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진짜 나의 말이었을까, 그저 있어 보이는 말이었을까
#26 그건 진짜 나의 말이었을까, 그저 있어 보이는 말이었을까
푹푹 찌는 무더운 초여름, 터벅터벅 대학로로 새로운 교육 컨설팅을 받으러 가고 있었다.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하고, 더위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 무더위를 말끔히 씻어주는 버스의 에어컨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더위를 쫓아 내고 있었다. 그렇게 부스럭 부스럭 가방을 뒤져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틀었고, 무심코 창 밖을 보니, 그동안 평소에 버스를 타지 않던 나에게 익숙지 않은 풍경들이 그려졌다.
나는 버스를 잘 타지를 않는다. 이유를 말하자니 부끄럽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멀미가 심해 버스나 택시를 안타 버릇한 게 지금의 이 시점까지 온 것이다. 뭐 지금은 멀미는커녕 트럭을 운전하고 다닐 정도로 멀미와 이별했지만, 그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버스는 지금도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니 버스 안에서 밖을 바라본다는 것은 나에겐 익숙지 않은 어색한 풍경들이었다.
버스의 높이 때문에 조금 높이서 보이는 시선, 그러니 조금 더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계기도 이유도 없이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서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노래도, 버스 하 차장을 알리는 알림도 듣지 못하고 멍하니 그 생각만 하게 되었다. 그렇게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그 한 가지의 생각
"아, 그동안 나는 내 삶 자체를 꾸미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나를 돌아보니, 나의 삶은 꾸며지기 바빴다. 그저 흘러가는 데로, 남들 앞에 섰을 때만 있는 척을 했고, 살면서 주워들은 지식은 그것이 곧 나의 지식이라 오만함을 떨었다. 주워들은 지식은 내 자신의 이념과 가치로 다시 한번 소화시켜 그것을 행하 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지식임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
그렇게 남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즉 있어 보이는 말과 행동들을 곧 나의 삶과 가치관이라 여기며 그동안 코스프레 하듯 지내왔다. 그것은 나의 길이 아니었고, 그저 '있어 보이는' 길이었다. 그 순간 내가 그리 어리석어 보였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시간을 가지다 보니, 내가 그동안 말하고, 지키지 못했던 일들이 왜 그렇게 지키기가 어려운 일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나의 생각도, 말도 아닌 다른 이들이 좋다고 말하는, 아니면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의 공식 같은 것들이라, 알고는 있지만 내가 마음으로 행하고 기뻐하는 일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적어도 나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있지 않는 일들은 결국에 남이 해줬던 일이었고, 그러니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았고, 마음속의 공허함을 느끼고 있던 게 아닐까.
한창 힐링 열풍이 불던 시절에, (물론 지금도 그 바람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학업,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친구들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다. '쉬어라, 휴학해라' 일단 몸이 편해야 생각이 정리될 거다.라는 말을 하며, 어디서 주워들은 있어 보이는 말들을 수도 없이 늘어놓고 연설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정말로 쉬거나 휴학을 했고, 스스로 고민하여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찾아가곤 했다.
뿌듯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건 내가 친구들에게 해준 조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내가 들었던 말을 대신 들려주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친구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친구에게 내 가치관으로 인한 나의 생각을 말해주지 않았음을,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친구에게 내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그저 있어 보이던 말을 하고 있던 모습을 생가해보니, 너무도 허탈했고 무의미했다. 그동안 나는 발전이 없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쉬라고 하는 것이, 조금 여유를 가지고 가라는 말들이 그들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이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내 머릿속에 어느새 자리 잡은 말들이 내가 진심으로 필요한 말이었기에 자리 잡혀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보니 입과 머리는 힐링을 하라고 외치지만 정작 나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내 삶이 너무도 모순되어져 보였다. 그렇게 남들에게 독설을 날리던 건 내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었음을. 진정으로 내 자신이 나에게 외치던 말이었음을.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너무 큰 짐을 짊어졌음을 나는 그제야 알게 된 것 같았다.
왜 나는 그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해주지 않고, 순간 그저 깊이 있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 내가 그런 사람인 양 자만을 떨었던 것일까. 나는 그렇게 나를 있어보이게끔 포장하기 바빳다.너무 허무하고 부질없었다. 혹시 나는 머릿속에 행복이란 것을 정의해놓고, 마음속에 행복이란 것을 못 느끼고 있지는 않았을까, 막상 돌아보면 가장 발버둥 치고 있던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라는 자문을 되새기다 보니 그동안의 내가 너무 쉬운 길로만 가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진정한 자신의 삶은 무얼까? 하고 고민하고, 좋은 말과 행동을 보거든, 그것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내 스스로의 이념에 담갔다가 꺼내서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