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꼰대를 생각하다.
'꼰대'
네이버 국어사전 정의에 따르면,
1 .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2 .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으로 통용된다.
밤 10시다. 난 집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따라 피곤과 배탈이 겹쳐 컨디션이 제로이다. 내 기분이 예민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간신히 좌석표를 구해 앉아 쉬면서 갈 수 있다는 점이다.(요즘 철도 파업으로 인해 좌석표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열차가 출발한 지 40여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한 어르신이 객차 내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야~ 음악 소리 안 줄여?"
"기차 안에서 무슨 음악을 그렇게 시끄럽게 틀어? 여기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거 몰라? 에이~~"
어찌나 호통 소리가 크던지 밀려오던 잠이 단번에 달아났다. 순간 음악 소리를 크게 틀었던 여학생보다는 그 어르신에게 짜증이 났다.
'꼰대'
그 순간 떠올린 단어이다.
'아니, 잠깐 음악 소리가 커진 것을 가지고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르시지?'
'조용한 말로 이야기해도 될 것을..'
'저 학생 되게 민망하겠다.'
그 여학생이 분명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어르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되었던 이유는 그 어르신 역시 기차에서 처음 만난 동년배 어르신과 열차칸에서 자녀의 학벌 자랑을, 좀 떨어져 있는 내가 들릴 정도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어르신의 호통이, 객실 내 손님들을 위한, 객실 내 예절에 대한, 것이 아님을 느꼈던 것이다. 단지, 음악 소리에 짜증이 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입석으로 오랜 시간을 서서 가는 것에 대해 짜증이 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몇몇 손님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셨는지, 그 열차 객실을 벗어났고, 내가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즈음, 하차 준비를 위해 객실을 나갔을 때, 요즘 젊은이들의 예절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난 저렇게 늙고 싶지 않다.'
'나이를 먹는 만큼 포용과 관용, 그리고 인내를 가지는 것이 진짜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낀다. 연세가 많아 스마트폰으로 좌석을 예매를 할 수 없는 어르신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혹시 나도 후배들에게 꼰대질을 했던 것이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 몰려온다.
무엇보다 기차에서 내리면서 두 어르신이 술 한잔하고 집에 가자라는 말에 그들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들은 이미 기차에서 했던 행동에 대해 민망함이나 불편함보다는 새로운 말 상대를 만난 것에 대한 기쁨을 더 느끼는 듯하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의 한창 시대와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불평으로 오늘 밤에 서로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그분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꼰대'로 바라보는 시선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이뤄낸 것들에 대해 그저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그저 세대를 넘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것이다. 아마 그분들의 '꼰대질'는 우리들이 그들을 배척하는 시선에 대한 그들의 저항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그분들도 외롭다.
P.S. 멋있는 꼰대가 되기 위해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