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걸음 전진
오늘을 사는 의미
“반복적으로 골프 치고 독서하고... 내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한번 써보세요."
5년 전 퇴직한 대선배와의 술자리에서 문득 이런 제안을 했다. 한 때 무려 3개 회사의 대표이사를 연임할 정도로 왕성한 전성기를 보냈던 선배는 퇴임 후에도 현역들 못지않게 트렌드에 밝고, 뛰어난 유머감각과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분의 넉넉한 자유시간을 위해 글쓰기가 좋겠다는 생각에서의 제안이었다.
"브런치? 우리 딸도 그 얘기를 하던데..." 잠시 침묵... 브런치가 뭔지 확 와닿지 않으시는 눈치.
"아 네, 네이버에서 하는 글쓰기 플랫폼인데, 좋아하시는 테마로 글 쓰시고, 나중에 책도 낼 수 있습니다."
나도 잘 모르는 얘기들에 뭔가 잘 아는 것처럼 '두드리기만 하면 열리는 신세계'처럼 설명을 했다. 브런치가 네이버가 아닌 카카오 플랫폼인 줄도 모른 채...
자신만의 지적 자산이 있는가?
어제 우연히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라는 베너를 보게 되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눌러보았다. 예상치 못했던 본인 소개와 어떤 글을 쓸 지에 대한 주관식 문항을 마주했다. 고민 끝에 주섬 주섬 적어 넣었다. '쉬운 게 없구나...' 마지막 단계에서 개인 블로그 등 글쓰기 이력을 첨부하라는 요청과 담담히 마주했다. 20년 넘게 수많은 보고서와 메일을 써왔지만, 참고용으로라도 글쓰기를 첨부할 온라인상의 자산이 전혀 없었다. '아 이게 술자리에서 가볍게 막연히 해보시라 할게 아니었구나.'
십여 년 만에 이력서 업데이트를 하며, 최근 이력서 트렌드가 확 바뀐 것을 체감했다. 기존의 이력서는 직장명과 근속 연수 등이 중요했던 것에 비해 요즘 이력서는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기여도, 그 과정을 통해 이룬 정성적, 정량적 성과를 적는다. 어제의 일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십수 년 전의 활동들이 기억 잘 날 턱이 없다. 꾸준한 자기 기록이 '자산'이 되는 시대를 어느덧 마주하고 있다. 그 소소한 기록은 세상을 향한 본인에 대한 증거이자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되고 궁극적으로 '돈'이 되는 시대다. 본인이 직접, 가급적 온라인에 기록을 차곡차곡 남겨야 하고 시간을 들어 그 과정을 즐기고 다듬다 보면 그것이 다시 직업으로 이어지고 개인의 이력조차 객관화할 수 있는 진정성이 집요하게 요구되는 시대. 그 시대의 마주하며 나는 지천명의 나이에 떨리는 마음으로 대입시험장으로 들어서는 가진 것 없던 열아홉 살의 나로 홀로 서고 있다.
말처럼 쉬운 그런것은 없다
'그래 이 참에 새로운 시간으로 뚜벅뚜벅 들어가 보자. 하루에 단 한걸음이라도.'
'그래도 열아홉 살 때보다는 이런저런 경험도 했고 아는 사람도 늘었고 조금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작가 심사에 떨어지면 또 도전하지 뭐.'
'내가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누구나 작가가 되고, 누구나 방송국을 하나씩 가지는 Mass 종말의 시대라고 내 멋대로 잘도 떠들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