살까?” 물어봤다. 나는 “닭도리탕 하게?” 물었고 그런다기에 가게 앞에 갔다. 엄마는 둘러보더니 6천 원짜리 두 마리를 하나는 닭도리탕용, 나머지 하나는 백숙용으로 잘라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껍질을 벗겨주시고 똥집은 주지 마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벌어졌다.
직원분이 그 말을 듣고 손질하면서 닭에 있던 모든 껍질을 제거해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엄마가 “왜 껍질을 다 벗기세요?”라고 물었는데 “저는 껍질을 다 벗겨달라는 말에 다 벗긴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와 나는 당황했지만 일단 그대로 해달라고 했다.
실상은 이렇다. 엄마는 닭에 기름이 많으면 먹을 때 느끼하고 국물에 둥둥 뜨니까 제거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직원분은 엄마가 껍질을 제거해달라고 해서 우리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날개에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껍질을 다 벗겨버렸던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말에 오해가 생긴 것이다.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엄청 웃었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의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만의 언어로 말했지만 듣는 상대방이 곧이 곧대로 듣고 행동한 결과가 ‘모든 껍질을 제거한 알몸인 닭’이자 민낯을 보인 불쌍한 녀석들이 우리에게 왔기 때문이다. 나는 푸흐흐, 엄청 웃어댔고 엄마도 마구 웃으며 ‘대박사건’을 연발했다.
처음에는 “너 왜 보고만 있었어?” 했지만 나는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고 ‘어라?’ 했지만 알아서 잘 해주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듣다가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채 계속 그 사건만 생각하면 서로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몰라서 그냥 넘어갔다.
평소에 웃음이 별로 없는 엄마가 이 사건 덕분에 웃는다며 의외로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제법 되었는데 이것 하나로 미친 듯이 웃어댔다. 집에 와서 아빠에게 말했더니 “껍질을 홀라당 다 벗겼어?” 하며 재미있어 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저녁에 엄마가 해준 닭도리탕은 껍질이 있든 없든 맛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