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햇살이 가장 찾아오기 쉬운 곳에서창밖을 바라보고 있는'스칸디아모스'의 뒷모습이었다.
그것은 ys의 영전선물이었다.
그날 이후 대화를 닫았던 ys는 오래 마음을 쉰 후다시 소식을 보내왔다.
kh가업무자리를 옮길 즈음이었고그녀는 화해의 빨강을 보내주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그일, 그 뭐 별거라고...제 마음이 참 유치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하지만 치유되지 못한 채였다.
kh가 장난반해서 썼다가(바로 지울 목적으로) 즉시 지워버렸던 투정이 복사본 채로 접혀 판도라의 상자속에 들어가 꽂혀 있었던 것이다.야속하게도 그녀는 그걸 보아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트라우마를 건드려버렸고 끝내 비워지지 못했다.연락 재개 이후로도 ys의감정에 붙어 긴 머리채를 잡아채듯 휘어잡고 질질 따라다녔다.
하반기에 둘은 같이 자리를 옮겼다.
이것저것이 자주 잘 겹치는 그들은 인사도 겹쳤다.
그녀의 발령 소식을 뒤늦게 알고 그도 선물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거보다는 마음이 편한 게좋아요'라고 답했다.
이전처럼 선물을 찍은 사진이나 일부러마음 들띄운 반가움도 없었다.
이후로도 계속된 그런 반응들 속에서 kh도둘의 관계도 점점 말라갔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 당분간 연락을 쉬거나 좀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지 말구요.'
점점 삐딱해지고 날이 선 자신의 곱지 않게 나오는 말투때문이라고 했다.
말투가 곧 감정이다
느낌이 이상했던 kh는 자정이 넘도록 메시지를 읽을 용기를 못 냈다
그러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읽게 되었다.
마침내 예정된 첫 번째의 진짜 고비가 왔음을 알았다.
그는 이에 대한 답을 정리하지 못하다가 정제되지 않은 내용들을 새벽에 갑자기 써 갈겼다. 밤을 뜬눈으로 새운 터라 고찰된 정제됨도 없었다.만사가 다 피곤했다. 글을 통해 파생될 감정과 뒷폭풍 같은 영향을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그렇게 막 글을 써 갈겼지만 그러나 그 내용에는 그가 알고 싶어 했던 진짜 핵심은 끝내 넣지도 못한 채로 될 대로 돼라 하는 마음일 때 전송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렇게 화살이 날아 갔다.
이제는 급히 삭제한다 한들 판도라의 상자에 또 한장 채워질 뿐이다.
그 상자에는 그가 그동안 실수로 보내어 삭제시킨 꽤 되는 복사본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의 성급함과 실수를 비웃고 있을지 몰랐다.
그후 그 메시지를 읽은 여자는 더는 답이 없었다.
kh는 ys의 속마음이 담긴 회신을 기다렸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빨간색 화분을 볼 때마다 그는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마지막 메세지 이전부터 그랬다.
종종 그 사람이 미웠고 화도 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얼마 전에 그녀를 창가로 옮겼다.
한집에 오래 머물러 살다보면점점 잔짐이 늘어난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것도 쌓이지만 나쁜 것도 쌓인다.
좋은 마음은 정으로 쌓이고 서운한 마음은 앙금으로 쌓인다.
쌓인 나쁜 것들은 제 때 버려내지 않으면
높이를 이루어 마침내 벽이 되고 만다.
ys 본인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방적인 빨간색은 ys 사주의 가장 기이한 특질이다.
kh는 그래서 빨간 화분을 볼 때마다ys가 더욱 생각났다.여덟 글자 중에 무려다섯 개가 빨간색 '화'이다. 이 과도한 쏠림을중화시킬 사주를 kh가 가졌다. 그는 사주론적으로 화무의 시절을 지나 쇠해질 그녀의 기운을 보(保)할 그것을 자신이 갖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연결되는 때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은 우연을 빌어 그분의 할 일을 한다.
그들이 서로에게 보낸 화분도 특이하다.
ys가kh에게 보낸 빨간 화분은 관리가 안되면 폐기되어 버려질게 아니다.
부자연스러워도 반영구적으로 생기가 유지되도록 가공처리된 것이었다. kh는 그녀의 섬세한 소망을 바로 알아봤다. kh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것을 선물했다.서로의 인연에대한 바람을 그렇게 드러낸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넘어지지 않고는 일어설 수 없듯이, 찢지 않고서는 뚫고 나올 수 없듯이,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지지 않고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그들은 지금 어느 단계에서 도약 또는 진전을 멈추고 조주상태에 빠져버렸다.
kh가 대로 둘이 인연의 연결이 있다면 어떻게든 상황이 해결되겠지만무릇 사람일의 전개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결국을 봐야 안다.
해답은 결국 용기와 관용, 그리고 기다림에 있지 않겠는가...
kh는 책상을 정리하면서 세련된 받침대를 구해왔다.그리고 빨간 화분을 다시 들여와 가장 좋은 위치에 앉혔다.
빨간 화분은 다시kh의 눈앞에 있을 것이고그는 좋은 마음으로 감정을 견디어 보기로 했다.
빨간 스칸디아모스는 제본질의 색깔을 결코 잃지않을 것이다. kh도 퇴근한 늦은 밤이 되면 잠시는 어둠에 묻히겠지만 '해는 매일 뜨고' 내일도 또한 그러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