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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따독 Jul 07. 2020

코로나가 두렵지 않은 그여자

 절규


"쌉니다 싸요! 한 바구니 오천 워어언!"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슈퍼마켓의 야채 코너 여자는 오늘도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하루 종일이어서 안쓰러울 정도다.

평소 같았으면 참을만한 소음으로 별 신경 안 쓰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 귀에만 아픔이 느껴지는 걸까?

'왜 그리 소리를 지르나 정말 가격이 싼 걸까? 손님이 많이 몰려서 더 그런 걸까?'

마스크도 살겸 나가보았다.


아무도 없다.....

그런데 여자는 저 멀리에서 한 명이라도 보이면 기회라는 듯 소리를 지른다.

여자는 슈퍼의 옥외 야채 코너 한켠을 빌려 자릿세를 내고 있는 듯했다. 직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역시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이유를 상상해본다.

팬데믹과 코로나로 혼돈의 시대인 지금, 직업을 잃은 가족의 생계가 달려서, 집에 환자가 있어서, 빠듯한 생활과 학비에...... 그저 추측뿐이다. 너나 할것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이고 이유일 듯하다.


우물쭈물 참외 한 봉지를 들고 나왔다.

현실과 고통이 함께 마주쳐 막연히 두렵다.


저 멀리서 문 닫을 시간인 지금도 여자는 목청을 드높인다. 아파트 골짜기마다 부딪혀 메아리치고 되돌아와 우리의 귀청을 때린다. 그소리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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