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by 책 커피 그리고 삶

비 오는 일요일이라 내일 근무를 위해 이른 저녁을 먹고 평소보다 일찍 근무지로 출발했지요.


확실히 비 오는 날 운전은 신경 쓰이는 상황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방금 전, 저의 옆을 지나는 차량이 물살을 튀기는 바람에 2초간 시야가 가려졌지요. 급제동으로 속도를 줄이기는 했지만, 그 순간 주변에 차량이 있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놀란 가슴에 잠시 쉼터에 차량을 세우고 시동을 껐습니다. 그리고 의자를 뒤로 미루고 등받이를 젖혀 약간 누운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운전대 옆에 다리를 올려놓았지요.


곧 차량의 창문은 습기로 칠해져 완벽하게 차단된 오직 빗소리만이 존재하는 나만의 완벽한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가 세상의 전부이고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느낌입니다.


“타타타 탁 타타 탁”


오직 빗소리만이 차밖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때론 세차게, 때론 부드럽게 창문을 두드립니다.


‘톡, 톡, 톡’ 작은 빗방울이 천천히 창문을 때리는 포근한 빗소리는 마치 태어나기 전 엄마의 뱃속에서 들었던 심장소리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차 안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로 느껴지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냥 이대로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어 집니다. 수많은 생각들과 그리움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굳이 찾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이 편안함이 오늘 밤 잠들기 전까지 이어지기를 바랄 뿐….


이제 조금씩 비가 잦아드네요. 빗소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저의 의식도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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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차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은 일요일 저녁 편안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P.S. 다시 출발하기 위해 시동을 켰습니다. 습기가 없어지는데 한참 걸리더군요. 비를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할 때, 저녁에 도로도 잘 안 보이고, 물도 튀기고, 창문도 못 열고, 무엇보다 내릴 때 우산이 너무 번거롭다는…


https://youtu.be/Egwxr9Hvl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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