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성장의 양분이고 시련 없는 성장은 없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바람이 불어 나무를 움직여야 한다.
선물로 받은 선인장이 하나 있었다.
몇 해가 흐르자 그 나이만큼 키는 자라 있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키는 자꾸 자라는데, 살이 도통 오르지 않는 것이다.
점점 가늘어지고, 얇아지고, 마침내 종잇장처럼 야위어 갔다. 사진에서 보던 통통하고 힘차 보이는 선인장과는 딴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였다. 선인장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더니 휘어져 옆으로 누워버지고 말았다.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나무젓가락을 지지대 삼아 곁에 세워보았지만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워 보였다.
나는 가위를 가져왔다. 상태가 나쁜 줄기를 잘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실내에서 너무 편안하게 지내서 약해진 건 아닐까?’
문득 떠오른 장면 하나.
뜨거운 사막, 먼지바람 너머, 묵묵히 서 있는 굵고 단단한 어릴 적 삼촌같던 선인장들. 거기선 낙타도, 사람도, 선인장도 강인해야만 살아남는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라면… 바깥으로 내보내 보자.
빨간 화분에 담긴 선인장은 그날 이후 건물 옥외 계단참에 자리를 잡았다. 거기서부터 진짜 시간이 시작되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 온몸이 데이고,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흠뻑 젖기도 하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가시를 조용히 세우는 그 모습.
그리고, 삼일째 되는 날.
매일같이 나가 확인하던 그 선인장에게서
무언가 확연히 달라진 기운이 느껴졌다.
쓰러져 누워있던 줄기가 조금씩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거뭇하던 빛깔에 다시 초록빛이 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폭우처럼 쏟아진 빗물을 잔뜩 머금은 듯 말라가던 몸통에 다시 살이 오르고 있었다.
나흘째 되는 날엔 꺼멓게 죽어가던 표면에 윤기까지 돌기 시작했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말이 있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바람이 불어 나무를 흔들어야 한다.”
개인의 삶도,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잘 풀리고 평온하기만 한 상황은 드물다.
변곡점과 시련, 우여곡절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그렇게 자란 것들은 쉽게 꺾이지 않고 오래 버틴다.
거센 바람에도 뿌리를 지키며, 제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말을 오래 곱씹게 된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바람이 불어야 한다.
우리는 시련을 통해 성장하고,
우리는 시련을 통해 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며,
우리는 시련을 통해 그 가치를 지켜낼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렇게 단단해진 존재만이,
다시 일어설 줄 안다.
제 글이 좋으셨다면 잠시 더 이 노래와 함께 머물러 주시기 바랍니다.
걱정 말아요 그대 - 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