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by 책 커피 그리고 삶

주말 내내 비가 내린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내 마음속 '귀찮음'을 활개 치게 만들고 '끈적거림'이 사람에 대한 애정을 '짜증'으로 변질시킨다. 최근 한 달 동안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을 읽고 있다. 독서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지고 다 읽어야 한다는 묘한 의무감에 사로잡혀 전혀 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왠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에 일단, 과감하게 책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상대적으로 마음의 부담이 적은, 지금의 상태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다.


문득 오래되어 보이는 책 한 권이 눈이 들어왔다. 제목부터 '치즈를 누가 옮겼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낡은 책 표지가 마치 고대 마법서 같은 느낌을 준다. 제목에서 아동 도서와 같은 느낌에 살짝 고민했지만, 지금의 나의 상태를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았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마음속 축축함을 날려줄 카페로 향하였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내가 느끼는 자기계발서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을 극복하고 사회적인 지위, 명예, 경제 등 내적 성장보다는 외적 성장에 가치를 두고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역시 자기계발서에 해당하지만 변화의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적절한 이야기 형태로 제시하여 깨달음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벗어날 수 있었다.


'허'와 '헴'이 미로를 헤매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치즈를 찾게 되고 풍요롭고 행복한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사라져 가는 치즈를 보면서 느끼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현재의 삶에 만족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날 치즈가 없어진 창고를 보고 멘붕이 온 두 주인공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허'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지만, "헴'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과거의 행복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두려움, 그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시각이 나와는 달라 아쉬움을 느낀다.


'두려움은 극복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해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극복'은 긍정적인 단어에 해당한다. 장애를 극복하고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들은 그 자체로 빛나고 그 속에 담긴 성스러운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 '극복'은 자신과의 싸움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라 부정적인 단어로 분류한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더 중요하다.


나 역시 30대 후반까지 나름 수많은 장애와 고통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이루어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절대로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표에 도달한 상태가 되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해야만 했다. 그래야 불안감을 제거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과 싸우며,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했다. 결정적으로 자신을 극복하는 삶은 자신의 색깔을 지우고 '파이터'로 만드는 것처럼 느꼈다.


자,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자.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가? 아니.. 내가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란 감정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보다 객관적으로 정확히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것이 새로운 치즈(변화)에 대응하는 훌륭한 동기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두려운 감정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면, 자신에게 너그러워져, 변화를 포함한 자신이 설정한 목표 달성에 지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우리가 목표를 이루는데, 굳이 파이터가 될 필요는 없다.


두려움도 행복, 사랑, 슬픔, 미움 등과 같은 감정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사랑을 극복하는가?', '행복을 극복하는가?' 하지만, 슬픔이나 미움 등의 감정은 극복한다고 말한다. 아니.. 왜 그래야 할까?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하는 감정들인가?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모두 감정이란 부류에 속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만 극복하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냥 감정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려움이란 감정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시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목표를 이루었더라도 허무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책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두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법에는 동의하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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