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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Jan 24. 2022

26편. 피드백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피드백을 성숙하게 받지 못하는 구성원에게 불만이 있는 최상무 



인간의 모순된 욕구

모든 인간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피드백의 전제는 이것을 위배합니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할 수 없으니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죠. 


저도 특강이나 워크숍을 진행한 후 피드백을 받습니다. 겉으로는 “무엇을 좀 더 해야 할지, 제대로 피드백을 달라고 해주세요~”라고 요청하지만, 마음은 “너무 완벽합니다~ 수정할 게 하나도 없어요, 지금처럼 해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하하하 ^^; ). 그러나 ‘지금 이대로 수용되기만을 원했다’ 면 저는 강사나 코치로서 명을 다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이 이 욕구만을 좇았다면, 인간이란 종족 자체가 멸종했겠죠. 


눈치채셨겠지만 인간은 ‘성장과 학습의 욕구’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인과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성장과 학습의 욕구가 크면 피드백에 대해 귀 기울 확률이 더 커질 겁니다. 반면 있는 그대로 수용받고 싶은 마음이 크면 피드백에 대해 저항이 커질 겁니다. 이 마음들은 유동적이어서, 뭔가 자신의 존재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는 상대의 피드백에 발끈하기가 쉽겠죠. 마음이 여유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부정적 피드백도 수용할 마음이 커질 겁니다.


물론 기질적인 요소도 작용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긍정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긍정 사건은 오래 기억하고 부정적 사건은 금세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기질의 사람들은 피드백에 대해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좀 더 피드백을 할 겁니다.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하며 쉽게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반면 부정적인 감정에서 회복되는 것이 쉽지 않거나 신중성이 높은 우울 기질이라면, 작은 피드백도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드백을 곱씹고 누적해 두기 때문에, 상대의 가벼운 피드백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1’의 강도로 준 피드백을 ‘10’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이 모습에 상대방은 어리둥절해집니다. 그럴 일이 아닌데 크게 반응하니까, 더 이상 피드백을 나누기 힘들게 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피드백은 우리에게 무거운 도전입니다. 그렇다고 피드백을 안 할 수도 없습니다. 피드백을 하지 않는 조직은 도태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일의 99%는 피드백이다]라는 책에서는 (긍정 기질이든 우울 기질이든) 모든 사람들이 피드백에 저항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제시합니다. 이 저항에 대해 숙지하고 대처한다면, 피드백 나누는 역량이 10~20%는 높아질 것입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피드백에 대한 저항의 근원 3가지_① 당신이 본 게 사실이 아니라구요!

피드백에 대해 저항하는 첫 번째 근원은 상대가 제시한 ‘사실(fact)’에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본 사실’과 ‘상대방이 본 사실’이 다르다는 것이죠. 실제로 내가 본 것과 상대방의 행동 간에는 간극(gap)이 클 수 있습니다. ‘작은 부분’을 보고 ‘전체인 것’처럼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도 피드백 강의를 할 때 ‘피드백을 준다’는 전제부터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피드백을 준다’는 것의 의미는 ‘내가 본 것이 맞으며, 내가 지금부터 주려는 이야기는 옳은 이야기이니, 당신은 내 이야기를 듣고 수용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본 ‘사실(fact)’이 실제로 부분적일 수 있고 또 내가 모르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질문(inquiry)’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당신 이렇게 행동하는 걸 보고 00 이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맞나요?’
                  ‘그렇게 행동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텐데 들려줄 수 있나요?’
                  ‘내가 본 게 전부가 아닐 텐데,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fact)가 더 있나요?’

이런 질문을 통해. 서로의 사실(fact)을 맞춰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피드백에 대한 저항의 근원 3가지_② 당신의 의도가 뭔가요?

피드백에 저항하는 두 번째 이유는 피드백을 들려주는 상대방의 의도 때문입니다. 나를 성장시키려고 그런 피드백을 하는 것인지, 그 마음이 진짜인지, 혹시 나를 무능하게 만들려 하거나 뺑뺑이(?) 돌리려고 피드백한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그래서 상사가 피드백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거나 진정성이 없으면 ‘당신이 내게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 나는 당신 피드백을 듣고 싶지 않아!’라고 저항하게 됩니다.

 

그러니 구성원의 성장에 대해서는 관심 없거나 혹은 ‘일하다 보면 당연히 성장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리더의 피드백은, 이 두 번째 저항(당신의 의도가 의심스러워!)에 부딪히게 되는 겁니다. 결국 과업 지향적인 리더의 경우는 구성원에게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결과를 위해 우리를 희생시킨다, 우리의 성장에는 관심 없고 결과값만 내놓으라고 한다’는 피드백 말입니다. 게다가 피드백이 과제에만 머무르고 사람을 향해 가지 않게 되니, 성장의 밑거름으로 쓰이지 못하게 되고 조직 성장도 더뎌지게 됩니다.

 

구성원의 오류도 있습니다. ‘너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진정성을 듬뿍 보여줬는데도, ‘어떻게 저에게 이런 피드백을 하세요 ㅠㅠ’라며 저항부터 하는 거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기만을 갈망하는 성향일 때 이런 현상이 드러납니다. 피드백을 ‘사실이라는 관점’에서 재고하기보다는 ‘서운함’으로만 받아들이는 겁니다. 선의를 가진 리더조차도 이럴 때는 어리둥절합니다. 

 

어떻게 하냐구요? 피드백과 관계를 분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좀 더 진정성을 담아서요. 피드백을 나눠도 관계가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합니다. ‘나는 너와 끝까지 갈 거다’, 혹은 ‘나는 너의 성장을 원한다’는 확인 말입니다. 


피드백에 대한 저항의 근원 3가지_③ 그래서 제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건가요?

피드백에 관한 가장 심각한 저항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런 피드백을 받았으니, ‘나는 조직에서 쓸모없는 존재다’, 혹은 ‘상사가 나를 팀에 필요 없는 사람으로 여길 거다’라고 믿는 것입니다. 자존감이 낮거나, 상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자신의 영향력을 과다평가했을 때 오는 좌절들이 이 마음을 건드립니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저항과 대체를 보시면서 뭐 이런 생각까지 하냐고 하시겠지만, 부부 싸움하거나 자녀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세 가지 저항을 모두 느낄 확률이 큽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냐고, 나는 그럼 이 집에서 필요 없는 존재냐고, 당신이 본 건 전부가 아니라고…’ ㅎㅎ 한 번쯤은 이런 식으로 다툰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가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서 그런 거라고요?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없었던 마음이 가정에서만 생기는 건 아닐 겁니다. 원래 있던 마음이 가정에서 훨씬 더 증폭된 것이겠지요. 


그러니 중요도가 높은 피드백을 줄 때는 위의 3가지 요소에서 상대방이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즉 피드백을 줄 때는 내가 본 사실만 고집하지 말고 ‘사실을 맞춰가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고, 피드백을 주는 내가 어떤 진정성과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네가 이 조직에 존재하는 이유가 뭔지도 가끔씩 말씀해주시는 겁니다. 


힘드시다고요? 맞아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결과를 평가하는 리더’가 아니라 ‘과정을 함께 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조력하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피드백은 로 수시로 주고받아져야 합니다. 그러니 이전보다 10%만 좀 더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안심시켜주면서 피드백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조금씩 근사해지는 당신을 만나게 될 겁니다.


 

당신의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 곁에서, 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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