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

by 책 커피 그리고 삶

날이 참 따뜻합니다. 오늘 올해 처음으로 가벼운 잠바를 벗고 남방 차림으로 일을 했지요. 이런 따뜻한 날이 몇 달 후에는 살을 에는듯한 추위로 바뀐다고 생각하니 지금의 이 따뜻함을 충분히 즐기고 싶었습니다.


작은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난 날을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중 어떤 것이 더 많은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대략 리스트를 뽑아보았습니다.

- [행복 요약]: 결혼???, 자녀 출산, 직장에서의 성과.. 행복한 일은 많지만 '기억'이라고 칭할만한 내용이 잘 생각이 안나네요.

- [불행 요약]: 결혼???, 건강 약화, 악연, 실패, 창피함, 학생 시절, 최근의 화상….


아마, 행복과 불행의 정도를 수치화하고 수직선에 표시하면 행복보다는 불행 쪽에 더 치우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저의 인생이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원래 나쁜 기억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강한 감정이 동반되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 속에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나쁜 일은 오래 기억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생존본능과 관련된 것으로 나쁜 기억 자체가 향후 동일한 상황을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 보호 장치라고 할 수 있지요.


다행인 것은, 행복한 기억에도 감정이 포함되기에 추억으로 변환되어 우리 마음속에 어딘가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냥, 차분히 기억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행복했던 추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되지요.


쓰다 보니, 행복의 기억이 추가되네요.


우연히 찾은 가성비 좋은 맛집에서 썩 괜찮은 저녁을 먹은 기억, 첫사랑과 부두가에서 첫 키스를 했던 기억, 자전거 여행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아스팔트 위를 지날 때, 단비 같은 소나기를 맞았던 기억, 인생에서 꼭 보고 싶었던 고흐의 작품을 보았던 기억…


잠자고 있던 행복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다시 불행과 비교해봅니다. 음… 생각보다 나의 인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밤, 여러분도 행복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https://youtu.be/qHtcHxx6U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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