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장손이라 매년 추석이 다가오면, 벌초를 다녀옵니다. 다행히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라 이동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매번 벌초 작업이 하기 싫어 추석 직전까지 밍기적거리지요. 물론 벌초 대행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고 1시간 정도만 움직이면 된다는 생각에 낫을 들고 산소로 향했습니다.
열심히 풀을 잘라 옮기고, 올 여름 무척 크게 자란 가시 나무를 낫으로 겨우 자랐으며, 뿌리가 제법 깊이 들어간 덩굴을 뽑아냈지요. 작업 대충 마치고 나니 낫에 살짝 베인 왼쪽 팔뚝에 피가 송글 송글 올라오고 양 팔뚝에 풀독이 올라 가려움을 느꼈지요.
10년전만 하더라도 조상에 대한 예의로 벌초에 신경을 쓰고 추석 차례를 정성껏 지냈지만, 지금은 그 행위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요. 아마 죽음에 대한 생각과 변화하는 시대 환경으로 인해 더이상 전통적인 행위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 태어남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순리이며, 사망 이후에 대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장자(莊子)'의 관점을 따르기에 전통적인 유교사상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몇년전부터 부모님과 제사 의식을 줄이기 시작하고 올해는 차례 음식이 남지 않도록 최소한의 음식만 마련하여 차례를 지내면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추석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전통행사가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것에 아쉬움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옛 조상보다는 행사로 인해 사용되는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큽니다.
자신의 근원, 뿌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인간도 하나의 시작된 태초가 있기에 과연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합니다.
매번 명절만 되면, 괜한 스트레스를 받는지라 약간의 감정을 실어 주저리주저리 적어봅니다. 그냥 여행이나 훅 떠났으면 좋겠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https://youtu.be/SjYecEQFL0U