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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s Apr 08. 2016

결과를 내지 않는 아이

#17 늘 죄송스럽지만 고집불통인 어느 한 소년

#17 늘 죄송스럽지만 고집불통인 어느 한 소년


2015년 10월 찬바람이 시작되던 어느 날..


"아버지... 저 편입 그만둘게요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그걸 해야 할 거 같아요"

"... 넌 왜 늘 결과를 내놓지 않니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끝까지 해라"


그렇다, 나는 늘 결과를 내지 않았다. 지금까지 많이 실패했고, 도망쳤고, 다른 꿈을 찾아 갑자기 떠나곤 했다. 전역 후 꿈을 위해 편입을 준비하던 시기,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하던 시기라 스스로 생각했던, 그리고 나 자신도 하루하루 힘들지만 만족하던 시간을 나는 또다시 스스로 버리기로 결심했다.




평소에 나는 아버지랑 대화가 많지가 않다. 아버지는 시끄럽고, 개구진 나의 대화법을 싫어하셨고, 나는 나 나름대로 아버지와 벽이 있다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더 오랜만이었다. 중학시절, 사춘기 때 이후로 아버지랑 그렇게 설왕설례하면서 다툰다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오래간만에 부자간의 대화가 이렇게 언성이 높아져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나는 나름 나만의 생각이 확고했고, 부모님의 마음에 대못을 꽂는 행위라는 건 알지만 내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생각하여 선택을 했다.


나는 못난 자식이다. 늘 이런 식이 었다. 인생에 있어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늘 극단적인 선택이었고, 결정은 미리 해놓고, 통보하는 식의 결정이었다. 그래서 난 늘 부모님께 이런 못난 아들이라 죄송하다. 평소에는 소통을 자주 하면서 정작 가슴속에 중요한 이야기는 나 혼자서 선택하고 결정하고 통보해왔다. 그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 나도 생각하지만 아직 미숙한 나는 그 방법을 몰랐고 그 방법들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부모님은 아직도 가슴속에 이런 작은 마음이 남아 계신다. '우리 아들은 아직 어리고 말만 휘양 찬란하구나'라는 나도 이해한다. 늘 도망치고 실패하였으니까, 주관이 뚜렷하던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도전을 했고, 많은 실패를 겪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마음속에 자리 잡힌 것 같다. '결과를 내지 못하는 자식'으로..


물론, 살면서 결과를 내면고, 마무리를 짓고 가야 한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래야 리스크가 줄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실패했을 때 돌아갈 구석이 있고,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그 근처에서 다시 이어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돌아갈 구석도, 이어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부모님 앞에서 큰 결과를 낸 적이 있었다. 바로 군대에 입대해 훈련병 시절.. 운이 좋아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노력한 결과 250명의 훈련병중 당당히 3위에 오르며 부모님 앞에서 '사단장 표창'을 받았을 때이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자랑스러워하고 즐거워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그 순간 너무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살면서 어디 가서 자랑스레 아들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부모님께 미안했다. 친척들 간, 계모임에서도 아들의 대학이며, 성적이며 하는 이야기 속에서 고개를 시원스레 들지 못했던 부모님꼐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노력했다. 죽어라 노력했고 나름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속에 살았다. 그러던 도중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또 다시 나는 큰 선택에 기로에 섰고, 결국 나는 다시 결과를 짓지 않고, 다른 길로 돌아섰다. 어찌 보면 용감하고 빠른 시작일 테고, 다른 시선으로 보면 무모하고, 도망치는 행위일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난 선택해야 했다. 나 자신이 믿는 길을 가야 한다 생각했고,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늘 그랬지만 선택한 것에 대해선 자신이 있었고, 만일 실패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나는 엄청난 경험을 했을 것이며, 도전하지 않고 멈추고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그제야 시작했다면, 나는 시기를 놓쳤을 것이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입장에선 그게 아니다. 결과를 늘 내지 못했고, 나의 자식이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얼마나 성장했는지, 또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게 없기에 늘 초조하고, 불안해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물론 꿈을 향해 간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 단계 한 단계 마무리 지어가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갔으면 하는 게 부모님의 마음이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선택을 했고, 가슴에 못을 박았고, 그렇기에 부모님께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던 도중 오랜만에 만난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또 이야기가 나왔다. "너는 왜 결과를 안 냈느냐", "그래도 결과는 내야 하지 않느냐" 라는 말을 두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들으니, 한편으로는 '내가 틀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수의 의견이 옳다면 소수의 의견은 옳지 않은 의견이 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고집대로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소수가 되어있던 나를 볼 수가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없어지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도 들었다. 그러던 도중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스스로한 이 선택에 후회하지 않다는 것,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 선택을 할 것 같았다.


살면서 많은 기회들이 있었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늘 나는 나 자신이 특해 받은 아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우연히 들어오는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고 나는 그때마다 늘 선택해오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막상 '난 이걸 했어요!' 라는 결과물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그때 선택하지 않았으면, 지금 내손에 든 게 너무 값진 거 같아 놓지 않고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없었을뿐더러 이런 좋은 기회와 경험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스물다섯.. 나는 앞으로도 많은 선택을 할 것이고, 늘 그랬듯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결과로 마무리가 지어지던, 그저 맨땅에 헤딩식의 시간 낭비이던 상관없다. 그 많은 일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으니 나는 당당히 가슴 피고 내 길을 가려한다. 당당히 내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것, 그것이 내가 모두에게 보여줄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 아닐까?



지금 선택에 기로에 놓이셨나요? 어떤 선택을 하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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