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라쇼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devoy Jun 25. 2019

엠마 톰슨의 뛰어난 '연기', 스토리는 '글쎄'

영화 <칠드런 액트> 리뷰

※ 스포일러가 많이 있습니다.


'엠마 톤슨이 엠마 톤슨 했다.' 영화 <칠드런 액트>를 본 단상이다. 영화에서 그녀(피오나 역)가 보여준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발성과 목소리의 높낮이, 영국식 발음과 어투, 얼굴 표정과 손짓 등 엠마 톤슨의 움직임 한 번에 눈과 귀가 저절로 따라갔다. 특히, 영화 <칠드런 액트>에서 엠마 톰슨은 섬세함도 돋보였다. 그녀가 쓴 안경, 몸에 걸친 옷과 액세서리는 '여성 판사는 아마 저럴 거야'라는 인상을 감하게 남겼다. 영화에서 그녀가 직접 부른 노래와 피아노 연주는 지적미와 함께 한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의 모습이 어떠한 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강렬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칠드런 액트>에서 엠마 톤슨의 연기는 우아하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아닌 우아 '그 자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영국이라는 나라의 풍경, 말로만 듣던 영국 도시인 '뉴캐슬'이라는 곳의 경치와 분위기가 그녀의 연기와 한 데 어우러져 어색함 없이 내내 자연스러웠다. 엠마 스톤의 명연기 때문에 영화의 주된 갈등 요인인 '딜레마'라는 선택의 기로에 있는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을, 상황과 상황의 충돌을 물 흐르듯이 볼 수 있었다.



기(起)


영화 <칠드런 액트>에서 엠마 톤슨(피오나 역)은 법원의 판사로 나온다. 엠마 톤슨(피오나 역)은 법의 수호자이자 심판자로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판결로 대중을 압도한다. 한 몸통에 머리가 둘인 샴쌍둥이를 두고 어떤 아이를 살려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장면이 특히 그랬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복선(?)으로 보였는데, 엠마 톤슨(피오나 역)은 냉정한 결정을 내리는 장면에서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법의 집행을 통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도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판겨을 내린다.


좋았다. 영화 <칠드런 액트>의 초반부는 엠마 톤슨(피오나 역)이라는 인물에 최대한 중점을 두며, 이 인물의 역할과 설정에 많은 시간과 공을 할애한다. 이 기대에 부응하듯 엠마 톰슨은 '판사는 이런 것이다', 특히 '여성 판사는 이렇다'라는 점을 감추지 않고 뿜어낸다.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은은하게, 영국식 어투와 목소리, 감정의 전달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 <칠드런 액트>의 엠마 톤슨(피오나 역)의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다


승(承)


영화 <칠드런 액트>에서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는 '여호와 증인'으로 태어나고 자란 인물이다. "수혈을 금지한다"는 종교적 이유로 제 때에 치료받으면 제대로 살 수 있는, 심하게 고통을 받지 않으며 죽을 수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핀 화이트헤드는 처음엔 미성년자로 등장, 여호와 증인인 부모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삶과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런데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의 생명을 두고, 그의 부모와 병원이 갈등하게 된다. "수혈하면 살릴 수 있다", "이대로 두면 아동학대다"라는 병원 측과 "종교적 신념 때문에 거부한다"는 부모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결국 이 문제는 법원의 결정으로 맡겨지게 된다. 엠마 톤슨(피오나 역)은 이 논란을 종지부 시킬 판사로 등장하게 되는데, 다른 판결과 달리 엠마 톤슨은 이 사건의 결정에 앞서서 해당 인물을 직접 보고 하겠다고 하고, 그렇게 핀 화이트헤드를 병원에서 만나게 된다.    



엠마 스톤(피오나 역)과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 모두 처음 만난 뒤,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생사의 기로에서 우연 같은 만남이 그렇게 이뤄지게 되고, 가정법원의 판사인 엠마 톤슨(피오나 역)과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는 짧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 둘의 순간적 만남은 깊은 교감을 갖게 하고, 결국 이후 두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판사로서 엠마 톤슨은 "존엄성"과 "생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생명"을 우선시하는 판결을 하게 되고, 핀 화이트헤드의 삶도 바뀌게 된다.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었을까. 결국 영화 <칠드런 액트>는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를 통해 말한다. '종교'와 '생명' 중 어느 것이 중한지 관객에게 묻는다.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종교적 신념을 수호할 것인가,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 중간중간 엠마 톤슨(피오나 역)이 연기하는 판사의 판결 과정에서 관객도 함께 해당 사건을 같이 고민하게 하는 것처럼 '종교'와 '생명' 중 무엇이 중요한지, 딜레마적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묻는다.



전(轉)과 결(結)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 청년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마치 신(神)처럼 절대적인 존재였던 부모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고민에 고민,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자 핀 화이트헤드는 엠마 톤슨(피오나 역)을 무작정 찾아가는데, 그의 모습은 마치 신에게 새로운 삶은 부여받은 존재 그 자체였다. 


절대자에서 다른 절대자로. 이전의 삶은 '여호와 증인'이라는 종교가 문제를 푸는 열쇳말이었지만, 새 생명을 얻은 이후의 삶은 '피오나'라는 이름으로 갈음됐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는 병실에서 병약한 모습에서 탈피, 뉴캐슬이라는 도시를 혼자 방문할 정도로 활기찬 삶을 보낸다. 이 정력적인 활동은 끝내 피오나의 입술이 입을 맞추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이 계기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욱 끈끈하게 이후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는 엠마 톤슨(피오나 역)으로부터 구원을 얻으려고 한다.


이후 엠마 톤슨(피오나 역)의 삶도 흔들린다. 고요하고 정적이 흐를 것만 같았던 그녀의 마음에 감정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른바 파문(波紋). 마지 조용한 호숫가에 돌멩이가 떨어진 뒤 잔잔히 퍼지는 물결처럼, 평소 이성적이고 냉정함의 대명사였던 그녀의 태도와 행동, 그리고 감정이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라는 젊은이를 만나고 난 뒤 변하게 된다.


죽음. 하지만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는 엠마 톤슨(피오나 역)으로 결국 구원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바로 죽음이었다. 자신의 삶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인물이 엠마 톤슨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로부터 거절당한 핀 화이트헤드는 그녀를 만나기 전 삶, 아니 그보다 더 못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죽음의 문턱에 오르게 된다. 마치 구도자를 잃고 길 위를 헤매는 양처럼, 자신의 삶을 추스르지 못한 채 삶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스토리의 투박함


투박했다. 영화 <칠드런 액트>의 스토리는 거칠했다. 엠마 톤슨이라는 인물만 보면 나무랄 곳이 없었는데, 영화의 전개는 불친절했다. 특히,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핀 화이트헤드(애덤 역)와 엠마 톤슨(피오나 역)의 감정선은 너무 단조로웠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고,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이 갈등이 두 사람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서 어떤 변화를 각각 이뤄내는지, 더 밀접하게 드러냈어야 했는데, 밋밋했다. 스토리는 두 인물의 구도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두 인물의 심리와 감정은 좀 더  더 얽히고설켜야 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더욱이  엠마 톤슨(피오나 역)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스탠리 투치(잭 역)의 존재감이 영화 내내 아쉬웠다. 아내를 도와주는 조력자인지, 단지 이 영화에서 무거운 분위기에 유머를 던지는 방관자인지 그 분량과 비중이 너무 아쉬웠다. 선택의 기로에선  엠마 톤슨(피오나 역)에게 사건의 실마리와 해결책을 제공하는 조언자라든지,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을 핀 뒤, 삶의 통찰을 얻은 찌질한(?) 남편인지, 아니면 다른 역할을 가진 모습을 정확히 보여줬어야 했는데, 불분명했다. 


스탠리 투치(잭 역, 가운데)의 인물 설정이 아쉬웠다.


그리고 메시지


영화 <칠드런 액트>는 '선택'과 '책임'에 대해 말한다. 영화의 주된 무대였던 법원에서 이뤄지는 '판결'이 단지 사람이 사람에게 내리는 처벌이라는 성격을 넘어, 개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한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누구나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이 결정이 누군가의 인생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해 주는 영화다. 피할 수 없는, 피해서도 안 되는 선택과 책임의 무게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그래서일까. 스토리 전개는 투박하지만, 엠마 톤슨(피오나 역)의 명품 연기에 선택과 결정, 책임이라는 단어가 든지는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누구나 한 번쯤 봐도 무방한 영화다.




※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는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유명한 ‘아동법’에서 따온 것으로 이는 법정이 미성년자(아동)와 관련한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6.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영화 <칠드런 액트>

매거진의 이전글 두 주인공의 뛰어난 연기, 영화 <갤버스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