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새로운 행동을 갑자기 과도하게 해 보겠다는 최상무님과의 대화]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너무 다른 이야기입니다
‘올해는 꼭 해야지!’라고 결심한 행동 한 가지씩은 다 있으시죠? ^^ 저는 매년 결심하는 단골 메뉴가 ‘운동’입니다. 운동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고, 방법도 알고 있고, 시도도 여러 번 해봤는데, 습관화가 안됩니다. ‘운동, 이젠 진짜 하려구요~’란 말, 민망해서 못합니다. 저는 의지박약일까요? 예, 운동에 관한 한 의지박약입니다.
그런 제가 달라졌습니다. 아침 눈뜨자마자 침대에 누워 약 7분간 스트레칭을 합니다. 침대에서 바닥에 발을 대는 순간 ‘오늘도 잘될 거야, 파이팅~!’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쥡니다. 벌써 두 달째 지속하고 있습니다. 의지박약이었던 제가 어떻게 두 달째 습관화를 이루고 있을까요?
모두 BJ 포그 소장님 덕분입니다. 습관 형성에 관한 많은 책이 있지만 스탠퍼드대 행동설계 연구소장인 BJ 포그만큼 명료하고 쉽게 설명하는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바로 [습관의 디테일 TINY HABITS]이란 책인데요, ‘습관을 위한 행동 설계’에 관한 BJ 포그 소장의 비법이 잘 녹여져 있습니다.
내 삶에 전환을 가져올 중요한 행동들, 어떻게 습관화시킬 수 있을까요?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습관의 디테일]에 보면 말도 안 되는 사례가 여럿 나옵니다. 사리카의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리카가 원하는 목표 행동은 ‘아침 해 먹기’였습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도저히 이룰 수 없다고 단념한 목표였는데, BJ 포그 소장님의 코칭을 받아 ‘아침 해 먹기’도 성공하고 요리를 꽤 잘하는 사람으로 변모했다는 겁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처음 시작한 행동이 바로 ‘가스레인지 켜기’였습니다. 그냥 가스레인지를 몇 초 동안 켜 놓았다가 끄는 행동을 며칠 동안 반복했습니다. 며칠 반복한 후, 켜진 가스레인지 위에 빈 냄비를 올려놓는 행동을 덧붙였습니다. 냄비를 올려놓자 ‘오트밀 만들 물이나 끓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물이 끓자 오트밀을 넣지 않는 게 어리석어 보여서 요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가지 규칙은 꼭 지켰답니다. 너무 바빠서 아침을 해 먹기 어려운 날이라도 가스레인지를 켰다 끄는 행위는 반드시 했다는 겁니다.
사실 위의 사례 덕분에 저도 스트레칭을 시작한 겁니다. 처음엔 복식호흡 3회만 했습니다. 하루 했는데, 겨우 복식호흡 3회만 하고 일어나기가 민망하더군요. 그래서 유튜브를 찾아서 아침 체조를 검색한 후,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몇 가지를 외웠습니다. 그다음 날 아침, 외웠던 몇 가지 동작을 더해서 스트레칭을 하니 5분이 걸리더라구요. 그 이후 조금씩 더해서 현재의 7분이 된 겁니다. 가스레인지에 불만 켰다 끈 사리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결국 아주 민망한 작은 행동부터 거르지 않고 시작하면 결국에는 원하는 행동으로 연결이 된다는 것을 저도 체험한 것입니다. 작은 습관이지만, 여기에 매우 중요한 행동 설계 비법이 숨겨져 있습니다.
행동 변화를 위한 설계 공식을 기억하세요
BJ 포그는 자신의 ‘의지’를 탓하지 말라고 합니다. 변화에 실패하는 원인은 ‘내’가 아니라 ‘접근방식’에 있다는 것이죠. BJ 포그가 주장한 ‘포그 행동 모형(Fogg behavior model)’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포그 행동 모형(Fogg behavior model)’에서는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려면 동기, 능력, 자극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동기(를 믿기) 보다는 능력을, 능력보다는 자극이 우선되어야 행동으로 움직여진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 같습니다. 왼쪽 그림에 기록된 것처럼 동기는 변덕스럽습니다. 년 초에는 하늘의 별도 딸 것 같은 열정이 생기지만, 한 달만 지나면 이내 약해져 버립니다. 그래서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40분간 운동하기’에 요구되는 능력은 너무 어려워서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복식호흡 3회 하기’로 난이도를 조정하는 겁니다.
그러나 난이도를 아무리 낮춰도 자극을 주지 않으면 그 행동은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잊지 않고 행동’하도록 일상생활에 ‘자극’을 끼워 넣는 앵커링 작업이 필요합니다. 즉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상 행동에 매우 작은 새로운 습관을 연결하여 행동 설계를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저처럼 ‘눈을 뜨자마자’ 복식호흡 3회 하기라던가, ‘화장실을 다녀온 직후’에 벽에 대고 팔 굽혀 펴기를 2회 하기와 같은 것입니다.
BJ 포그는 이를 ‘작은 습관 레시피’라고 명명하며 다음과 같은 공식에 작은 습관 레시피를 앉혀보라고 권합니다.
“나는 00한 후에 00를 할 것이다.”
→ “나는 (앵커 행동) 후에 (새로운 습관을) 할 것이다.”
→ 예) “나는 눈을 뜬 바로 직후에 복식호흡 3회를 할 것이다.”
리더십 행동도 ‘포그 행동 모형(Fogg behavior model)’으로 설계해보세요
사례에 나온 최상무님의 경우, 코치와 대화하면서 의욕이 커진 상태여서 ‘한 번도 껴들지 않고 경청하겠다’는 실행 목표를 잡았습니다. 한두 번은 참고 경청하실지 모르겠으나, 능력(경청에는 질문하기, 공감하기, 칭찬하기 등의 여러 능력이 필요합니다)이 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세 이전보다 더 시니컬해질 수도 있습니다. ’ 50%는 듣겠다’로 목표 행동을 줄이긴 했지만, 이것도 매우 큰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좀 더 쉬운 행동을 여러 장면에서 엥커링해보는 작업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워낙 실행력이 높은 분이시기에 코칭 2 세션에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우리 리더께서도 변화를 위한 목표가 있으시죠? 혹시 사례의 최 상무님처럼 구성원들의 주도성을 키우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보고 싶으세요? 좀 더 수평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내가 무엇을 달리하면 조직이 더 좋아지겠냐?’고 피드백을 구하고 싶으세요? 권력 거리(distance of power)를 줄이기 위해 구성원들이 작은 의사결정을 해보도록 독려하고 싶으세요?
어떤 목표여도 방법은 동일합니다. 일단 매우 작은 스타터 행동을 선정해야 합니다. 눈 마주치기, 미소 짓기, 끄덕이기… 매우 작은 행동이죠? ‘누워서 떡 먹기’ 같은 작은 이 행동들이, 스타터 단계에서 매우 소중한 행동들입니다.
이 새로운 행동들을 일상의 어떤 행동에 앵커링 할지 설계해보세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요? 보고를 시작할 때요? 보고를 들은 후 리더로서 한마디 운을 뗄 때요? 언제든 좋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연결이 될 상황을 선정해서 스타터 행동을 연결 지어 보세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구성원들이 회의실에 들어오면’ 눈을 맞추며 미소 짓는다. 혹은 ‘구성원이 보고를 마칠 때’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혹은 ‘커피 한 잔 뽑고 있을 때’ 지나가는 구성원이 있으면 커피를 권하며 ‘내가 뭐 도와줄 거 있냐’고 묻는다. 아주 쉽죠?!
작년보다 올해에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으시죠? 가스레인지 먼저 켜세요. 그다음 냄비도 올려놓구요. 그게 아깝고 민망해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당신을 곧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의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 곁에서, 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