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한 말
무지개를 본다.
매일 밤 나만의 무지개를.
아침에는 미쳐 보지 못했다.
그날 밤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이기에 앞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복잡한 생각, 헝클어진 고민들을 물과 함께 씻어버리고 싶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들과 악재를 버티 고난 뒤 맞이하는 이 시간. 화장실 한번 샤워 한번 하러 언제 맘 편히 들어갔던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인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인지 모를 시간들을 뒤로하고
오늘 같은 날들이 그냥 스치는 바람 이길 바라면서 눈을 떴다.
욕실의 한 귀퉁이.....
무지개다!
아주 제대로 된 모양의 가늘고 긴 무지개였다.
전등 빛이 구석진 곳에 만들어낸 색의 향연은 내 앞에서 반짝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
무지개는 말했다.
'지금 힘드니?'
‘어.’
'나를 보니 좀 어떻든?'
'좀 낫네.’
‘다 지나면 늘 그랬듯 내가 보일 거야.'
‘설마.’
'매일 비 오듯 불행이 닥치는 것 같지만, 그때마다 내가 바로 그 뒤에 있었어.
바보야, 넌 몰랐지만
매일 지켜보고 기다렸다고.’
한숨 쉬며 지나치기만 했던 선물을 발견했구나.
바보는 이런 시간을 또 잊어버리겠지.
그럴 때마다 처음인 것처럼 또 널 찾아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