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되는대로 Oct 13. 2024

 새나루 #7

빨간색 화분


일상이 갑자기 주는 선물 같은 주중 국경일.

음이 넉넉해야 했을 김길환은  무에 편하지 않은 출근을 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 갑자기 책상정리를 하고 싶어졌다.

하반기가 몇 달 지나니 책상 위에 시간의 흔적이 수북했기 때문이다.

시작을 하려던 차에 '또' 저절로 등 뒤 창가로 고개가 돌아가고 시선이 러내린다.


3m 거리에 빨간색 화분 하나.

하늘과 햇살이 가장 찾아오기 쉬운 곳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 '스칸디아모스'의 뒷모습었다.


그것은 강은숙의 영전 선물이었다.


그날 이후 대화를 닫았던 강은숙 오래 마음을 쉰 후 다시 소식을 보내왔다. 김길환이 업무자리를 옮길 즈음이었고 그녀는 화해의 빨강을 보주었


그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그일, 그 뭐 별거라고...  마음이 유치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하지만 치유되지 못한 채였다.


김길환이 장난반 해서 썼다가(바로 지울 목적으로)  즉시 지워버렸던 투정이 복사본 채로 접혀 판도라의 상자속에 들어가 꽂혀 었던 것이다. 야속하게도 그녀는 그걸 보버렸다.


리고 그것은 그녀의 트라우마를 건드려버렸고 끝내 비워지지 못했다. 연락 재개 이후로도 강은숙 감정 붙어 긴 머리채 잡아채듯 휘어잡고 질질 따라다녔다.




하반기에 둘은 같이 자리를 옮겼다.

이것저것이 자주 잘 겹치는 그들은 인사도 겹쳤다.


그녀의 발령 소식을 뒤늦게 알고 그도 선물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거보다는 마음 편한 게 좋아요'라고 답했다.

전처럼 선물을 찍은 사진이나 일부 마음 들띄운 반가움도 없었다. 이후로도 계속된 그런 반응들 속에서 김길환 관계 점점 말라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 당분간 연락을 쉬거나 좀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지 말구요.'


점점 삐딱해지고 날이 선 자신의 곱지 않게 나오는  말 때문이라고 했다. 


말투가 곧 감정이다





느낌이 이상했던 김길환은 자정이 넘도록 메시지를 읽을 용기를 못 냈다

그러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읽게 되었다.

마침내 예정된 첫 번째의 진짜 고비가 왔음알았다.


그는 이에 대한 답을 정리하지 못하다가 정제되지 않은 내용들을 새벽에 갑자기 써 갈겼다. 밤을 뜬눈으로 새운 터라 고찰된 정제됨도 없었다. 만사가 다  피곤했다. 글을 통해 파생될 감정과 뒷폭풍 같은 영향을 생각할 여도 없었다.


그렇게 막 글을 써 갈겼지만 그러나 그 내용에는 그가 알고 싶어 했던 진짜 핵심은 끝내 넣지도 못한 채로 될 대로 돼라 하는 마음일 때 전송버튼을 눌러버렸다.


화살이 날아 갔다. 이제는 급히 삭제한다 한들 판도라의 상자에  또 한장  채워질 뿐이다. 그 상자에는 그가 그동안 실수로 보내어 삭제시킨 꽤 되는 복사본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의 성급함과 실수를 비웃고 있을지 몰랐다.


그후 그 메시지를 읽은 여자는 더는 답이 없었다. 김길환은 강은숙의 속마음이 담긴  회신을 기다렸지만 렇게 되어버렸다.


빨간색 화분을 볼 때마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마지막 메세지 이전부터 그랬다. 종종 그 사람이 미웠고 화도 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얼마 전에 그녀를 창가로 옮겼다.


한집에 오래 머물러 살다보면 점점 짐이 늘어난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것도 쌓이지만 나쁜 것도 쌓인다.

좋은 마음은 정으로 쌓이고 서운한 마음은 앙금으로 쌓인다.


쌓인 나쁜 것들은 제 때 버려내지 않으면  

높이를 이루어 마침내 벽이 되고 만다.



강은숙 본인이 알고 있지는 모르지만 일방적인 빨간색은 강은숙 사주의 가장 기이한 특질이다.


김길환은 그래서 빨간 화분을 볼 때마다 강은숙이 더욱 생각났다. 여덟 자 중에 무 다섯 개가 빨간색 '화'이다.  이 과도한 쏠림을 중화시킬 사주 김길환이 가졌다. 그는 사주론으로 화무의 시절을 지나 쇠해질 그녀의 기운을 보(保)그것을 자신이 갖고 음을 알다. 그래서 연결되는 때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은 우연을 빌어 그의 할 일을 한다.


그들이 서로에게 보낸 화분도 특이하다.

강은숙이 김길환에게 보낸 빨간 화분은 관리가 안되면 폐기되어 버려질게 아니다.

부자연스러도 반영구적으로 생기가 유지되도록 가공처리된 것이었다. 김길환은 그녀의 섬세한 소망을 바로 알아봤다. 김길환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것을 선물했다. 서로의 인연 대한 바람을 그렇게 드러낸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넘어지지 않고는 일어설 수 없듯이, 찢지 않고서는 뚫고 나올 수 없듯이,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지지 않고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그들은 지금 어느 단계에서 도약 또는 진전을 멈추고 조주상태에 빠져버렸다.


김길환이 아는 대로 둘이 인연의 연결이 있다면 어떻게든 상황이 해결되겠지만 사람 의 전개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결국봐야 안다. 


답은 결국 용기와 관용, 그리고 기다림에 있지 않겠는가...



김길환은 책상을 정리하면서 세련된 받침대를 구해왔다. 그리고 빨간 화분을 다시 들여와 가장 좋은 위치에 앉혔다.


빨간 화분은 다시 김길환의 눈앞에 있을 것이 그는 좋은 마음으로 감정을 견디어 보기로 했다.


빨간 디아모스는 제 본질의 색깔 않을 것다. 김길환도 퇴근한 밤이 되면 잠시는 어둠에 묻히겠지만 '해는 매일 뜨고' 내일도 또한 그러할 것니까...





https://youtu.be/3i1n31bPPLI?si=VfHl0QlbVRKNCTdH


작가의 이전글 마음을 보듬어주었던 구급대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