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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s Feb 06. 2016

당연하게 여긴, 소중한 일들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아는 것들.



막 20살이 되었을 무렵, 친구들과 함께 스키장을 간 적이 있다. 스키는 어릴 적에 타본 적이 있어서, 스키가 아닌 스노우 보드를 선택했다. 대여소에서 장비를 받고 난 뒤 탈의실에 들고 가 보니 이상한 물건이 내 손에 잡혀있었다. 바로 '엉덩이 보호대'  "이게 뭐야, 창피하게 기저귀 같은걸 입으라고??" 이렇게 생각하며, 난 엉덩이 보호대를 입지 않았다.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 줄도 모른 채...


보호대를 안 입은 내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었다. 운동이라면 어릴 적부터 오래해서 자신도 있었고, 나름 배우는 건 빠르게 배우는 편이라 쉽게 적응하고 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에 나는 자신만만하게 리프트에  올라탔다.처음 타고 내려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초급 코스였을 뿐더러 기본으로만 타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적응이 되고 주변을 볼 여유가 생겼을 때, 다른 보더들과 내가 다르게 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S자로 날렵하고 멋지게 활강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ㅡ자로 소위 말하는 낙엽으로만 내려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 나는'엉덩이 보호대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넘어짐의 연속이었다. 배워본 적도, 심지어 오늘 처음 타는 사람이 S자로 타보겠다고 객기 아닌 객기를  부리면서부터 나의 엉덩이는 처참하게 불타고 있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짐의 연속.. 너무 아파서 눈물도 찔끔 나고,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고통이 지속되자


그제야 나는 보호대를 입지 않았다는 자신이 어리석어 보였다.






모든 이들과 물건은 자기 고유의 임무와 역할이 있다, 나는 그것을 과신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평소에 주변에 일어나는 많은 기적들을 과신하고, 당연하다는 듯 여긴다. 요즘 SNS에 보면 이런 글귀가 흔히 보이지 않는가?




"세상엔 당연한 것은 없고,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공동체도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더 나아가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돌아간다."



그런 이들, 또는 그런 물건이 없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생각하고 후회한다. '아, 그 일들이 정말 감사한 일이었구나' 하며...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의식하지 못한 많은 감사한 것들을 어떻게 의식하며 살아갈까?'


우선 주변부터  돌아보는 것이다. 

어머니를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독립하지 않고서야 부모님과 떨어져 살지 않기에 많은 것을 당연시하며 산다.샤워를 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수건이 차곡차곡 개어져 선반에 올려져 있고, 치약이며, 샴푸들은 다 쓰기 전에 꼬박꼬박 새 물건으로 되어있다. 어머니들은 대단하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것들을 능숙하게 처리하신다. 정말 의식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이러한 일들은 자신도 모르게 우리의 삶에 소리 없이 스며들어 있다. 무색무취인 그 일들을 우리는 찾고, 우리도 베풀며 살아가야 하지 않는가 싶다 그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찾으려 의신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은 삶의 곳곳에서 진한 향기를 풍기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오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꼭꼭 숨은 그들을 찾아보고 그들에게 감사의 작은 선물을 주는 것은 어떨까? 


'늘 고맙다고' '무관심한 나의 곁에 있어주어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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