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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따독 Aug 12. 2020

추세경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우린 그곳에서 만났어요

수시로 라이킷 주시는 작가님의 신촌에 대한 글을 읽다가 추억이 떠올랐어요. 작가님 덕분에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랐어요.

간간이 보이는 상가엔 불이 꺼져있었고,

흉물스럽게 덮개가 덮여있었지요.

아까운 건물 공간이 그냥 버려져서 안타까웠어요.


띵!

아래층들과는 다르게 따뜻한 조명, 예쁜 소파에 잘 꾸며진 아늑한 서재와도 같은 그곳, 만화책들이 가득 꽂힌 그곳, 아주 조용하기도 한 그곳. (직원분들껜 미안했지만 우린 그곳에 공짜로 머물렀어요.)


서로에게 내줄 찻값이 없지는 않았지만 서로 내겠다고 실랑이하는 것조차 미안했어요. 우린.

그렇지만, 서로를 위한 책이며 만든 음식,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을 나누기도 했고요.


우린 줄줄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고 비슷한 성향이라 가족에게 쓸 비용만 허용하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못난 사람들이었어요.


서로에게 차 한잔의 부담을 주는 걸 피하려고 이야기할 장소를 꼽았지요. 그곳에서 딱 한번 영화를 보기도 했어요. 시부모님과 한솥밥을 먹을 때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지요.


우린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눈물지었어요.

처음엔 영화 얘기로 시작했고, 서로의 삶을 위로했죠. 영화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라떼는~’ 투정도 부리면서 울다가 웃다가 킥킥거렸어요.


애들 초등학교 때 친구 엄마는 아껴모은것으로 그곳을 분양받았다던데 상가가 이렇게 되었다며 오래된 일이었지만 걱정되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애정이 묻어있던 그곳, 코로나 이후 가보지 못해서 더 그리운 그곳이에요.


그곳은 신촌 지하철역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던, 신촌 기차역 근처에 있는 꽤 큰 상가였어요. 그곳을 생각하니 항상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의 아이가 있음에도 입양하여 더 귀하게 키우는 천사 같고 성녀 같은 친구... 

그래서 반성하고 배우고 있는 친구...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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