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조직문화 vs. 조직풍토
조직문화 Organizational Culture와 조직풍토 Organizational Climate는 다릅니다. 조직문화는 수년 동안 점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쉽게 조작되거나 바뀌기 어렵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수년 동안 누적돼온 암묵적인 가정, 신념, 가치가 문화입니다. 멤버들은 생존과 적응을 위해 그 암묵적 가정과 신념을 배움으로써, 그 조직에서 수용 가능한 것과 수용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그것에 기반하여 커뮤니케이션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조직에서는 회의시간에 이견을 말하면 모난 돌 정 맞듯 한다’와 같은 암묵적 가정입니다. 신입 사원은 재빨리 이를 받아들여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선뜻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게 됩니다. 물론 ‘의견이 합리적이라면 의사결정에 최대한 반영시키는 조직이다’라는 가정이 조직에 존재한다면, 이 또한 새로운 멤버에게 쉽게 전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조직풍토는 조직의 현재 분위기를 말합니다. ‘풍토’의 원어가 기후 혹은 분위기를 나타내는 ‘Climate’ 임을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날씨가 쉽게 변하는 것처럼, 조직의 필요에 따라 발달된 것이며 원하는 형태로 조성이 가능합니다. 즉 경영진의 노력과 슬로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앞의 에피소드처럼, 리더십의 변화를 통해 현재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그건 조직풍토 차원에서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 분위기가 지속되고 그 분위기를 신뢰하게 되면, 드디어 조직 내의 암묵적 가정이 조금씩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회의 시간에 함부로 발언하면 안 되었는데, 이제는) 실무자의 의견을 매우 중요하게 경청하고 현업에서의 의사결정은 스스로 하라고 해요.”라는 경험들이 조직 안에 자리잡음으로서, 신입 혹은 경력 사원들이 입사했을 때, 쉽게 이 문화에 동화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조직 내에 구전되어온 암묵적 가정 (Basic Assumption)
조직이든 가정이든,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그 환경에서 어떻게 행복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긍정적 고민이고요, 다른 하나는 자신이 ‘한 일’과 ‘자신’이 거절되지 않고 여기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이는 인간의 뇌 중에는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전두엽과 같은 뇌도 있지만, 생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변연계와 같은 뇌 부위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 내에 구전되어온 암묵적 가정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켠켠히 쌓아져 오게 됩니다. 회사가 창립된 히스토리, 창업주가 가졌던 마인드와 특정 사건 속에서의 행태, 위기를 극복해온 히스토리, 어떤 사람을 유능하게 보고 어떤 스타일의 사람을 영웅으로 치하하는가가 해석되고 회자되며 각자의 의견까지 덧붙여 부풀려지게 됩니다.
만약 오랫동안 ‘재무적 성과’를 승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았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재무적 성과를 낸 사람이 승진하면, 그것을 목격한 구성원들은 두 부류로 양분될 것입니다. 한 부류는 상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동일한 방식으로 성과를 낼 것입니다. 다만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는 재무 수치에만 조바심을 낼 겁니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몰입도가 떨어지고 회사와 리더에 대한 로열티를 갖지 못하며 기회가 된다면 이직하고자 할 겁니다.
이런 조직에서 ‘이제 변화가 필요’ 하니 ‘조직문화를 좀 더 수평적으로 가져 가자’며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주겠다’고 선포한다면 어떤 파장이 있을까요? 아무 파장도 생기지 않을 겁니다. 희망차게 내건 슬로건에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으니까 경영진들은 서서히 조바심이 날 겁니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를 반복하다 화를 내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구성원들은 수년간 경험치가 있기에 자기 의견을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전에 어떤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께서, 조직 리더들에게 육성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고 교육도 시키는데 왜 조직 진단을 하면 ‘People Management’와 관련된 점수는 나아지지 않느냐고 물으십니다.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얼굴로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이 조직에서는 어떤 사람이 승진합니까?... 육성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People Leadership’을 신경 쓰지 않아도 어떤 페널티도 없습니다. 육성을 좀 덜하고 구성원들에게 독설을 퍼부어도, 성과만 좋으면 승진을 하는데 누가 육성에 신경을 쓰겠습니까…. 겉으로는 강조하지만 꼭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리더들에게 이중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죠.”
이런 조직에서 영입 임원에게 ‘메기 효과’를 기대합니다.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으라는 미션을 주는 거죠. 장기 운송 시에 죽어버리는 정어리가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게 하기 위해 천적인 메기를 넣어두는, 그 메기 효과 말입니다. 운송 트럭에서는 정어리가 죽기 살기로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신선도를 유지하지만, 조직에서 메기는 오히려 정어리들에게 잠식당해버립니다. 그만큼 조직 내의 암묵적 가정은 거대하고 깊습니다.
이런 현상은 조직뿐만 아니라 리더들에게도 볼 수 있습니다. 보고 미팅에서 구성원이 첫 문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됐고~!”를 외쳤던 리더가, “이제부터는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할 때 그 말이 믿어지겠습니까? 사실 그 리더의 마음(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인드셋’)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의 다짐은 자신에게도 구성원에게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예를 들면, “됐고~!"를 외칠 때 마인드셋(혹은 그 안에 있는 기본 가정)이 ‘당신들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시간 낭비다’, ‘당신들이 좋은 솔루션을 찾아낼 턱이 없다’, ‘내 이야기가 정답이니 잘 듣고 실행만 제대로 해라’라면, 이 가정이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의 새로운 슬로건은 스스로에게도 거짓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입니다.
조직 풍토 변화를 위한 첫 번째 노력, 리더 개인의 기본 가정 살펴보기
조직도 마찬가지이지만, 리더 스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 가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은 성장한다고 믿습니까? 아니면 한번 안 되는 사람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구성원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경험 많은 내가 결정해야 한다고 믿습니까? 실패를 정말 성공의 어머니로 보십니까? 아니면 실패는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이니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까? 서로가 협력해서 성과를 낸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성과를 내는 사람은 결국 소수이고 나머지는 들러리라고 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기본 가정을 살펴본 후, 내가 조직에 설득하고자 하는 변화와 맞지 않는 가정이 있다면 스스로 그 가정을 반박하고 깨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조직은 똑똑한 몇 명이 이끌어 나간다는 전제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예와 사례들을 수집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을 잘 독려하는 리더들을 만나서 구성원 각자에게 어떻게 역할을 맡기고 책임지게 하는지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내 스스로 내 말이 믿어질 때 다른 사람도 나를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조직 풍토 변화를 위한 두 번째 노력, 3인의 법칙
EBS의 다큐에서 ‘집단의 힘’을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대로변에서 한 사람이 하늘을 가리킬 때와 3인이 가리킬 때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아래의 화면처럼 한 사람이 하늘을 가리켰을 때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을 쳐다보거나 하늘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세 사람으로 늘어나자, 갑자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뭐야? 뭐가 보인다는 거야?”하며 의아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어? 구름이 특이하게 생겼네?”하며 하늘을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집단의 힘입니다. 같은 방향을 세 명이 가리킬 때 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이 원리를 조직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내 스스로 마음속의 기본 가정과 변화의 방향이 일치한다는 판단이 들면, 이제 그 방향으로 조직 풍토를 바꾸기 위해 같은 하늘을 가리킬 3인을 먼저 설득하는 것입니다. 3인과의 정렬(alignment)을 통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사람들은 호기심을 나타내고 관찰하고 실험해볼 것입니다. 3인은 또다시 각자 3인을 설득해가는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습니다.
조직 풍토 변화를 위한 세 번째 노력, 전달 방식의 변화
앞서 에피소드에 나오는 곽상무님의 사례를 보면, ‘Debate를 통해 최적 안을 도출하자’라는 슬로건을 조직 풍토로 삼고자 했습니다. 이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었습니다. 슬로건은 좋았으나 실제 Debate 장면에서는 틈틈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렇지 않다, 너희는 부족하다, 역량이 부족하면 배우려는 태도라도 가져야 하는데 당신들은 그렇지 않다’라는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더 분발했으면 하는 의도였는데, 사람들은 야단맞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목표를 향해 채찍질만 하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과 시도에 초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무능과 평가받을까에 대한 두려움에 초점을 두게 된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두려움과 서투름에 대해 부드럽게 다가가야 합니다. 즉, 작은 시도를 칭찬하며 조금이라도 변화한 모습이 무엇인지 들려주고, 그 모습들이 의미 있다고 격려해야 합니다. 100미터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리더 혼자 도착점에 들어가 있으면, 빨리 오라고 야단칠 일 밖에 없습니다. 어느새 리더 혼자만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 다시 돌아와 구성원의 속도에 맞춰 한발 한발 같이 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모습, 서로의 주장에 귀 기울이며 정반합을 통해 최적안을 도출해가는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어렵지만 조직 분위기를 바꿔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