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을 때 사랑하기로 해요.
지난 2주간은 지방에서 교육을 받았다. 글도 두어 편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 좋았다. 교육 말미에 직장에서 연락이 왔다. 성금을 모으는데 찬조할 수 있겠느냐고 한다. 청사 환경미화를 위해 오래 애써오신 공무직 여사님이 갑자기 입원을 하셨고 당분간 쉬게 되었다는 전갈과 함께였다. 지갑을 기꺼이 열고말고..
복귀 첫날인 오늘, 점심시간을 빌어 팀원들과 함께 목동 E병원에 찾아갔다. 교회에서 예배를 올리는지 조문실 내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당장은 조문이 불가했기에 방명록에 서명 후 안내를 따라 식사 자리로 이동했다.
앉은자리 정면 벽에 모니터가 줄곧 지줄대고 있었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나의 시선이 화살이 된 듯 모니터에 꽂혔다. 깨달음이 가서 박혔는지 모르겠다.
그전까지는 고인의 웃는 모습이 모니터에 무심하게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우리의 삶에서, 웃을 일은 항상 있다.
웃는 순간은 찰나지만 사진을 통한 한 번의 포착은 사람의 평생을 미화시킨다.
모든 인생은 제각기 형형색색 알록달록 자신만의 사연을 빚으며 살아간다.
그러한 삶을 딱 사진 한 장이 대변한다.
마지막 사진이다.
환하게 웃는...
맞다...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인생이 행복하였다고 기억될 수도 있다.
웃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래서 많이 웃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젓가락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모니터를 꽤 응시하고 있었나 보다. 내 머릿속 빈 공간을 발견한 자각이 느닷없이 뛰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그리고 함께 데려온 몇 명의 얼굴을 업로드 했다.
그들은 아마도 내게는 꽤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갑자기 그 얼굴들이 안타까워졌다.
그들도 언젠가는 저런 까만 모니터 속을 액자처럼 갇혀 들어가 아련하게 웃고 있으려나?
나 또한, 그날을 맞을테고 사람들은 그날 나를 비췄던 그 찰나의 빛을 나의 진짜 모습으로 여기며 저런 액자 모니터를 바라 나를 상념하게 되겠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저곳에 갇혀 웃고 있을 때 나는 얼마나 무너져 있을까?
사람들은 또 그곳에서 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내 얼굴을 보며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내가 떠나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든 이별에 대한 먹먹한 마음이 올라올 것 같았다.
나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나의 그리움에 대한 두려움은
컸다.
생각의 편린들이... 거의 다 뜯어먹고 몇 알 남지 않은 쉰내 나는 옥수수 알갱이들 마냥 내 머릿속에서 듬성듬성 공간을 차지하고 도골도골 뒹굴었다. .
고인의 가족들은 일면식도 없는 내 앞에서 고맙다는 말만 계속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충혈된 빨간 눈에서 그리움을 가득 머금은 뜨거운 덩이들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내가, 직장에서는 고인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입장이었기에 나를 보는 그들의 마음이 더 절실했을지도 몰랐다.
고인은 생전에, 직원들이 정성들여 모은 격려의 돈 봉투를 받고서, 그게 뭐라고, 그 백만 원을 받고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이 미처 몰랐던 타인의 사랑을 그제서야 제대로 알아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바로 보니 모두가 자신을 위해 그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받아왔었는지 갑작스런 깨달음이 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자신은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삶은... 시간이 지나 봐야 깨닫게 되는 신의 은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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