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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Jun 26. 2019

마태복음 25장 29절

Fifteen Million Merits 핫샷 편 (2)

※ 스포일러(spoiler, 헤살)가 많이 있습니다. 



줄거리


모든 게 돈이다. 사방에 둘러 쌓인 스크린과 시선이 맞닿으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19금 성인광고도 마찬가지다. 더 보고 싶으면 돈을 지불하면 되고, 선정적인 문구와 영상으로 불편해 끝까지 보지 않으려면 벌금을 내면 된다. "건너뛰면 벌금이 부과됩니다, 다시 시청하시겠습니까?"라고 친절한 말투로 제안을 하지만 안 봐도 문제, 봐도 문제다.

결국 돈이 나가는 건 매 한 가지다. 보지 않는 대신 음소거를 해도 마찬가지다. 막을 새도 없이 별도로 요금이 부과된다. 매일매일 매 순간 제공되는 영상과 광고를 피하기 위해, 스크린에서 눈을 잠시라도 떼면 "다시 시청하세요"라고 사방에서 경고음이 발생한다. 스크린을 다시 볼 때까지 요란법석을 떠는데, 주인공 '빙 험'이 마주하는 22구역 매일매일의 삶과 순간들이 그렇다.


넷플릭스 'Fifteen Million Merits 핫샷'  편은 모든 것이 돈인 시대상을 반영한다.


돈을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방식은 간단하다. 자전거에 올라 서면 된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돌리기만 하면, 그 횟수만큼 돈이 저축이 된다. 이 자전거 노동은 역설적이다.  넷플릭스 <Fifteen Million Merits 핫샷> 편이 기술이 진일보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최첨단 시대라고 할 지라도, 순수 노동이 반드시 필요함을 나타낸다. 이것은 동시에 의미한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과 좋은 기술이 있는 시대이더라도, 노동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음을, 시대와 환경을 초월하여 가장 정직하게 돈을 버는 일이 바로 순수 노동임을 암시한다. 


최첨단 시대에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자전거 위를 달리는 방법뿐이다.


지출은 안 쓰면 그만이다. 보고 싶지 않은 성인광고를 건너뛰지 않고 끝까지 시청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이지만 절약하는 방법은 원초적이다. 여기서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는 엄연히 존재한다. 돈 있는 사람은 대충대충 해도 살아남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대충대충 살 수 없다. 자전거 위를 더 이상 달릴 수 없으면, 드라마 속 노예 계급인 '도플(아래 오른쪽 장면, 노란색 옷을 입은 사내)'로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다.


넷플릭스 'Fifteen Million Merits 핫샷'  편은 진일보한 시대상 드러내지만,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퇴보된 사회를 나타낸다.



마태복음 25장 29절


넷플릭스 'Fifteen Million Merits 핫샷'  편을 보고 신약성경 한 구절이 떠올랐다. 마태복음 25장 29절에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고 써져 있다. 부유한 자는 갈수록 더 부자가 되지만, 가난한 자의 삶은 더 빈곤해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변수를 더하면, 그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짐을 나타낸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넷플릭스 'Fifteen Million Merits 핫샷'  편은 단순히 드라마적 상황으로 볼 수 없다. 드라마 속 자전거 위를 달리는 사람들처럼, 평생을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우리 현실 세계에 널려 있다. 드라마는 악착같이 일하고, 아껴서 돈을 모았지만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자기 집을 살 엄두는 못 내는 우리 내 슬픈 현실을 반영한다. 드라마를 보며, 자기 집은커녕 전세도 빠듯해 월세를 전전해야만 하는 사회초년생과 빈자들의 삶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회차의 주인공인 '빙 험'의 말은 울림을 준다.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가진 것이 적다고, 평가를 내리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드라마 속 일장연설은 시원 상쾌한 사이다와 같다. 없는 자들이 그나마 있는 것도 빼앗기는 현실에서 진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누가 누구를 함부로 게으르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Fifteen Million Merits 핫샷'  편은 양극화가 심해지는 우리 현실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회차다.


누가 진짜 게으른 사람일까





[브런치 X 넷플릭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블랙 미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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