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침대 맡에 걸린 26년 된 뻐꾸기시계 시침이, 자정을 훌쩍 지나 두시와 세시 사이의 비좁은 비탈 사이를 비집다가그만, 미끄러져 흘러내리고있었다.
바로 이때 kh는갑작스럽게 잠에서 깨어났다.
'생생한 꿈'에 가슴이두근거렸다.
그는 급히 침대 밑으로 기어 내려왔다.
이런 경우에 꼭 하던 루틴대로 내용을 잊거나 왜곡시키지 않기 위해 꿈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심상치 않은마음이었다.
그는 지방 S도시에 있는 새 아파트 안에 있었다.
그곳은 ys의 집이었다.
이상했다.
그가 그녀의 집에 갈 일도 없는데...
심지어는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자주 생각할 일도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 보다는 종종 더 생각이 나는사람이기는하였으나그가족까지 함께 보인다는 것은 상당히의외였다.
kh와 ys와 가족은 그집의 안방에서 함께 자기로 한다
안방에 누운 그는 눈감지 않으면 바로 보이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신기하게도 안방 천장에 쭉 뻗어 드리워진 하얀 나무의 굵은 줄기가 4.5m 쯤 자라서 뻗어있었다.
갈라진 끝의 두 개의 가지는 하나의 굵은 줄기로 합쳐져 보이는 느낌이었다.
자작나무 같은 하얗고 굵은 줄기의각각 끝에는 두 종류의 꽃이 피어 있었다.
하나는 하얀색 수국이며 다른 하나는 분홍느낌의 장미.
잠을 잘 준비 중인 ys는 아직 눕지는 않았다.
다음날 함께 '부산'에 놀러 갈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어깨를 움출거리며 어깨춤 장단에맞추어 즐겁게 양치질중이다.
그때 그가 누워서 본 가지 끝'하얀 수국'은 시들어 있었다.
꿈에서 수국은 연애를 상징하며 특히 연인의 바람기를 상징하는 면이 있어 싱싱하면 좋지 않고시들어있어야좋다고 한다.
시들면 불안정함이 사라지고 정착을 하며 오해가 없어지고관계가 안정되게 된다...라는 의미를 알게 된 김길환은의아했다.
그는 하얀 꽃이 '수국'인지 꽃이름도 잘모르는 사람이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내용들...꿈이 뭐 이래?
게다가 왜 가족들까지 함께 한집 한방에서 잔다고 하지?
부산은 또 뭐야?
그는 그의 재능대로 예지몽인 것을 직감했으나 상식적으로는 얼토당토않았다.
꿈은 항상 제멋대로이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결과를 보여준다.
그것을 알기 위해 그는 그루들의 조언대로 벌써7년도 넘게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그는 ys와 연관된 꿈들을 종종 꾸기 시작했다.
그는 의식하지 않았고 의도하지 않았다.
게다가 꿈은 절대로 사람이 마음먹은 대로 꾸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생각지 않는데도 잊을만 하면 꿈들이 찾아왔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식의 전개는 없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흔히 누군가가 갑자기 생각이 나면 그때 그가 들어오거나 전화가 오거나 찾아오는 경우를 사람들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오죽했으면 속담으로까지 만들어졌을까.
이는 인간의 신기한 지적 정신활동의 한 면이기도 하다.
시간 혹은 공간이 가까이 오거나 때가 되면 그 시공간의에너지와 파동의 주파수가 동(動)하기에 그래서 연결된 사람의 머릿 속에 생각이 났고 그러면서 찾아든다.
꿈도 그러하니 어떤 일의 예견일까?
어떤 일은 전혀 먼 타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짧게는 다음날, 며칠, 몇 주, 심지어는 이십몇 년이 걸려 마침내 드러나듯 일어난 경우도 있었다.
kh가 ys의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워 주고 그 반지 낀 손가락에 환한 햇살이 빛난다거나, ys가자신의 집 주소가 적힌 쪽지를건네준다거나,ys와휘황한 황혼의노을을 같이 바라보다가ys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손을이끈다거나...ys가 타이밍이 맞지 않은 고백을 받은날 다슬기를 잡았다거나 하는 것들...
언젠가 ys가일을 그만두게 될 당시의 상황과 그 자세한 장면들과종이에 적힌이유들이... 드문드문 기간을 두고 그런 것들이잊을만하면하나씩 꿈에서 보였다.한번은 ys의 S시에 넓은 복숭아 밭에 복숭아 꽃들이 만개해 있기도 하였다.
근래에는 그녀의 가족들을 자주 본다는 점도 특이했다.
이 모두 각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났다.
인간에게는 다섯 가지 감각이 있다
미각 청각 후각 시각 촉각이니 '오감'이다.
그것을 초월하는 여섯 번째 감각,이는 정신영역에 속하며 '육감'이라고 부른다.
베르나르베르베르 같은 혹자는 이를 또 하나의 천재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등을 지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쌓인 경험들로 kh는 그도 돌아서지 못하고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구속감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