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이분법적인 생각을 유도한다.
2000년도에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2000)이란 영화가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하지만, 브루스(데이빗 던 역)는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을 정도로 절대 부러지지 않는 강한 신체를 가진 반면, 사무엘 L. 잭슨(엘리야 프라이스 역)은 태어나면서부터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 등 브루스와 대비되어 표현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묘하게 '이분법적 사고'가 생각났다. 그러나 사실 두 주인공은 강함과 약함의 상태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성질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반대 개념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많은 부분에서 판단 오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즉, 여당과 야당, 선과 악, 삶과 죽음 등에 대해 말할 때, 연속선에서 파악하지 않고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관점에서 살아간다.
280페이지 분량임에도 불구하여 끝까지 읽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으며, 아직 반밖에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이 그만큼 사고의 틀을 깨는 과정이었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과정이라 결코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반대 개념'과 '모순 개념'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순 개념이란 주어진 개념에 대해 그 개념을 부정하는 개념이다. 책에서 제시한 예로, '흰색'과 '희지 않은 색'은 (p는 ~p)로 모순 개념이다. 반대 개념은 두 개념을 어떤 분량이나 정도에 따라 배열할 때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양극단으로 '흰색'과 '검은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분법적 사고의 문제점은 반대 개념을 모순 개념으로 파악하고 중간의 성질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예를 들어, '흰색'과 '검은색'은 서로 반대 개념으로 중간에 옅은 회색, 진한 회색, 조금 어두운 흰색 등이 존재한다. 바로 중간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모순 개념으로 파악하여, 흰색 아니면 검은색으로만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이 오류의 시작이다.
우리가 이분법으로 사고하는 경향은 감정이 지배할 때, 특히 잘 나타난다고 한다. 오히려 사고의 주체와 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판단에 있어 감정을 배제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옳고 그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