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필요하면서도, 쉽게 마을을 열지 않는 우리들
#22 필요하면서도, 쉽게 마을을 열지 않는 우리들
요즘 페이스북 또는 다른 SNS를 하다 보면, 피드에 많이 떠도는 글들이 있다. 그 글들의 주제는 보통 이렇다. '진정한 친구가 없다', '외롭다', '누가 그냥 안아줬으면..' 이런 식의 글들과 댓글이 수도 없이 달리며, 좋아요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힘듦을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사람들을 예전보다 더 찾는 추세가 되었을까?
현대사회는 인연 회전과 순환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더욱더 인간관계에 대해 신경 쓰게 되는 게 요즘 추세인 것 같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회전이 빠른 세상에서 '진짜 내편'을 찾아가는 과정이랄까? 예전에는 한국사람을 떠올리라 하면 한 과자회사의 트레이드 마케팅 포인트처럼 '정(情)'이 대표적으로 많이 생각나는 단어였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단어가 언제 우리의 문화였는지도 모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왜 우리는 점점 '정'과 멀어졌을까?
빡빡한 현실과, 경쟁 중심적 사회를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주위 친구들과 알게 모르게 경쟁을 하고 자라왔다. 분기마다 순위가 매겨졌으며, 그 순위가 곧 나의 미래라는 어른들의 말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한 가지 혹은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야 했고, 한창 호기심이 넘쳐나야 할 나이 때부터 포기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어졌다. 모두가 한 가지 목표로만 향하는 양 옆을 가린 말처럼 달려만 왔다.
그렇게 새로운 도전 = 위험한 일 이 되어져 버렸고 도전하지 않기에 익숙함에만 기대는 사람들이 되어져 버렸다. 그런 모습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외로움 증후군까지 오게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진짜 내편'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진정한 내편이란, 내가 힘들 때 무슨 일이 있건 당장 달려 나와 술 한잔 기울일 수 있어야 하며, 언제나 나의 생각을 이해해주고, 말을 하지 않아도 나의 상태를 알아주며,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바라는 것만 많을 뿐 정작 자신은 마음을 열지 않으려 한다.
대표적인 예로 대학교 또는 사회 친구를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베스트 프랜드를 정의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착오가 '함께한 시간 = 우정'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생각이 아주 많이 잘못되어 있다고 본다. 물론 함께한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사람을 더욱 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시간의 길이만큼 서로 닮아갈 수 있다. 그러나, 하루를 만나더라도 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한다. 그 아까운 기회를 우리는 처음 본 그 어색함, 또는 색안경의 시선 때문에 놓치고 만다.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의 주변에 정말 감사한 인연들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 진가를 못알아보는 것은 우리의 잘못된 편견이 아닐까.
늘 선진화된 마인드, 아메리칸 스타일을 외치면서도, 정작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가, 자신의 단점이 되는 일들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흠 잡히는 것을 너무도 싫어한다. 흠 잡히는 것을 너무도 싫어한 나머지, 자신을 조금 더 자신보다 나은 사람으로 포장한다. 그렇게 포장이 습관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내용물이 아닌 포장지로써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세상 어떤 사람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설령 부모님일지라도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원하고, 필요하는 그런 사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 방법을 예로 들 수 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기르기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하고 친하고 안 친하고는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다.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외롭고, 허전하지 않지 않을까?
물론,쉽지 않을것이다. 마음을 연다는 것,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한다는것. 또 아픈 날이 더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진심을, 마음을 열어주면 어느 순간 자신이 갑으로 여겨, 아무렇지 않게 부풀릴 수도, 아니면 대수롭지 않다 생각하고 자기 마음대로 떠벌리고 다닐 수도 있다. 그로써 상처받는 것은 온전히 자신이다.
정말 너덜너덜해지고 흔히 남들이 말하는 호구 소리 들을 때도 있겠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마음을 열어가며 살아가다 보면 나의 이 마음을 알아주는 진정한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인연을 만났을 때 그 인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마음을 여는 준비를 하고있는 중이라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