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의 본성의 표출

by 책 커피 그리고 삶


1년 전에 '라플라스의 마녀'에 대한 서평을 썼지만 글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발행하지 않은 상태로 놓아두었다.
글을 쓸 때마다 '작가의 서랍'에 쌓이는 완성되지 못한 글을 이제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발행하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지난번 '악의'라는 소설을 통해 알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그 때 당시)입니다. 책 표지의 순정 소설 같은 느낌과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가 책을 읽는 것을 약간 주춤하게 만들지만, 초반부터 느껴지는 긴장감이 주말 이틀 동안 나를 책에 푹 빠지게 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밥 먹고 화장실에 가고 수다를 위한 약간의 시간이외 책을 읽는데, 사용할 만큼 정신없이 빠져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지난번 읽었던 '악의'에 비해 긴장감과 흥미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초반에 각각의 인물들이 겪는 상황들이 별개의 사건으로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은 감탄을 자아내며, 확실히 일본의 대표 작가다운 구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플라스의 마녀'와 동일 작가의 '악의'를 비교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라플라스의 마녀'와 '악의'는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이 사건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닮아 있습니다. '악의'에서 '악'은 인간 내면 깊숙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순수한 '악'이지만, '라플라스의 마녀'의 '악'은 초현실적인 내용답게 유전자 조작의 결과로 사건의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소설 속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잘 짜인 연극처럼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한 연기를 펼치는 3시간짜리 영화를 한편 본 느낌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초인적인 두뇌를 가지게 되는 배경이 어느 정도 유추된다는 점에서 수많은 내용적인 반전들 중 핵심이 되는 반전의 힘이 부족합니다. 또한 사건의 중심이 되는 '마도카'와 '겐토'라는 핵심 인물들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초인적인 두뇌를 가진 인물로, 이런 SF적인 요소는 이전 작품인 '악의'의 나타나는 평범한 인물에 비하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소설에 맨 마지막 부분에 보디가드인 '다케오'가 '마도케'에게 이 세상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질문이 나오는데, 작가는 세상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하긴, 만약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원적인 '악'이 이전 인류가 가지지 못한 과학기술과 능력이 결합되었을 때,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지구의 온난화, 전쟁의 기운, 테러와 핵무기의 확산 등 결코 희망적이지 않는 소식들로 가득 차 있는 관점에서 작가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에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우울한 미래에 대한 생각은 희망적인 또 다른 하나의 문구를 이끌어냅니다.


"만약 내일 세상이 멸망할지라도 오늘 나는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마르틴 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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