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왔다. 열일곱 번째다. 한 곳을 이렇게 오래 다니다니 좀 신기하다. 보통은 한두 번 가면 치료가 끝나버리는데, 정신과라서 그런지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해서 약 먹듯이 가고 있다.
오늘은 죽는 생각을 하는 것과 엄마에게 서운했던 것을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죽는 건 어떤 장면을 상상하는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고 했는데 그들과 동일시하지는 않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지난 글에 적은 것처럼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자해하거나 목 매달아서 자살하고, 아니면 다들 자고 있을 때 그러거나 엄마를 죽이는 망상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동일시하지는 않지만 나도 우울증에 걸렸으니까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죽 듣더니 “은아 씨는 안 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자주 떠올라서 괴롭다고 대답했다. 요즘은 죽는 게 두렵기도 하다고 했더니 잘 된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그런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조금 생각해보다가 "글쎄요" 했다. 전에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살고 싶은 거니까 좋은 거 아니냐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지금 쓰면서 생각해보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살고 싶지만 아주 가끔이고 매일 죽고 싶을 때도 많으니까.
두드러기 난 이야기도 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나온 주인공이 고등학생 때 버스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이 지하철에서 떠올라 두려워져서 그 다음 날 모기 물린 것처럼 두드러기가 났다고 말이다. 그것 때문에 계속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공포스릴러 드라마 이야기도 나왔는데, 선생님이 무서운 드라마는 잘 안 본다고 하셨다. 그런 드라마가 요새 많이 하고 재미있지 않냐고 했는데, 시작했다 하면 끝까지 보는 성격이라 시작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은 좀 어떠냐고 하셔서 전보다는 잘 자는 것 같다고 했다. 전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약 먹고 기다렸다가 자면 30분 안에는 잠 든다고 대답했다. 밥도 잘 먹고 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2주 뒤에 보기로 했다. 나와서 엄마 진료 받고 약 받고 이마트에서 장 보고 집으로 왔다. 벌써 7개월이 넘었는데 아직도 나는 말할 게 산더미이다. 말을 아무리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약 잘 먹고 하고 싶은 이야기 생각해두어야겠다. 왜 이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